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구경하기

파리의 어린이 영화관[Studio des Ursulines]

파리아줌마 2010. 5. 16. 09:04

지난 금요일 노는날도 아닌데 프랑스 교사들의 파워로 학교 수업이 없었어요.

그래서 동네 아는 한국 엄마와 한글공부하는 아이들과 함께 영화 보러갔습니다.

어린이 영화만을 상영하는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그엄마가 감사하게도 다 알아봐주었어요.

아이들과 함께 10시반에 상영하는 조조 영화를 보러갔습니다.

 

오랜만에 아침에 파리 거리를 걸으니 얼마나 기분이 상쾌하던지요. 

비가 한두방울 정도 떨어지는 가운데 조금은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영화관을 찾아갔습니다.

 

영화관은 파리 뤽상부르그 공원 근처에 있는 <위르술린 스튜디오>였습니다.

처음가 보았는데 영화관앞에서부터 고풍스런 분위기에 매료되었답니다. 그래서 사진으로 꼭 남기고 싶었어요.

저는 고풍스럽다고 하는데 소박하기 그지없는 풍경이지요? 하지만 저는 이런 분위기가 좋답니다.

 

1940년대와 크게 다르지 않는 모습같지요?

영화관앞에서부터 이상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지금은 어린이 영화만을 상영한다지만

왠지 오래된, 그리고 단순하지 않은 역사가 숨겨져 있을 것 같은 분위기를 느꼈답니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니 1926년 1월에 세워진 영화관이라고 하네요.

1925년 Armand Tallier와 Laurence Myrga는 위르슬린[Ursulines]거리에 아방가르드[전위예술] 영화를 상영할 장소를 찾았습니다.

그곳이 이 스튜디오였는데요, 이로써 프랑스에 아방가르드 영화가 탄생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대중적이라기 보다는 <Art et Essai> 영화관의 선구적인 역할을 한곳이라고 합니다.

 

1926년 1월 21일에 첫영화 상영이 있었다고 합니다.

관객들중에는요 Andre Breton, Man Ray, Fremand Leger, Rene clair. Robert Desnos가 있었다고 합니다.

와~~진짜 역사적인 장소입니다.

 

그런데 1928년에는 영화관에서 스캔들이 있었다고 하네요.

1928년 2월 9일 Germain Dulac이 감독하고 Antonin Artaud가 시나리오를 쓴 영화, <La Coquille et le Clergyman>이

상영되고 있었는데요, Andre Breton하고 Louis Aragon이 와서 난동을 부려 영화 상영이 중단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 초현실주의의 대가인 두분들이 왠일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영화관 주인인 Armand Tallier는 경찰을 부르지 않았고 몇주가 지난 뒤에 다시 영화상영을 했다고 합니다.

그는 상업적인 영화보다는 마음과 정신을 담은 영화들을 상영했습니다.

 

그리고는 2003년 3월부터는 <Art et Essai>를  젊은 관객들, 즉 어린이들을 상대로하게 되었답니다.

영화 상영도 하고요 소아 정신과 의사들과 함께 대화시간을 가지기도 한다네요.

 

어린이 영화관이라 쉽게 생각했는데 이런 역사가 있는 곳일줄은 몰랐습니다.

들어가 볼까요?

 

매표창구입니다. 예전 모습그대로 간직하고 있는듯합니다.

조조라 어른 아이 구분없이 5유로입니다.

 

 

 

 

 

겉은 20년대의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내부 수리는 자주합니다.

영화관 내부는 깔끔하고 나름 멋졌습니다.

 

학교 수업없는 휴일이라 할머니 혹은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영화보러온 아이들이 꽤 있었습니다.

아이들이다보니 영화보다 큰소리로 엄마에게 질문하기도 하고요, 깔깔거리며 웃기도 하더라고요,ㅎㅎ 

 

2010년을 살고 있는 지금, 영화관과 그앞을 지나가는 할아버지 모습은 20년대라해도 무리가 없겠습니다.

연세가 얼마나 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할아버지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 영화관은 세워졌을수도 있겠어요.

할아버지는 호호백발이 되고 허리가 굽어졌지만 영화관은 그날, 그시대의 형태 그대로입니다.

나라의 혼이라고도 할수 있는 문화와 예술을 지켜내는 프랑스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