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13일의 금요일에 있었던 일

파리아줌마 2010. 8. 14. 08:37

13일의 금요일에 있었던 일

 

오늘이 13일의 금요일이라고 어제부터 인터넷에서

이야기하길래 <그런가 보다>했습니다.

 

살면서 별 징크스 같은 것도 없고, 매사에 나하기 나름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13일의 금요일을 듣고는 피식~ 웃었습니다.

 

오늘 정오가 다가올즘에 요란하게 현관 벨이 울리더군요.

지난주 인터넷 회사에 신청했던 새로운 모뎀이 도착했다는 벨소리였습니다.

 

그동안 전화선에 인터넷, 전화를 연결해서 한달에 30유로[한화로 5만원정도] 가량 내고 있었습니다.

한국및 왠만한 나라들에 거는 유선 전화 통화는 무제한입니다.

TV까지 포함해도 같은 가격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TV가 전화선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연결이 복잡할 것 같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습니다.

TV는 160개의 채널을 볼수 있습니다.

 

그동안 <신청하라>는 남편의 성화가 있었지만 귀찮아서 무시했습니다.

남편이 기계 만지며 설치해줄 사람은 못된다는 것을 알기에

이런류의 일은 벌여 놓으면 항상 제몫입니다.

 

그러다 남편은 인터넷 회사에 전화해서는 대뜸 저를 바꾸어주길래 신청하기는 했습니다.

직원에게 <TV 연결 때문에 그러니 사람을 보내줄수 있냐>고 물었더니 <그런 것 없다>고 합니다.

장치들 받아서 본인이 설치하던가 못하겠으면 주위 친구들에게 부탁해 보라고 합니다.

그랬더니 남편은 본인이 알아서 하겠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월요일 한국에 가버렸습니다.

  

새로운 모뎀이 UPS라는 운송회사를 통해 도착하는데는 일주일이 걸렸습니다.

워낙 그런 일이 느린 곳이라 각오하고는 있었습니다.

 

신청하고나서 이메일을 받았는데 옛날 모뎀을 우편 상자에 잘 봉해서 새로운 모뎀을 배달해주는

사람에게 돌려보내달라고 합니다.

<어떻게 포장하지> 싶어 잠시 고민스러웠지만 배달온다는 연락이 오면 준비하기로 하고

미루다가 오늘 연락없이 받았습니다.

 

당장 우편상자가 없어 고민했습니다.

큰 상자를 가지고 도착한 운송회사 직원에게 <잠시만 기다려 주십사>하고는 연결된 선들을 풀었습니다.

그리고는 <우편상자가 없는데 어떡하지요?>하고 물었더니 직원은 상자하나를 꺼냅니다.

저는 돌려보내는 모뎀을 위해 준비된 상자인줄 알았습니다.

 

꽤 큰 상자인것 같았는데 여러선이 얽힌 모뎀을 직원은 꾸역꾸역넣고는 갔습니다.

 

TV설치는 남편몫으로 남겨놓고 인터넷과 전화연결만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전화 연결하는 선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인터넷은 전화선에 연결하는 것이라 부속선들이 있는데,.,

 

그럼 회사측의 실수로 연결 선들을 빼놓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연락해서 다시 도착하는데는 7일정도 생각해야합니다.

전화는 물론 안되고. 휴가지도 아니고 집에서 인터넷 없는 7일,,

블로그는 어떡하지? 답답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더군다나 인터넷 회사로 전화 연결 한번하려면 인내심을 가져야 됩니다.

몇십분을 전화기 들고 있어야됩니다.

유선이 안되니 핸드폰으로 했습니다.

한국갈때마다 항상 핸드폰을 두고 가는 남편은 이번에는 하필이면 가지고 갔습니다.

제 핸드폰은 통화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오래 기다려 연결이 되었습니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는 <당신들은 일을 이렇게 합니까?>하고는 감정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흥분된 상태에서 남의 나라 말할라치면 혀는 꼬부라져 발음은 새고,,

남이 보면 좀 우습겠지만,, 저에게는 다급한 문제였습니다.

 

직원은 <그럴리가 없을텐데> 하면서 아주 차분하게 새로운 선을 보내겠다고 합니다.

언제쯤 도착하냐고 하니 본인도 모른답니다.

속이 터지더군요.

 

<인터넷없이 어떡하냐>고 했더니, <컴퓨터 고장날때도 있잖아요>라고 느긋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럴줄 알고는 있었는데 사람이 궁해지니 강짜를 쓰게 되더군요.

어쨌든 빨리 보내달라고 부탁하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신속한 한국의 택배가 무척 부러웠습니다.

 

남편에 대한 원망이 쓰나미[?]처럼 일더군요.

더군다나 본인은 한국가고 없습니다.

잘되던 인터넷에 괜히 <긁어부스럼> 만들어 놓은 격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쩔수 없는 상황이라 마음을 접을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는 오늘이 <13일의 금요일>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너무 얕잡아 보았나 싶기도 하고요.ㅎㅎ

 

일주일동안 인터넷 없이 할수 있는 유익하고 보람된 일은 무엇일까 궁리해보았습니다.

아이들 데리고 미술관을 간다든지, 책을 본다든지, 그동안 엄마가 블로깅에 매여 혼자 놀곤했던

둘째와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잠시 평온을 되찾고 나니, <충분히 피할수 있는 일을 당한듯한 억울함>이 다시 치밀어 오르더군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회사에서 선을 챙겨넣지 않을리가 있겠나 싶기도 하고요.

그럼 선은 있었다는 것입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운송회사 직원이 꾸역꾸역 옛날 모뎀을 챙겨넣던 그 상자가 생각났습니다.

큰 상자에 작은 모뎀을 왜그리 힘겹게 구겨넣었을까요?

그 상자안에 선들이 들어있던 작은 곽이 있었다는겁니다.   

 

그럼 운송회사직원이 저에게 주어야될 선을 가지고 가버린 것입니다.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운송회사에 연락을 하면 됩니다.

그런데 전화,,핸드폰도 안됩니다.

겨우 붙들은게 큰아이의 10분 정도 통화 남은 핸드폰입니다.

 

일주일을 기다릴것인가,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운송회사로 연락을 할것인가를 생각하다가

중간에 끊어질망정 연락을 했습니다.

상황을 이야기하고 필요한 참고 번호, 제 핸드폰 번호까지 주고 나니 통화가 끊어지더군요.

 

할말은 다했으니 기다려보는수밖에 없었습니다.

조금있으니 핸드폰이 울립니다.

운송회사랍니다.

아침에 다녀갔던 직원이 선 돌려주러올거랍니다.

언제 오냐고 물었더니 30분뒤에 도착할거랍니다.

너무 고마웠습니다.

아마 핸드폰 들고 나도 모르게 꾸벅~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30분도 되기 전에 도착했습니다.

상자안에 하얀곽이 있더라고요.

<당신이나 나나 바보였지요?. 어쨌든 감사합니다.> 하고는 이렇게 연결해서 블로그에 글올리고 있습니다.^^

 

인터넷 없는 7일을 각오하고 있다가 횡재한 느낌입니다.

한국 같으면 이런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을수도 있겠지요.

파리 생활을 해보신 분들은 아실겁니다. 이곳에 살려면 기다림에 익숙해져야 된다는 것을요.

그리고 그런 기다림속에서 일어나는 손해는 본인이 감수하는수 밖에 없습니다.

 

이곳은 본인이 맡은 분야 일만을 하기에 문제가 있을시 해결하는 과정은

복잡하고도 오래걸립니다.

전자제품 AS 한번 맡기면 적어도 2주내지 한달은 생각해야 합니다.

어떻게 보자면 참 주변머리 없이 답답하게 일을 합니다.

그또한 장단점은 있겠지요.

 

다행히 감사하게도 선을 돌려받아 인터넷, 전화 연결했지만,

하루종일 누군가에게 끌려 다니면서 시달린 느낌입니다.

<13일의 금요일>에게 끌려다녔을까요? ㅎㅎ 아닙니다. 그냥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때로는 그런 삶에 끌려다니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것 또한 삶의 한부분이기에 <내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