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고정관념과 편견을 경계하는 프랑스 초등교육

파리아줌마 2010. 10. 12. 07:19

고정관념과 편견을 거부하는 나라, 프랑스

 

프랑스는 보통 초등학교 2학년 산수시간에 좌우의 개념을 가르칩니다.

처음에는 이런것도 가르치나 싶었지요.

왠만한 아이라면 오른쪽, 왼쪽 방향을 약간만 가르쳐주어도 어렵잖게

익힐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작은 아이 산수공책을 보니,

좌우 방향 문제에 모두 틀렸더라고요.

제가 다시 살펴보아도 아이는 잘했는데,

왜 선생님은 틀린 것으로 표시를 해놓았는지 몰라 잠시 바보가

된것 같았습니다.

 

좀 당황스러워 큰아이에게 달려가 물어보니,

큰아이는 "엄마방향이 아니고 그림방향을 이야기한거잖아" 하더라고요.

정말 그러고 나서 다시 문제를 보니 나의 오른쪽, 왼쪽이 아닌

그림의 오른쪽, 왼쪽을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아~~~ 꽉 막혔던 머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나오더라고요.^^

그때서야 작은 아이도 알아차리더라고요. 그리고는 친구들도 모두 자기처럼 해놓았다고 했습니다.

 

왜 좌우방향을 익히는 공부를 철저히 시키는지 알수 있었습니다.

  

오른쪽, 왼쪽하면 사람들은 당연히 나의 방향으로만 생각합니다.

이는 내쪽에서만 바라보고 판단하겠다는 편협한 사고가 심어질수 있습니다.

내가 바라보고, 판단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상대의 방향에 대한 생각이 없다면, 쉽게 주관적인 것을 객관화 시켜버릴 위험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고정관념과 편견은 내가 살면서 겪었던 주관적인 상황을 객관화시켜 버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사고는 절대로 넓어질수 없습니다.

 

고정관념과 편견은 같은 유형입니다. 고정된 생각속에서 편견은 자라날수 있고,

편견속에서 차별은 잉태될수 있는것이니까요.

 

올초 프랑스 교사들이 초등학생들에게 동성애에 관한 만화 영화상영을 허락해 달라는 서한을

교육부 장관에게 보낸 이유는 어린시절부터 심어질수 있는 차별을 경계해서였습니다.

동성애자든 다른 어떤 소수자들을 옹호하는 의미보다는 차별속에서 자라날수 있는

아이들의 삐뚤어지고, 편협된 사고방식을 염려하는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고정관념과 편견을 경계해야 되나 봅니다.

 

프랑스는 이런 오류를 줄이기 위해 초등학교때부터 좌우 방향감각을 철저히 공부시키는 것 같습니다.

나의 오른쪽은 상대의 왼쪽이라는 것, 어린시절에 정확하게 다지고 좀더 상대를 생각하고 배려하다보면

모든 사물을 대하는데에도 보다 넓은 생각을 가질수 있으리라 봅니다.

 

내아이를 도덕 로봇으로 만들고 싶지않아요

 

몇년전, 다르코스 교육부 장관의 교육개혁안에 반대해 프랑스의 650개의 초등학교에서

학부모들과 교사들이 밤을 지새우는 시위가 있었습니다.

 

개혁안중에는 초등학교에서 도덕과목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에 어떤 초등학생 학부모는 프랑스 앵포와의 인터뷰에서 "제아이가 도덕이 무엇인지도 이해하기 전에,

주입식, 강압적으로 도덕을 교육받는 것이 싫어요. 어떠한 이해도 없이 단지 행동만 하는 도덕로봇으로 만들고 싶지않습니다."라며 시위참가 이유를 밝혔습니다.

 

도덕이라는,,아무리 좋은 것들이라도 이해되지 않고 집어넣으려는 주입식 교육을 강하게 거부하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한국분들이 프랑스 의류업계를 방문했을때 통역한 적이 있었습니다.

프랑스 관계자는 "우리와 방법과 생각이 다르다고 무작정 거부하지 않습니다. 일단은 채택해서 시험해본다"고

하더라고요. 왜 파리가 문화예술이 발달하고, 패션의 도시가 될수 밖에 없었는지 알수 있었던 말이었습니다. 

 

똘레랑스가 대인관계에서 나온 말이라면,

고정관념과 편견은 사람관계 뿐만 아니라, 사물을 보는 관점까지 통틀어 이야기하는것입니다. 

똘레랑스의 보다 넓은 의미라고도 할수 있겠지요.

 

아이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태어나는것 같습니다.

어린시절부터 고정관념과 편견을 경계하고, 주입하기보다는 자유로운 사고와 표현으로,

무한한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워나가게 한다면 좋을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