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시민들의 발을 묶어놓는 프랑스 파업

파리아줌마 2010. 10. 13. 08:34

2주간 기차역문을 닫아놓았던 프랑스 파업

 

오늘[12일] 프랑스는 또다시 파업의 소용돌이속에 있었습니다.

9월이후 벌써 4번째 파업입니다. 퇴직 연장과 연금수령 나이를

늦추는 연금개혁안에 반대해서입니다.

 

파업시 시민들을 가장 불편하게 하는 것이 대중교통의 마비입니다.

공무원들이 많은 프랑스 대중교통은 파업했다하면 

시민들의 발을 묶어놓을 정도입니다.   

 

기차로 귀가해야 하는 큰아이에게 걸어오라고 당부했습니다.

빠른 걸음이면 한 30, 40분은 걸릴 거리에 학교가 있습니다.

 

정부와 노조간의 팽팽한 팔씨름이 계속되고 있는 듯합니다.

 

이미 지난 8일에는 프랑스 상원에서 정년을 60세에서 62세로 연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연금수령 나이도 65세에서 67세로 늦추는 것에 대한 투표를 했다고 합니다.

 

연금개혁안 반대 파업에는 프랑스인들 69%가 노조를 지지하고 있고,

66%가 무기한 파업에도 긍정적이라고 한답니다.

 

 

                           

                            오늘[12일] 파리의 시위행렬대입니다. 프랑스 통신사에서 가져온 사진입니다.

 

"무기한" 이 될수 있다는 소식에 몇년전의 심한 불편함을 겪었던 파업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그때가 2007년, 사르코지 정부가 들어서고 연금개혁안이 막 나왔을때 이를 반대한 노조들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설마 설마 했는데 정말 무기한으로 파업을 하더라고요.

파리및 외곽지역을 다니고, 드골공항까지 연결되어있는 RER B선이 다니는 저희집 근처 기차역에는

무려 2주동안 셔터가 내려져있었습니다.

 

같은 학교 다니는 아이를 둔 동네 엄마와 서로 도와 아이들을 등하교 시키다가 

어느 날인가는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큰아이가 혼자 집으로 돌아와야 되었답니다.

지금이야 많이 커서 <걸어오렴> 해도 애처롭지 않은데,

그때만해도 막 중학교 들어간때, 우리나라로 치자면 초등학교 6학년이었습니다.

 

고민하다가 아이같은 반에 있는 한국남자아이의 부모님에게 외람된 부탁을 할수밖에 없었습니다. 

얼굴정도만 알고 그리 잘알지 못하는 분에게 <아이를 좀 데려다 주십사>부탁하려니 많이 힘들더라고요.

우리집은 그집을 가는 길에 있기에 부탁드렸습니다.

 

해도해도 너무 한다 싶었습니다. 내일은 괜찮아지겠지, 또 내일은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그렇게 2주가 지나가더라고요. 그동안 발이 묶인채 꼼짝없이 집에만 있어야 되었습니다.

 

어쩌다 한대씩 지나가는 버스는 사람들로 꽉 들어차있어 예전 한국의 만원버스를 떠오르게 했습니다.

프랑스인들은 이런 광경을 보고, "통조림속의 꽁치들"이라고 합니다.

 

차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은 심한 도로정체를 겪으며 운전해야 됩니다.

오늘 집에 들어온 남편은 평상시 20분밖에 안되는 거리를 시위행렬로 인해

3시간 30분이나 걸려 도착했다며 진저리를 치더라고요.

 

교통,항공, 우체국, 전화국등 공공기업들이 파업을 하기 때문에 사실 프랑스 전체가 마비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도 이 사회는 돌아가더라고요.

 

 

                                  

                                                                  파업있는 날 파리 지하철 모습입니다. 프랑스 통신사 사진.

 

불편한 파업의 와중에도 신선한 일이,,

 

불편하고 짜증스런 파업의 와중에도 신선한 일들이 있습니다.

파업이 오래되면 프랑스 회사들은 하루정도 비공식적인 휴가를 합니다.

가벼운 트레이닝 복장을 하고 가까이 사는 지인들, 혹은 가족들과 

즐겁게 공원을 산책하는 이들을 볼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운전자들은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방향을 이야기하고 

같은 방향으로 가는 이들을 태워 주기도 합니다. 시민연대의식은 이런때도 발휘가 되더라고요.

그런데 짜증내는 사람 별로 없습니다. 회사에 늦게 출근해도 파업이니 모든게 이해가 됩니다.

같은 동네에서도 서로 이야기해서 함께 차를 타고 출근을 합니다.

 

고등학생, 대학생들까지 동참한 연금개혁안 반대 파업

 

오늘[12일] 파업은 최고의 규모였다고 합니다.

노동조합에 의하면, 프랑스 전체 3백만이 모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퇴직연금에 대한 파업인데 고등학생들과 대학생들까지 동참해서,

프랑스 전체 300여개의 고등학교가 오늘 수업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파리에는 22개의 고등학교들이 수업이 없었고, 3개 학교는 봉쇄되었다는데요,

프랑스 정부는 고등학생과 대학생들까지 합세하니 걱정스러워하고 있습니다.

 

2006년 최초고용계약법[CPE] 반대 시위때 고등학생들과 대학생들의 과격한 시위로

결국은 총리가 그 법안을 철회시켰거든요.

 

어린 고등학생들까지 등장시켰다고 노조를 비난하는 네티즌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산주의와 좌파 의견들이 분분하더라고요.  

그런데 정치인들이 아닌 일반 네티즌들이 댓글로 좌파를 운운하는 것이었습니다.

 

한번씩 파업과 시위로 뭉쳐지는 프랑스인들을 보면 대단한데, 노조결성이 잘 되어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각 지역 노조들은 파업한다 그러면 일사불란하게 행동으로 돌입하더라고요.

 

연금개혁안 반대 파업은 위에서도 밝혔다시피 프랑스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인으로서 프랑스에 살면서 접한 파업은 불편함을 가져다 주기는 했지만,

프랑스인들의 강한 시민저항의식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의 이기심으로 정책을 펼치지 못하게 하더라고요.

그 옛날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한 조상들을 둔 프랑스인들이라 그런가 봅니다.

 

파업하면 노조 위원장이 구속되는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르지요.

프랑스 노조위원장은 정치인만큼 힘이 강하더라고요.

파업시에 자주 언론에 등장하는 프랑스 총노동연맹위원장인, 베르나르 띠보 [Bernard Thibault]씨는

잘 몰랐을때는 정치하는 사람인줄 알았습니다.

 

더군다나 파업은 국녹을 먹고 있는 공무원들이 합니다. 이 또한 많이 다른것이고요.

파업과 시위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무기한이 될수 있다는 소식에 걱정이 되기는 합니다만,

파업의 불편함 한두번 겪어본 것도 아니고, 이제까지 살아온 것처럼 그렇게 살아가면 되겠지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