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프랑스에서 자라는 한인자녀들의 한글교육은?

파리아줌마 2010. 10. 10. 08:08

프랑스에서 자라는 한인자녀들의 한글교육은?

 

프랑스에서 태어나 교육받고 있는 아이들의 한글교육에

대한 부담은 항상 있었습니다.

 

한국인의 정체성이나 민족성 같은 거창한 구실을 떠나,

한국인의 모습을 하고서는 한국말이 어눌하거나, 서툴다면

본인이 나중에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듭니다.

 

아무래도 자주 한국을 드나들게 되겠고,

친척들과 모처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언어장애가 있다면 

좀 거시기[?] 하겠지요? 

 

한인아이가 태어나 말을 익히기 시작하게 되면 불어를 먼저 가르치는 부모가 있더라고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프랑스에 사니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았습니다.

프랑스 학교에서 교육을 받게되니 그랬겠지요.

 

하지만 저같은 경우는 학교가기전에는 불어를 안했습니다.

부모가 비록 프랑스에 살지만 한국 사람이니 한국말부터 하는게 또한 당연했습니다.

 

큰 아이 유치원 1학년때 선생님이 아이가 불어를 못한다고 집에서 불어를 하라고 하더군요.

일단은 <알았다>고 해놓고는 속으로는 <내가 집에서 아이랑 뭣하러 불어를 해?

어차피 학교생활하면 저절로 익히게 되는게 불어일텐데, 나는 장차 한국말이 걱정이>라며 강하게 거부했더니,

아이는 아무 문제없이 학교생활을 잘해나갔습니다.

 

큰아이는 동생이 태어날때까지 파리의 한글학교를 다녔습니다.

지금은 기독한글학교가 하나더 생겨 두개인데,당시에는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파리7구에 있는 프랑스 학교를 수요일 오후만 빌려 한글학교로 사용했었습니다.

 

한 2, 3년 다니다가 동생이 태어나는 바람에 엄마가 데리고 갈 수가 없어 관두었습니다.

하지만 아이 한글교육에 대한 부담은 많았습니다. 

 

그런와중에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한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게 아이에게는 꽤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식 표현을 알게 되고, 모르는 말들을  물어오더라고요.

하지만 드라마 보는데 아이가 중간중간에 물어오면 몰입이 안되어 짜증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때는 무조건 보기만 하라고 했죠. 아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재미있게 보았을때였을겁니다.

 

그러면서 아이는 한국인의 정서를 알아가기 시작하더라고요.

한국 드라마의 파급효과는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아이돌 가수를 좋아하게 되면서 걱정했던 한글이 늘어갔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하며 한글을 익히게 되고 요즘은 연예계 기사 정도는

뜻을 파악하며 읽을수 있게 되었습니다.

억지로 익힌 것이 아닌 본인이 관심가졌던 분야라 스스로 알고 싶어했으니 더 좋은 것이겠지요.

 

파리외곽, 한인 엄마들의 품앗이 한글공부방

 

                                                                                            10월 9일, 한글의 날에 앙토니 한글 공부방의 모습 

 

둘째는 한글학교도 보내지 않았습니다.

가끔씩 엄마와 한글을 익힐라치면 장난스럽게 임해서 도저히 공부가 되지 않았답니다.

한글학교에 간다면 수요일 오후 시간은 몽땅 비워 놓아야 됩니다.

 

이래저래 고민하고 있던 차에 같은 동네에 사는 한인엄마가 서로 돌아가면서 선생님하는

품앗이 한글공부방을 제안해왔습니다. 그때가 2009년 1월이었습니다. 

 

매주 토요일, 각집에 돌아가면서 아이들 모아 한글공부 시키고 있답니다.

한인 가정의 아이와 아빠가 프랑스인인 한불가정의 아이, 제 아이, 이렇게 셋이서 합니다.

 

하필 오늘[9일] 한글의 날, 저희집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오늘이 한글의 날이고, 한글은 세종대왕이 만들었다는 것을 이야기해주었답니다. 

 

파리외곽지역인 앙토니에 살기에, <앙토니 한글공부방>이라 이름지었답니다.

덕분에 작은 아이는 이제 한글을 읽고 쓸수 있게 되었답니다.

 

한불가정의 프랑스 엄마, 아빠들도 자녀들에게 한글을 꼭 익히게 하더라고요.

아이들이 집에서 불어를 하면 매를 들기까지 한다는 한인 부모도 있고요,

자녀의 한글교육에는 아예 관심없는 부모들도 있습니다.

 

저희들도 원칙적으로는 집에 오면 한국말만 해야된다고 이야기하지만 잘안지켜지고 있습니다.

 

어쨌든 외국에서 자라고 있는 한인자녀들에게 한글교육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