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옛날 베트남을 떠난 보트피플들의 프랑스 정착기
2차대전 이후 베트남은 치열한 내전을 겪게 되는데, 1975년 월맹군이
승리하면서 결국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이 성립되었습니다.
당시 월남의 군인이나 월남 정권의 협력자들은 월맹군의 탄압을 피해
난민으로서 미국으로 건너갔는데, 베트남의 공산화 이후에도 배를 타고
남중국해를 통해 탈출하는 이들이 많아 <보트피플>이라는 이름이
생겨났습니다.
19세기후반부터 2차대전후까지 베트남은 프랑스 식민지였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프랑스는 보트피플들을 많이 받아들였습니다.
당시 백만명이 배를 타고 떠나와서 십만명이 바다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사회주의가 되어버린 땅에서 살아가는 것이나, 배를 타고 바다를 떠도는 것이나 목숨을 건 사투였습니다.
앞을 내다볼수 없는 절망의 망망대해를 지나오면서 삶에 대한 간절함이 생겨서일까요?
프랑스에 정착한 그들은 강인하게 삶을 개척해서, 대부분 프랑스 사회에서 인정받는 위치가 되어
잘 살고 있습니다. 제가 만난 프랑스의 베트남인들은 대부분 의사, 약사, 컴퓨터 기사들이었습니다.
큰 아이 초등학교 친구였던 베트남 아이의 아버지는 파리의 명문, 루이 르그랑 고등학교 출신으로
지금은 컴퓨터 기사로 있습니다. 그의 세자녀 모두 학교 성적이 우수했습니다.
오래전에 진찰을 받은 적이 있는 베트남 여의사는 프랑스땅에 무일푼으로 왔다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둘째 아이와 친하게 지내는 베트남인, 멜루완의 엄마, 린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린은 저와 나이가 같고, 1남 3녀중 장녀입니다.
어느날 그녀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데, 겸연쩍게 웃으면서 자기는 <보트피플>이었다고 합니다.
베트남에서 교장 선생님이었던 린의 아버지는 사회주의 정권의 괴롭힘에 못견뎌 가족들을 데리고
배를 탔던 것입니다. 1980년에 지금 프랑스 외무부 장관으로 있는 베르나르 큐슈네르의 인도를 받으며,
프랑스 북부지방도시인, 릴[Lille]에 정착했습니다.
베트남에서는 교장이었던 린의 아버지였지만, 프랑스에서는 노동자로 살았습니다
난민이었던 아버지의 프랑스 삶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프랑스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린은 불어를 몰랐기에 쉬는 시간에도 나가 놀지 않고 열심히 불어를 익혔습니다.
국제 무역과를 나와 지금은 베트남에 자수 공장을 두고 침구류를 프랑스에 수입판매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공장은 사촌이 맡아서 하고 있고, 린은 자주 베트남을 다녀오곤 합니다.
린은 아버지가 베트남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의 아들과 연을 맺게 되어
1남 1녀를 두고 정원있는 멋진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남편은 보험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2002년에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계십니다.
린은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강합니다.
오빠는 프랑스인과 결혼해서 아들하나를 두고 릴에서 살고 있고,
바로 밑 여동생은 결혼않고 어머니와 살며, 언니일을 도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막내동생은 베트남인과 결혼해서 큰언니집 근처에서 살며 역시 린의 일도 도우고 있습니다.
자녀들 건사하고, 홀로계신 어머니 챙기며, 두여동생들까지 신경쓰며 열심히 살고 있는 린을 보면
배울 점이 많이 있습니다만 어떨땐 지나치다 싶을정도로 의욕을 나타내어 부담스러울때도 있습니다.
제가 조그만한 문제만 이야기해도 답을 주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워낙 열심히 산 그녀의 삶의 태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영주권격인 10년 체류증을 받고 살고 있습니다만 린은 국적이 프랑스인입니다.
처지는 조금 다르지만 그녀나 나나 외국인의 삶일수 밖에 없기에 때로는 묘한 동질감을 느낄때도 있습니다.
얼마전 필즈상을 수상한 베트남인 소식을 듣고는 린은 투덜댔습니다.
그는 국적이 프랑스였는데, 어쨌든 원래 베트남인인데 뉴스에서 프랑스만을 부각시켜 이야기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프랑스는 그럴수밖에 없을테고, 그건 또한 그들의 현실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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