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음악 교육
왜 프랑스에서 음악교육을 안시키면 직무유기인지?
이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어떤 한국엄마가 아이 음악 시키려고 하니
음악학교까지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고하기가 너무 귀찮다고 하길래
제가 나무라며 했던 소리입니다.
왜 직무유기라고 했냐면요,
첫번째는 악기 하나 배우기 위해 음악이론과 합창을 의무적으로 시키면서 다방면으로 음악감성을 일깨워주며, 현악,관악 3년차부터는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서 다른 사람과 하모니를 맞추는 법을 배울수 있는 좋은 교육이기 때문입니다.
프랑스는 각구마다 시에서 운영하는 음악학교[conservatoire]가 있습니다.
보통 유치원 2학년인 4살부터 등록할수 있습니다. 물론 의무적인게 아니고 선택입니다.
4살부터 초등학교 1학년까지는 음악이론을 공부하는데 딱딱한 이론이 아닌
아이들에게 음감을 깨우는 프로그램들입니다. 그리고 여러 악기를 다루어 볼수 있게 하지요.
그러다가 초등학교 2학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음악이론과 악기, 그리고 합창을 합니다.
음악학교마다 조금씩 다를수 있는데, 악기를 배우려면 의무적으로 음악이론과 합창을 병행해야됩니다.
그리고 피아노는 음악 이론 1년 그리고 합창 1년을 통과해야지만 등록할 자격이 주어집니다.
왠만한 다른 악기들은 음악이론과 함께 시작할수 있는데,
한국과는 다르게 피아노에 대해서는 좀 엄격한 음악수준을 요구하는 것 같았습니다.
바이올린 같은 경우, 시작하고 2년뒤에 1기과정을 끝내는 시험에 통과하고나면 현악 오케스트라에 참여할수 있습니다. 바이올린 3년차부터 오케스트라에 참여하게 됩니다. 오케스트라는 1-3기까지 있습니다.
두번째는 저렴한 가격 때문입니다
악기, 음악이론, 오케스트라까지 해서 일년에 200유로[30십만원]냅니다.
일주일에 악기수업 30분, 이론1시간, 오케스트라 1시간30분합니다.
다소 민망하지만 자랑질[?] 좀 하겠습니다.
큰아이가 8년을 음악 학교에서 바이올린을 배웠습니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30분 렛슨으로 크게 잘할수 있겠나 싶었습니다.
악기는 렛슨과 본인의 연습이 중요하더군요.
30분 렛슨받고 혼자 집에서 거의 매일연습해야됩니다.
그렇게 해서 1기 시험을 거치고 지난 6월, 2기 시험에 좋은 성적으로 합격했습니다.
8명이 응시한 중에 4명이 통과했습니다.
떨어지지 않은 것만도 감사한데 좋은 성적까지 받아 정신없이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음악 이론은 매년 낙제생들이 나옵니다.
리듬, 높은 음자리와 낮은 음자리 그리고 다른 음자리들 음표보고 계명 말하기,
계명으로 노래하기, 이론, 음악듣고 음표그리기 등,이론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필히 이론공부를 해야만 됩니다.
딸아이는 8년을 이론공부를 해서인지, 피아노 건반을 아무렇게나 겹쳐 짚어도,
<베토벤 바이러스>의 장근석만큼은 아니지만, 계명을 알아맞춥니다.
딸아이는 음악이론으로는 더이상 올라갈 반이 없어 올해는 악기와 오케스트라만 합니다.
한국은 음악전공할사람 아니면 대부분 중간에 관둔다고 하더라고요.
공부가 중요하니 그럴수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곳은 비록 취미로 하지만 꾸준히 해서 나중에 다른분야에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그럼 삶이 좀더 풍성해지겠지요?
그리고 음악학교에서의 활동들은 나중에 이력서에 명시되게 됩니다.
어떤 효과가 있을런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고등학생이 되어도 공부때문에 음악활동을 관두지 않습니다.
고3이 되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차라리 학업에 대한 중압감을 음악으로 해소시킬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난 4월 1일에 있었던 오케스트라 발표회입니다. 가장 어린 1기 학생들입니다. 그날은 만우절.
프랑스 만우절에 아이들은 종이 물고기를 만들어 친구등에 붙여놓습니다.
그래서 지휘자 선생님도 등에 큰 종이 물고기를 붙이고 지휘를 했답니다.
세번째는 자주 관중들앞에서 연주하게 합니다.
바이올린을 시작한지 일년도 되지 않았는데 부모들앞에서 발표회를 한다고 합니다.
깽깽이 소리밖에 내지 못하는 아이를 발표시킨다고 생각하니
좀 당황스럽고 숙쓰러웠지만 다들 그렇게 하길래 봤더니만, 아이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자주 여러 사람들앞에서 연주하는 습관을 길러주며 익숙하게 하려는 의도같았습니다.
보통 일년에 두번 정도 발표회를 가집니다.
그리고 오케스트라도 일년에 두번, 때로는 세번 정도 발표회를 가집니다.
발표회라고 해서 격식도 없고 아주 자유롭습니다.
연주하다 틀리면 중단하고 다시하더라고요.
부모들로 가득찬 큰 홀에서 쨘~하고 잘보이려고 하는 연주라기보다는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가지게 하려는 의도가 더 큰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것이 있습니다.
큰 아이가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한 첫해에 선생님이 저와 아이에게 내어준 숙제가 있었습니다.
라디오 클래식 채널에서 나오는 음악을 듣고 아이에게 느낌을 노트에 적어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음악 제목과 아이 느낌을 적어갔었습니다.
선생님은 그 노트를 한번 보기만 하더군요, 처음 한동안 그렇게 반복하다가 서로 잊어버렸답니다.
한동안 한국 아이돌 가수 노래에만 빠져있던 아이가 얼마전부터 클래식 음악이 좋다고 합니다.
혹 그때 그숙제의 영향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프랑스에서 음악교육 안시키면 직무유기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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