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살아보지 않고 어떻게 결혼하냐는 프랑스인들

파리아줌마 2010. 10. 14. 08:01

살아보지 않고 어떻게 결혼하냐는 프랑스인들

 

다른 서양의 나라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프랑스인들은 결혼전에 왠만하면

남녀가 함께 삽니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겠지요.

 

예전 일관계로 잠시 만난 아리따운 프랑스 여성 모델은 "살아보지 않고

어떻게 결혼을 할수 있냐"며 당연히 이야기하더라고요.

그이야기를 듣고는 "어쩜 저럴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남녀가 동거생활한다는 것은,, 요즘은 한국도 많이 달라졌겠지만

예전같으면 부모님 반대로 야반도주한 우리나라 커플들의 이야기속에

자주 등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이한둘 낳고나서 겨우 부모님에게 결혼을 허락받아 식을 올리지요.

결혼식장에서 신부는 그사이 살아온 세월이 한스러워 눈물 흘리곤 했던것 같습니다.

 

또한 동거라면 철없는 남녀의 불장난으로 여겨지곤 했지요.

 

프랑스는 사회에서 동거를 인정합니다.

1968년부터 법적으로 동거를 인정하면서, 1972년에서야 혼외 자녀에 대해서도 동등한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프랑스 남녀들은 서로 좋아하면 일단 같이 살고 봅니다.

거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사귀는 것과 살아보는 것은 다릅니다.

이는 아주 현실적입니다. 배우자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현실에 부딪혀보고 결혼을 하든지 말든지 하겠다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여기에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가령 월세 아파트에 사는 남녀가 만났으면 굳이 따로 떨어져 살며 집세를 이중으로 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겁니다.

 

그렇게 살다가 아이가 생기면 큰 축복으로 여기고, 결혼하지 않고도 아이낳아 기릅니다. 

우리나라처럼 <미혼모>라는 말 자체가 없습니다. 그냥 엄마일뿐입니다.

단지 결혼을 하지않고 동거생활하는 와중에 태어난 아이입니다.

혼인하에 태어난 아이들과 같은 사회혜택을 받습니다.

 

예전에 친구와 친하게 지내는 프랑스 남자와 잠시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혼자사는데 딸이 하나있답니다. 딸은 엄마가 키우고 있고, 주말마다 아이를 만난답니다.

동거하다 낳은 아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아이엄마와는 헤어졌답니다. 

 

동거하다 아이 태어나고, 아이엄마와는 헤어지고, 세식구가 떨어져 사는게

당시 저에게는 너무 불쌍해 보였고, 비극이었습니다.

 

넘 안됐다는 표정으로 이것저것, 신상조사하듯 물어보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불쾌했을것 같은데,

거부감 없이 친절하게 답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살아서 어떻하냐"고 물으니 학교에서도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런 상태로 있기에 크게 이상할 것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는 비록 헤어졌지만 아이 엄마를 만나 가장 기쁘고, 좋았던건 아이가 태어난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말 우리 사고방식과는 많이 다르구나 싶었지요.

 

시민연대계약[PACS]으로 동거커플에게도 결혼한 이들과 같은 사회혜택이 주어져

 

1990년부터 매년 결혼하는 커플들은 10%밖에 되지않고, 90%가 동거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점점더 오래 살아보고 결혼하게 된다고 합니다.

결혼전 10년 이상 동거하는 커플들이 1970년에는 7.6%였는데, 2000년에는 30%에 달했습니다.

 

1998년 동거하며 한자녀를 가진 경우가 55%, 두자녀 이상을 가진 경우가 45%였습니다.

 

이렇게 많은 커플이 결혼도 하지 않은채 자녀를 낳고 살고 있으니 프랑스 정부도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1999년 11월, 시민연대계약[pacte civile solidarité, PACS]을 만들어 동거커플들에게도

혼인커플과 동등한 자녀양육혜택과 가족수당, 세금면제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동성 커플들에게도 해당됩니다.

 

그러기에 동거 커플들도 서슴치 않고 자녀를 가집니다. 이는 프랑스 저출산 극복의 큰 역할을 했습니다.

프랑스 신생아들의 53%가 혼외출생이랍니다.

그러고 PACS가 실행되고난후 결혼률도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동거 커플로는 2007년 대선때 사르코지의 막강한 경쟁자였던 사회당 후보 세골렌 루와얄은 사회당 당수인 프랑소와 올랑드와 20년동안 동거하면서 네 자녀를 두었습니다.

2007년 대선에서 떨어지고는 올랑드와도 헤어지더라고요.

 

동거와 결별, 결혼과 이혼에서 가장 어려운건 당사자들보다는 자녀들이겠지요.

비록 많은 아이들이 그런 환경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어쩔수 없는 상황이 있기는 하지만,

결혼이든, 동거든, 한지붕안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사는게 한국이든 프랑스든 아이들에게는 좋지 않을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