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상황에 따라 형편을 봐주는 나라, 프랑스

파리아줌마 2010. 9. 16. 07:12

원리원칙보다는 예외를 인정하는 나라, 프랑스

 

-ça dépend[사 데빵] <형편따라, 상황에 따라>-

 

예전에 유학생들끼리 학교나, 집, 행정문제를 이야기할때는

무엇이든지 ça dépend, [사 데빵]이라고 했습니다.

이 사 데빵이라는 말은 <경우에 따라, 상황에 따라> 라는 뜻인데요.

 

원리원칙을 지킬수 있으면 좋을텐데 우리들의 삶에는

더러 예외의 경우가 오곤하지요.

그런 경우에 충분히 굽고 휘어질수 있는 

프랑스의 원리원칙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한국처럼 학연, 지연등 인맥으로 통하는 것이 아니고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상황입니다.

 

얼마전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위장전입이 사회문제시 되었지요.

이곳은 집주소지밖의 다른학교로 옮기려면 시청에 특례[dérogation] 신청을 할수 있습니다.

어떤 사유인가에 따라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거부되기도 하겠지요.

한국처럼 좋은 학군으로만 편중하려는 경향이 적으니 이유가 합당하다 싶으면  

왠만하면 받아들여집니다. 

 

둘째 아이는 지금 집주소지에 속한 학교를 다니고 있지 않습니다.

이 또한 조금 예외적인 경우인데요,

몇년전 소속학교가 재건축에 들어가는 바람에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있던 학교의 학생들은

지금의 학교로 옮겨 공부했습니다.

그러다가 공사가 끝나서 소속학교로 돌아가야되는데 집에서 조금더 가깝다는 이유로

다니던 학교에 머물러 있고 싶어 특례 신청을 했고, 어렵지 않게 받아들여져 잘 다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다른 이유들도 있었습니다.

소속학교로 가는 길에는 주택들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앞에는 슈퍼마켓, 세탁소, 우체국, 서점까지 있어

아이를 데려다 주고, 찾아오면서 다른 일들을 볼수 있는 잇점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파리시내의 명문 공립 고등학교로 진학하려면 서류제출해서 심사받으면 됩니다.

 

그리고 의료보험이 없으면 종합병원에 한해서는 사회구호센터[assitance sociale]가 있어

무료로 진찰, 치료를 받을수 있습니다.

 

예외없는 경우는 없다고 하지요.

이런 유연함이 사회적으로 지위높은자들의 사리사욕으로 이용되는 것이 아닌

서민들이나 저희같은 외국인들의 삶을 편리하게 합니다.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았을때 서류문제로 남편과 파리 경시청을 자주 드나들었습니다.

연일 경시청에 갔었는데 어느날 청사안에 들어갔다 나온 남편은 신이 나있었습니다.

팔자걸음을 걷는 사람이 급하게 뛰다시피하면서 걸어올때는 차마 혼자 보기에는 아까운 장면이었습니다.

<왜 저러나> 싶었지요.

 

알고보니 한국 운전면허증을 대사관에서 공증해서 가지고 다니던 것을

프랑스 운전면허증으로 바꾸었다는 것입니다.

프랑스의 분홍색 면허증이 있으면 보험료도 훨씬 저렴한 것으로 가입할수 있습니다.

 

어떻게 바꿀수 있었느냐면, 전날 서류일을 보다가 우연히 한번 요구해보았는데, <안된다>고 하더랍니다.

당시에 제가 알기로도 원칙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같은자리에 다른 사람이 있길래 무턱대고 물어보니 바로 바꾸어 주더라는겁니다.

 

행정의 느슨함을 지적할수도 있을겁니다.

그 느슨함으로 손해본 적도 있었지만 이렇게 유익본 적도 있었답니다.

 

또한 서류를 완벽하게 해가도 티끌잡듯이 태클을 거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황에 따른 유연함이 반대로 사람에 따라 완악함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 모든 것들이 얽히고 섥혀있는 곳이 세상이겠지요. 

 

은행이나 관공서 가서 무엇을 물어보면 상황을 장악하고 있는 프랑스인들조차 그럽니다.

<사 데빵[ça dépend],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라고요.

 

어쩌면 이런것을 보고 상식이라고 하는 것이 아닌지요?

돈이 없어 치료 못받으면 나라에서 치료해주고,

거리가 보다 멀면 가까운 학교로 옮겨주고,

가난하면 정부에서 보조해주고,

그들의 원리원칙이라는게 어느정도는 이런 상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경우에 따라 적용하는 것도 다르겠지요.

 

이는 또한 프랑스 똘레랑스 정신의 한부분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