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프랑스 고3과 열공하는 대학생
프랑스 학교는 초등학교 5년, 중학교 4년, 고등학교 3년입니다.
또한 직업 고등학교로 가서는 졸업후 바로 사회진출하는 이들도 있고,
따로 직업고등학교용 대학시험을 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프랑스의 최고 학교인, 그랑쩨꼴[Grandes Ecoles]입학은
대입시험을 치르고 난뒤 준비과정인 프레빠[classes préparatoires] 2년을
거쳐야 합니다.
프랑스의 대학입학시험[baccalauréat]는 한국의 수능만큼 치열하지가 않습니다.
그냥 대학 진학을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 같은 것입니다.
합격률은 2009년의 경우, 85%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같은 입시 스트레스는 없습니다.
대학입학 시험 치르는 고3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은 학교 생활을 합니다.
그리고 해오던 취미활동을 입시생이라고 중단하지도 않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프랑스는 모든 대학이 평준화 되어있기에 어떤 점수를 받던
대입시험만 통과하면 원하는 대학, 원하는 과로 진학할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랑쩨꼴 진학을 위한 프레빠에 가는것도 서류 심사받아 대입시험 치르기전에
입학 유무가 결정됩니다. 대입시험에 응시하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고3이라고 특별히 더 공부를 많이 해야된다는 부담같은 것은 없습니다.
바깔로레아 점수에 따라 등급이 있습니다.
20점만점에 10점이상이면 합격되는데요,
16점이상이면, très bien. 14에서 16점이면 Bien, 12점에서 14점이면 Assez Bien이됩니다.
12점이상이되어 등급이 매겨진다면 성적이 좋은 것이 됩니다.
이 성적은 나중에 이력서에 기입되어서 입사에 영향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프레빠 진학이나, 대학입학에는 아무 소용없습니다.
치열한 대학1년
그런데 문제는 대학진학하고 나서부터입니다.
고3때까지만해도 널널하던 프랑스 아이들은 대학 들어가서는 공부에 매진해야만 낙제를 면할수 있습니다.
좀 극한 예를 들자면, 의대 같은 경우,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가는데 10%만 통과시킵니다.
나머지 학생들은 낙제를 하게되지요. 그리고는 단한번만 더 기회를 줍니다.
다음해에도 2학년에 오르지 못하면 제적입니다. 다른 과로 가야합니다.
고3때까지 핸드폰으로 친구들 불러내어 축구하며 놀던 어떤 아이는 의대 1학년되자마자
학교앞으로 원룸 구해 이사가서는 친구들과 일체 연락을 끊고 열심히 공부해서 2학년으로
올라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프랑스 대학 1,2학년은 수많은 과목을 이수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처럼 여유로웠다가는 낙제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프레빠에 들어간 아이들은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합니다.
집이 근처에 있더라도 학과를 따라가려면 정해진 기숙사 생활을 하는게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프레빠는 9월 개학이지만 여름방학때부터 읽고 공부해야될 책목록들을 이메일로 쫙~~ 보내온다고 합니다.
그랑쩨꼴 준비과정인 프레빠 공부는 살벌합니다. 여간해서는 따라가기 힘들다고 하더군요.
이곳 또한 의대처럼 한번의 기회만 더 주고 통과하지 못하면 제적입니다.
전과가 용이한 프랑스 대학
우리나라에서 학과를 옮기려면 수능을 다시 보아야되지요.
이곳은 수능 다시 보지 않고 전과를 할수 있습니다.
의대나 프레빠에서 쫓겨나도 예전 보았던 바깔로레아로 다른 과로 진학할수 있습니다.
그러니 원하는 과에 들어갔다가 <이게 아니다> 싶으면 언제든지 부담없이 과를 옮길수 있답니다.
예전부터 프랑스에서 대입시험의 사회적인 의미는 운전면허증을 따듯이 성인으로 가는
일종의 관문같은 것이었다고 합니다.
프랑스의 유명인사들 가운데는 바깔로레아 자격증이 없는 사람들도 많다고요,
예전 노동부 장관을 지닌 피에르 베레고부와,앙드레 말로,알랑들롱, 제라르 데빠르뒤,
방송인 미셜 뒤르께, 유명한 공산주의자인 조르쥬 마르셰 등은 대학시험도 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들 나이 지긋한 사람들입니다.
이렇듯 예전에는 대학입학시험을 치르지 않거나, 대학 2년과정만 마쳐도 문제 없이 취직이 되었는데
요즘 실업난 때문에 더 많이 공부해서 학위를 따려고 한다고 합니다.
수직관계속에 있는 대학 입학을 위해 입시지옥속에서 지내는 한국의 고3들과,
대학 들어가면 널럴해지는 한국 대학생들과는 반대의 모습이지요.
중학교가면 초등학교때보다는 공부를 더많이 하고, 고등학교가면 중학교때보다 공부가 어려워져서
더 열심히 해야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대학과정은 최고로 공부를 많이 해야되는 단계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고3에 인생의 모든 것이 결정되어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세상의 이치와 순리를 역행하는 것에는 좋지못한 결과들이 항상 나타나게 되어있는것 같습니다.
한국의 어쩔수 없는 교육 현실이기는 하지만 자연스러운 것들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고등학교까지는 대부분 미성년자들입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거치면서 세상을 더욱 넓게 보고
깊이 이해하는, 사고의 폭을 넓혀나가야 할때에 공부에 얽매이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인성이 정립되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공부에 흥미를 못느낀다면 고등학교 졸업후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볼 일이고요,
더 공부하고 싶다면, 적어도 성인이 된 대학때부터는 공부에 대한 압박감이 주어져도
거뜬히 책임지고 감당해나가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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