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 왜 가족드라마속의 동성애인지?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가 가족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동성애를 다루었다는 이유로 많은 비난을 받아왔다.

솔직히 이전에는 동성애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야말로 달나라 사람들의 이야기로 생각해왔었고, 동성애자라고하면 이상한 헤어스타일에 머리카락 노랗게 물들이고, 귀에는 구멍몇개 뚫어 귀걸이 하고, 가죽바지를 입고는 이상한 눈빛을 띄고 다니는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드라마안에서 동성애자, 즉 성적 소수자들의 삶은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다.  

 

의사인 태섭과 사진작가인 경수는 본인들의 삶을 열심히 그리고 진지하게 일구어온 이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남성은 여성에게 매력을 느낄수 없고, 같은 남성에게만 끌리게 되는 것을 드라마에서는 타고났다고 한다. 그리고 체면이 중요하고 각자 나름의 도덕적인 잣대로 판단하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괴로움이 어떤 것인지 알게되었다.

 

일부 기독교 단체에서 동성애를 다루었다는 이유로 드라마 자체를 비난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청소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고 한다. 나도 기독교인이다. 자살을 하면 안되고, 동성애는 성경적으로도 받아들일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존중받아야될 작가의 개인적인 소신에 왈가불가해야된다고 성경에 적혀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청소년들에게 동성애를 모르게하면 되는것일까? 그러면 더이상 동성애자들이 생겨나지 않을수 있는것일까? 그것에 앞서 청소년들은 문화적인 소신조차 제대로 펼치지 못하게 하는 사회를 보고는 자유로워야할 그들의 사고가 경직될까봐 우려스럽다. 내가 아는 한 자살한 사람과 동성애자들을 보고 터부시하고 비난하라고는 성경은 더더욱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그러면 자살자들과 동성애자들이 함께 있는 이 세상에서 우리 개인이 그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되는것일까? 

우리는 살면서 가끔씩 하나님이 되어버리는 크나큰 오류를 범하게 된다. 개인적인 소견은 가질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몫 아닌가?  우리가 나중에 심판대에 섰을때는 그들을 힐난했던 모습으로 판단을 받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3자 입장에서 날카롭고 객관적으로 보아야될때와 본인의 입장과 처지를 적용시켜 주관적으로 생각할때를 잘 구분 못하는것 같다.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나? 바로 태섭의 가족들 모습속에 있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진정한 가족드라마다. 단지 그속에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동성애>라는 소재를 넣어 가족간의 사랑과 이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무엇보다 현대적인 겉 모습속에 예로부터 내려오는 가족정신이 깃들여있다. 어머니와 큰아들은 각자 살아가고 있고, 집안 장남의 <동성애>는 다분히 현대적인 요소라고 할수 있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나라 방송에서 이를 다룰수 있어진 자체가 대단한 발전이라고도 할수 있을 것이다.

 

항상 집안에 어른이 계신다는 것을 알고 경거망동하지 않고, 나가고 들어오는 것을 어른들 염려하실까봐 꼭 알리는 손주들과 아들들의 자세는 우리가 예전부터 지켜왔던, 그리고 앞으로도 지켜나가야 할 가족정신이다. 혼자 살아가는게 아니라는 것, 나이많은 어른들은 공경해야 되고, 다른 가족들을 위해 내이야기는 때로는 삼킬수 있어야 되는 전형적인 가족 정신이 살아있어 이 드라마가 좋았다.

 

                                 

 

그래서일까? 오빠의 동성애를 안 막내, 초롱이는 본인이 놀라고 잠시나마 좋아했던 오빠의 상대, 경수에 대한 감정이 있었음에도 오빠 걱정부터 한다. 힘들었을 오빠, 앞으로 오빠가 감당해야될 삶이 가여워 한없는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가족들에게는 함구한다. 참으로 인간적이다.

어쩜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본인이 답답하고 힘들어서라도 뱉어버리고 싶을수도 있을텐데..

막내동생에게 들킨 태섭은 동생을 바로 보지 못한다. 하지만 서로 미안해하며 함께 눈시울을 붉힌다.  그리고 태섭은 엄마에게 고백할 결심을 한다. 동생에 대한 배려의 한부분으로 보았다. 동생에게 들키지 않았으면 그렇게 빨리 엄마에게 고백할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막내 동생, 초롱이가 알고도 모른척해야 되는, 곤란한 입장을 덜어주기 위해 시간을 앞당겼는지도 모른다.

 

태섭은 생모가 아닌, 계모에게 본인을 알린다. 동성애자라고,,, 항상 계모인 본인이 아이에게 부족한게 무엇인가를 평생 고민하며 키워낸 전실자식, 태섭의 폭탄선언에 엄마는 잠시 멍해진다. 그리고는 나 때문이지? 하고 되묻는다. 참 가슴아픈 장면이었다.

생모라면 덜했을 것이다. 애써 잘 키워내려고했던 전실자식이 동성애자라고 한다. 잠시 들었을 죄책감에 그녀는 그런 소리를 뱉어내고는 가슴아파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남편에게 알린다. 남편은 남의 이야기로만 알았지 내 이야기일줄은 몰랐다며 아연실색한다. 이에 엄마는 눈물 머금으며 "셀수 없이 죽고싶었대 그러니 된거야. 더이상 애 괴롭히지 말자"고 한다. 그리고는 "엄동설한속에 우리아이 벌거벗긴채로 내버려두지 말고 우리가 바람막이가 되어주고 두터운 옷입혀 보호해주자"고 하며 둘이 껴안고 운다.

 

아버지는 아들을 만나러간다. 아들을 만난 아버지의 첫마디가 "미안하다"였다. 그동안 아들의 아픔을 모르고 있었던 것에 대한 미안함이었다.아버지의 이한마디에 아들은 무릎꿇고 죄송하다며 통곡을 한다. 아버지의 남성과 어머니의 여성이 만나 본인이 태어났다. 자신의 태생적인 존재를 거스리는 태섭의 처지에 아버지 앞에서 한없이 죄송하다고 한다. 그래야만 된다. 그는 아버지에게는 무릎꿇고 땅에 머리 조아리며 죄송해야만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부모입장에서,, 그리고 동성애자인 아들은 그입장에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잠시 상상해 보았다. 나라면 저런 부모가 될수 있을까? 자신없다. 난리가 나겠지, 당장 바꾸려고 발버둥치겠지.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자식은 춥디춥은 이세상에 벌거벗긴채 내버려지게 되겠지.   

 

그렇다고 괜찮다고는 더더욱 할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태섭의 부모는 자신들을 버렸다. 자신들의 생각과 주장들을 버렸다. 그리고 아들을 보듬으려고 한다. 이게 가족이겠지. 이혼녀와 유부녀의 문제도, 돈 문제도, 숨겨놓은 아이 문제도 아닌 정말 받아들이기 힘든 동성애 문제이다.

이안에서 태섭의 부모와 가족들은 고통스럽게 그를 인정하고 안으려하고 있다. 어떤 문제에 봉착한 가족보다도 강하다.

그래서 동성애가 아닌 가족드라마다. 그것도 뜨겁게 사랑하는 가족의 이야기다. 19회와 20회를 보고는 왜 가족드라마속에 동성애라는 소재가 등장했는지 알 것 같았다.

 

메세지가 강하다. 작가는 어려운 동성애 문제를 다루기 위해 오랜시간 고민한 것 같다. 많은 이야기들을 들어보았겠고, 깊이 생각했을 것 같다. 사람사는 세상의 온갖 문제들을 인간적으로 접근해서 다루었던 일흔을 앞둔 작가는 보다 깊이 있는 혜안으로 이 사회에서 어느 누구도 쉽게 건드리지 못한 동성애를 드러냈다. 그와 가족들의 고통을 다루며 지향해야될 방향을 확실하게 제시해주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가 그들을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암시하고 있다. 어쩌면 한국 사회에서 드라마 작가로서의 소명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들로 인해 피해입은게 없다면 그냥 그들의 삶이라고 내버려두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조금더 나아간다면 고통스러워하는 그들을 향해 한마음 보태보려고 해도 되지 않을까? 그것이 우리 입장에서 가져야될 최선의 배려와 존중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왜냐하면 우리는 허물많은 약한 인간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