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식

프랑스 초등학교에도 일제고사는 있다.

파리아줌마 2010. 7. 18. 06:45

 

                  프랑스 초등학교 2학년. 5학년에 한번씩 치르는 일제고사

 

프랑스 초등학교에도 일제고사는 있습니다.

2학년과 5학년에 한번씩 보게 되지요. [참고로 프랑스 초등학교는 5년제입니다.]

불어[국어], 산수, 2과목을 보게됩니다.

 

올 9월에 고등학생이 되는 큰아이 초등학교때는 일제고사가 3학년 올라가자마자 바로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통틀어 한번이었답니다. 긴 여름방학동안 아이들은 공부않고 놀다가 9월에 개학하자마자 바로 보는 일제고사라 그야말로 평소실력을 알아보기 위한 평가지요. 그런 일제고사를 2007년에 교육부 장관인 자비에 다르코스[Xavier Darcos]가 2학년, 5학년 두번에 치르게 했습니다. 그것도 학년 중간에 실시하게 했습니다.

 

2007년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벌자>라는 기치아래 대통령으로 당선된 니콜라 사르코지[Nicolas  Sarkozy]정부가 발탁한 교육부 장관인 자비에 다르코스[Xavier Darcos]는 프랑스 교육계의 개혁을 단행하고 나섰습니다.

그는 교육계의 일자리 삭감을 내세워 많은 비난을 받곤 했지요. 그리고 초등학교 5학년의 일제고사를 만들어 경쟁없는 프랑스 공교육을 은근히 경쟁체제로 내몰고 있는듯해 교사들과 학부모들, 학교교장들의 반발이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최근몇년동안에 교사들의 파업이 잦았답니다. 지금 행하는 일제고사는 2008-2009학년부터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5학년 일제고사는 교장의 권한하에 거부할수 있다고 합니다. 

 

지난 5월 말경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 아이는 일제고사를 본다고 하더군요.

시험을 하루앞두고 저는 그동안 아이가 너무 공부를 안한것 같아 엄마랑 공부 좀 하자고 했지요.

아이는 정말 공부 안했습니다. 학교에서 내어주는 숙제는 책읽기 정도였고요,

저 또한 아이에게 공부하라는 소리 안했습니다.

왜냐하면 초등학교때는 재미있고 신나게 놀고, 공연,전시를 자주 가는등

문화 체험학습위주여야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또한 그동안 두아이를 프랑스에서 교육시키면서 보고 들은 영향도 있답니다.

 

큰아이 초등학교때 제가 가장 많이 봐주었던게 시암송이었습니다.

산수문제를 함께 풀기는 했는데 시암송봐주었던게 가장 많습니다.

저는 시노트 들고 아이가 잘 외웠는지 확인해주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학교가서 선생님과 친구들앞에서 감정 확~잡아 암송하는겁니다.

감정이 많이 들어갈수록 점수가 높답니다.

아이가 이야기하기를, 어떤 친구는 민망할 정도로 감정잡아 암송했는데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공부는 안해도 아이가 책은 많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교과서가 아닌 아이가 흥미있어하는 분야의 책부터 많이 익히는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날 점심 설겆이를 하고 나서 아이공부를 봐주려고 하고 있는데, 한쪽구석에서 아이의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혼자 놀고 있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불어 동사 변화를 읊조리고 있더군요.

깜짝 놀랐답니다. 엄마 설겆이 끝날때까지 기다려 별로 하고 싶지 않은 공부를 대충, 억지로 하려는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아이는 놀듯이 불어 공부를 하고 있었답니다. 재미있다는 말까지 덧붙이면서요.

 

혼자 미리 공부하는 딸을 보고 고슴도치 엄마는 신기해하며 좋아하다가,

<어째 공부를 이렇게 부담없이 할까?> 싶어 생각해 보았답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학교나 집에서 공부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제고사를 준비하는 공부가 아이에게는 쌈빡하고 재미있는 일이 되어버렸던 것입니다.

그나저나 그날 오후에 친구가 집에 오는 바람에 공부고 뭐고 그냥 놀았지요.

 

공부 안한 것 치고는 시험 결과는 꽤 좋았습니다. 산수 성적도 좋았고요.  

그런데 아이 개인의 평가에는 별 영향력이 없답니다.

단지 학교와 프랑스 초등학교 2학년의 수준 평가중의 하나일뿐입니다.

아이 성적표에 반영되는 것도 아니고요. 단지 프랑스 교육부에서 일제고사로 초등학생들 수준을 알아보고 이른바, 성적 부진아에 대해서 정부에서 학습지원을 해준다고 합니다.

 

7월초 방학하면서 일제고사 결과를 주더군요. 아이 학교는 성적이 좋았다고 합니다.

성취도에 대한 페센트만 주었어요.

그리고 그전에 개인적으로 시험지와 결과를 주기는 합니다. 부모 사인해서 바로 학교로 돌려주어야 합니다.

 

프랑스 여성들이 육아및 교육을 상담하는 사이트에는

"초등 5학년 아이의 일제고사 성적이 엉망이었다"며 한탄하는 글을 올려놓았더라고요.

이에 대한 댓글을 보니 "그 성적은 휴지통에 버려도 된다", "그건 단지 교육부의 정치에 불과한것"그리고 "우리아이는 교장이 반대해서 일제고사 보지 않는다"라는 글들이 올라와있더군요. 

 

                                5학년 일제고사는 70% 응시

 

초등2학년에 대한 일제고사에 대해서는 큰 반발이 없습니다.

하지만 2007년부터 덧붙여진 5학년 일제고사에 대해서는 교사들과 학교장들이 거부하고 있습니다.

2년동안 프랑스 초등 5학년생들 70%만이 응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초등학교 5학년 일제고사는 학년중간인 1월에 치루어지는데 학교마다 진도가 달라

일부는 공부하지않은 분야도 출제되고, 학년중에 시험을 보게되니 몇몇 지역에서는

강압적으로 공부를 시키게 되고, 70% 응시률로 어떻게 나라전체의 평가라고 할수 있냐는 것입니다.

그리고 학교간의 경쟁을 부축여 성적이 낮은 학교를 학부모들이 거부하지 않을까하는 것이

일제고사를 보이콧하는 교사들의 의견입니다.

 

이에 올초 프랑스의 몇몇 교사 조합들은 일제고사가 왜 나쁜지에 대한 내용이 담긴 편지를

새로운 교육부 장관인, 뤽 쌰텔 [Luc Chatel]앞으로 보내었습니다.

대충 내용을 보자면, 성적 공개를 강력히 거부한다는 의견과 더불어 일제고사말고 교사들에게도 좋고,

학생들의 학업을 성공할수 있는 다른 방법을 간구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건그렇고,, 어쨌든 프랑스 초등학교는 성적에 얽매이지는 않습니다.

초등학교에서 두번씩이나 일제고사를 보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별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문제가 야기될수 있는 일이면 프랑스인들은 수선을 떨며 목소리를 높이지요.

 

공부는 과가 나누어지는 고등학교 2학년부터는 중요해집니다.

그런데 고등학교까지도 그리 열심히 공부하지 않습니다.

프랑스 고3 체육 시간은 주 4시간입니다. 대입시험에 체육이 반영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학교에 체육 선생님만 5,6명은 됩니다. 

고등학생 3학년이나 초등학교 1학년이나 모두 4시반만 되면 수업이 끝납니다.

아마 이는 한국과 많이 다를겁니다.

 

그런데 대학에 들어가게 되면 한국의 입시생처럼 공부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대학 1,2학년이 가장 공부 많이 해야되는 시기입니다. 상식적으로는 맞는 이야기겠지요.

 

지난 13일, 14일에 한국에서 있었던 일제고사로 빚어지는 문제들을 보며

프랑스는 어떤지 궁금해져서 알아보았답니다.

아이들이 커나가는 과정에는 많은 변화를 거칩니다.

초등학교때 공부을 못했던 아이가 중학교가서 잘할수도 있고요.

아이가 성장해나가는 과정속에서 자연스럽게 깨닫고 변화해나가는 부분이 있을겁니다.

 

그런데 한국교육은 아이들의 이같은 성장 과정을 인정해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 깨닫고 찾아가게하기 보다는 누르고 강제시켜 경쟁에서

살아남는 아이가 되어라고만 가르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아이들의 미래가 어떨지 걱정스럽습니다.

외국에서 편하게 교육시키고 있는 엄마의 강건너 불구경이라고 해도 할말은 없습니다만 많이 안타깝습니다.

 

가끔씩 한국에 있는 지인들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듣는 이야기에 입을 다물수가 없었습니다.

공책필기도 성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친구에게 빌려주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허구한 날 노트 복사한 것 주고 받고 하는 중학생 큰아이를 보았기에 충격을 금할수 없었답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아이는 태어납니다. 무슨 잣대로 그런 아이들의 정서와 정신을 막고 있는지요?

교육이라는 미명하에요? 성적이라는 변명으로요?

이는 정부가 생태계를 파괴하며 실시하고 있는 4대강 사업보다 더 끔찍한겁니다. 

자연은 생물일뿐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영과 혼이 있지요.

사랑받고 존중받으며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꾸지람도 들으면서 커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자신있는 아이가 되어 본인이 잘못한 것을 인정하고 고치려고 노력하는 인성이 올바른 아이, 자신을 사랑하는 아이로 잘 커나가야 됩니다.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났으니 이제는 바뀌겠지요.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