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학교에서 공부대신 '행복'을 논하는 프랑스 중3

파리아줌마 2010. 6. 5. 05:51

 

                                   프랑스 중3들이 생각하는 행복이란?

 

지난주 토요일 학교 갔다와서 점심을 먹던 큰딸은 힘없이 축처져있는 엄마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건네고 싶어한다.

딸은 대통령 이야기를 꺼내다가 화제를 돌려 그날 학교에서 2시간동안 <행복>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고 말을 이었다.

말이 강의지 강사는 없고, 학생 지도선생님이 참관하고 있었고 음악 선생님이 사회를 보는 가운데 3학생들 300여명을 강당에 모아놓고 진행한 것이었다.

 

딸의 말에 의하면, 80년대 유행했던 프랑스 대중 가요의 가사를 들려주기도 했고, 다큐 영화를 보여주고, 학교에서 중3학생들을 상대로 <행복>에 대해 인터뷰한 것을 보여주는 시간이었는데 중간에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있냐고 물으면서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권장했다고 한다.

 

이제 막 세상에 눈을 띄고는 정체성및 가치관의 문제로 혼란스러울수 있는 청소년들에게

"삶의 행복"은 물질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학교측의 의도였던 것 같다.

 

다큐 영화 내용은 인도로 건너가서 생활하는 프랑스의 어떤 가족 이야기였다고 한다.

인도는 가난한 나라다. 다큐 영화를 보고 딸이 놀라웠다는 것은  몇년동안 가물어서 땅을 파서 우물이라도 만들어야하는데 땅을 팔수 있는 연장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힘들게 살아가는데도 하나같이 밝은 인도사람들의 표정이었단다.

 

17살의 어린소녀가 땅을 파기 시작하니 한사람 한사람씩 모여들어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힘을 합쳐 땅을 파내더라는 것이다.  딸은 어린 소녀의 조그마한 행동 하나가 사람들을 모으고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것을 보았다면서 놀라웠다고 말했다.

아이는 2시간 동안 대충 딴생각도 했고, 그리 집중하지는 않았다고 하면서도 와닿았던 것들을 이야기했다.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학생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슬라이드로 보여주었다.

<행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프랑스 중3들의 대답을 보자면,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는 것>, <잘먹고 잘자는 것> 등이 있었는데 이대목에서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공감했다고 한다.

<찾아야하는 것>, <가족, 친구와 함께 하는것>, <사랑하는 것> 등이 답이었는데 지도선생님은

행복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학생들의 대답에 아주 흡족해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좋은 대답이라며  "어떤 이는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 맞다."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우리보다 더행복한 것 같다." 라는 내용을 소개했다.

딸 아이는 이 부분을 이야기하면서 "그냥 잘난척하기 위해서 이렇게 이야기할수 있잖아. 그리고 그리 진솔하지 않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학교측에서 의도했던 <행복과 물질>의 연관관계를 제대로 짚었기에 채택되었던 것이다.

 

작년에 딸과 같은 반이었던 공부 잘하는 마튜가 손을 들고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마이크를 받아든 마튜는 "이것은 태어날때부터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가능하겠지. 돈이 없는 사람이 행복은 돈이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할수 있을지 모르겠다" 며 이의를 제기했다고 한다.

 

딸에 의하면 치장을 많이한 날라리 같은 여자 아이가 손을 들더라는 것.

마이크를 받아든 그 여자아이는 "그거 내가 대답한거다. 나의 아버지는 가난한 나라, 아르메니아인이다. 아버지 가족들은 가난하다. 하지만 그들은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을 나는 보았다. 그래서 돈이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고 했고, 이에 마튜는 아무 소리도 못했다고 한다.

 

300명이 넘는 학생들을 강당에 모아놓고 두학생의 진지한 토론에 지도선생님은 "너희 두사람 대단하다"며 아주 만족해하셨다고 한다. 딸도 인상적이었기에 엄마에게 이야기한 것이다.

 

물질과 행복의 무관함을 반박한 마튜 이야기도 설득력 있었고, 본인이 느낀 것을 이야기하면서 청소년 시절부터 행복에 대한 소신있는 정의를 내리고 있는 여학생도 참 기특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 다른 생각들을 자유롭게 표현할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마튜의 반박과 이에 대해 본인이 느낀바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린시절부터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게 하는 교육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3인 이들은 6월말 고입시험을 앞두고 있다. 그 와중에 수업 2시간을 빠지고 <행복>에 대해 생각하고 함께 의견을 나눌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가 승리하는 것을 보면서 프랑스 청소년들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행복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있는 것들이 해결된다면 눈에 보이는 것들은 그냥 덤으로 오지 않을까?

 

행복을 추구하는 학생들이라면 공부에도 소홀하지 않을테니까. 그런 학생들에게 공부는 얽매이는 것이 아닌 본인의 삶을 진지하게 살아가는 한 방편이 될것이다. 그게 공부가 아닌 다른 일이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건 한국이던 프랑스이던, 이세상의 진리가 아닐까 싶다.  

 

6.2 지방선거에 진보적인 교육감들이 많이 선출되어 경쟁 위주의 학교 교육에 개혁이 일어날수도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고입 시험 앞두고 수업 2시간을 빼먹어가면서 <행복과 물질>의 연관성을 알리고 강조하려는 학교측의 의도와 자유롭게 행복을 이야기할수 있는 프랑스 중3들의 모습을 보며 성적 위주의 우리나라 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