파리의 한국아줌마

힘센 프랑스 교사들

파리아줌마 2010. 5. 15. 08:41

오늘 한국은 스승의 날이다.

워낙 오래전에 한국을 떠나왔기에 한국 교사와 학부모들의 관계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스승의 날이 없는 이곳에서 프랑스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관계를 알릴수 있는 최근 경험을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이야기해본다.

 

프랑스는 5월에 공휴일이 많다.

5월 1일은 노동절이고, 한국의 어버이날인 8일은 프랑스에서는 2차 대전 승전기념일로 공휴일이다.

그리고 5월 13일은 예수승천일로 또 논다. 월화목금, 주 4일 수업제인 프랑스 초등학교에서 이번주 13일, 목요일이 공휴일이다. 그러면 월 화 금요일에 수업이 있어야 원칙적으로 맞는데, 힘센 프랑스 교사들은 금요일 수업을 수요일로 옮기고 목금토일을 내리놀아버렸다.

 

프랑스에서는 이런것을 두고 pont[다리]라고 한다. 강이 중간에 가로막고 있어 육지와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

프랑스인들에게는 휴일이 육지고 강이 일하는 날이 되는 것이다. 이번주에는 목요일이 휴일이고 토요일은 당연히 노는 날인데 금요일이 중간에 걸리니 다리로 연결해 내리 휴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몇달전에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 아이 학교에서 공문이 왔었다. 보통 수요일에는 수업이 없기에 일하는 엄마들을 위해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맡아주는 centre loisir를 운영한다. 그런데 5월 12일에는 수요일에 예외적으로 학교 수업이 있어 금요일에 centre loisir를 운영하니 등록하라는 공문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수요일에 음악학교[conservatoire]에 수업이 있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시에서 운영하는 음악학교이니 학교들과 서로 이야기가 되어 음악학교 수업을 조정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학교는 학교대로 음악학교 수업은 그대로 하는 것이다.

 

이에 아이들과 부모들이 알아서 선택해야된다.

그래서 나는 아이를 수요일 아침에만 음악학교에 수업이 있기에 아침에는 음악학교에 보내고

오후에 학교로 보내었다. 그래서 알림장에 간단하게 이 상황을 적고는 이해해주십사까지 보태었다.

아이가 선생님께 알림장을 보여드렸더니, "아! 취미활동 수업은 하는구나"하더라는 것이다.

선생님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금요일에 놀기 위해 수요일로 수업을 옮기는 결정은 교사들과 시청관계자들이 내렸다고 한다.

목금토일 4일을 노는 것은 작은 방학이나 다름없다. 지방에 있는 친지들을 찾아보거나 가족들과 여행을 계획하기에는 좋은 기회이다. 하지만 조금은 놀라웠던게 교사들의 결정이라는 것이다. 교사들이 이런 결정을 하면 부모들은 별소리 없이 여기에 맞추어야한다.

 

이번주 수요일 아침, 평상시 아이들로 북적이던 음악학교는 한산했다. 레티시아 엄마를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들이 곧 바이올린 시험이라 학교를 빠질수 밖에 없었다며 너털웃음을 짓고는 만다. 푸~ 하며 푸념한번 내뱉고 어깨만 으쓱~ 한번 올린다.

 

그리고 음악학교 벽에는 <국가 교육청과 시청에서 내린 결정이지만 우리는 수요일과 금요일에도 수업을 합니다>라는 공문이 붙어있었다. 학교는 학교대로 음악학교는 또 그들 나름대로 일을 한다. 원칙을 지키지도 않거니와 효율적인 면도 하나도 없다. 그런데 어느 누구하나 큰소리 한마디없이 있는 사실 그대로를 이야기하고 조용히, 아주 조용히 지나갔다.

 

프랑스 부모들은 교사를 믿고 자녀들을 맡긴다. 아이가 문제가 없는 이상 부모의 학교 출입은 거의 없다. 하지만 선생님과 수다떠는 부모는 종종보게 된다. 또한 교사들은 파업으로 수업을 거부할때도 있다. 얼마전 글에서도 밝혔지만 교장이나 학보모들의 눈치 볼것 없이 본인 소신대로 정부의 교육 개혁안에 대항해서 수업을 거부하는 교사들이 있다. 그런 날은 같은 학교에서 파업에 동참하는 교사의 반은 수업이 없고 그렇지 않은 교사의 반은 수업이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 사고방식으로 이해하기 힘들것이다.

 

수요일 오후 아이를 찾으러 학교앞으로 가니 편한 차림의 엄마들을 볼수 있었다. 프랑스의 직장맘들은 아이 학교수업이 없는 수요일에는 일을 쉬고 대신 다른 날 더 많은 시간으로 채운다.

 

모두들 환한 얼굴로 아이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황금 공휴일이라 지방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오셔서 아이를 찾으러 엄마와 함께 학교앞으로 왔나보다. 학교문을 나온 아이는 생각지도 못했던 할아버지 모습에 너무 좋아하며 품에 안긴다. 아주 흐뭇한 모습이었다.

 

둘째 아이는 화요일이 선생님 생일이었다고 극구 선물을 하고 싶다고 한다. 이에 엄마는 "그냥 지나가자. 뭐 선생님 생일까지 챙기니?" [그사이 챙긴것도 하나도 없지만]라고 하니 본인이 처음으로 선물하고 싶은 선생님이라면서 초콜릿을 좋아한다는 정보까지 알아서는 슈퍼에서 기어이 초콜릿을 사게했다. 그리고 그날 학교에서 나온 아이에게 선물드렸냐니깐 그랬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의 양뺨에 뭉뚱한 것에 긁힌것 같은 빨간 줄이 그어져있다.

깜짝 놀라 물어보니 아이는 어기뚱한 표정이다. 그리고는 선생님께 비쥬[프랑스식 뺨맞대는 인사]를 받았다고 한다. 초콜릿을 받은 선생님은 감탄에 감탄을 하며 아이 뺨에 왕복 두번, 즉 합이 네번 뺨을 맞대는 키스를 해댄 것이다. 아이 뺨에 있는 빨간 줄은 다친게 아니고 선생님의 립스틱 자국이었다. 손으로 지우니 금방지워진다. 립스틱 자국을 지우며 친구와 함께 깔깔대며 걸어온 이례적으로 학교갔던 수요일의 풍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