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프랑스인들의 언어표현속에서 느껴지는 똘레랑스

파리아줌마 2010. 10. 16. 08:31

프랑스인들의 언어표현속에 나타나는 똘레랑스

 

매일 아침 아이들 학교가기전 시간대에 프랑스 방송 3번 채널에서

<c'est pas sorcier>라는 어린이 교육프로그램을 방영해 줍니다.

그대로 번역하자면 <마술사가 아니다> 라는 뜻입니다.

 

생활에서 접하는 모든 것들이 <마술이 아니라> 과학적인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쉽게 가르쳐주는 프로입니다. 

 

오늘 아침은 감기로 인한 비염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내시경을 통해 콧속깊은 곳까지 보여주더라고요.

 

 

그러면서 날씨가 추워지면 감기가 걸릴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프랑스인들은 <날씨가 춥다>고 표현 안하고, <많이 덥지 않다>라고 합니다.

 

추워서 옷깃 여미며 오들오들 떨면서 <그리 덥지 않다>라고 하면 황당해집니다.

그뿐 아니라,, 이를테면, 못생겼다고 하지 않고, 가장 덜 예쁘다고 합니다.

키가 작은 것은 키가 덜 크다고 하고요, 어려운 것은 쉽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좋다, 괜찮다>는 나쁘지 않다고 합니다. 이렇듯 항상 표현이 완곡합니다.

 

어떻게 보면 감정을 절제하는 언어표현 같기도 합니다.

나쁘거나, 좋은 것을 직접적으로 표현치 않고 돌려말하니까요.

 

그러면 추운것을 덥지 않다라고 한다면 더운 것도 춥지 않다라고 해야되는데,

그건 곧이곧대로 덥다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어려운것을 쉽지 않다고 한다면,

쉬운것을 어렵지 않다고 해야되는데, 쉽다고 합니다.

 

그차이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답니다.

 

옛날부터 더위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그리 문제시 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추위가 닥치면 다르지요. 그리고 쉬운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어려운것은 힘든겁니다.

 

춥고, 어려운 것은 예민할수 있는 부분이기에 상대방에게 끼치는 영향을 생각해서

표현을 완화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언어는 다른 이들과 소통할수 있는 사회적인 도구입니다.

내가 한 말을 들은 상대가 어떤 의미와 느낌을 전달받는지는 당연히 생각해야되겠지요.

그러니 너무 직접적이거나 자극적인 언어표현은 될수 있으면 삼가하게 됩니다.

아무리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더라도 너무 강하고 자극적인 말을 듣고 나면 좋지는 않더라고요.

 

또한 내뱉은 말한마디로 내 정신이 지배하기에

동서양을 불문하고 예로부터 말을 골라하고 조심해야된다는 이야기가 나왔겠지요.

 

개인적으로 프랑스인들의 완곡한 표현은 나와 상대가 다름을 인정하는 똘레랑스의 한면으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돌려 완곡하게 표현하는것이 항상 좋지만은 않은게,

조롱과 야유가 섞인 말을 교묘하게 하기도 합니다.

그런 말을 들었을때는 함께 이야기하며 웃다가 집에 오면 기분이 나빠지곤 하지요.^^

 

<네가 원한다면 도와줄수 있어>

 

예전 유학생시절에 친하게 지내던 한국언니 이야기가,

"나는 프랑스 아이들이 뭘 도와주려고 하면서, <네가 원한다면>이라고 할때가 정말 얄미워"라고 하더군요.

너무 공감이 되어 함께 맞장구 쳤습니다.

 

우리네 정서로는 도움 주는데, <네가 원한다면>이라고 마치 무슨 조건붙이듯이 이야기하면

김빠져서 도와달라고 부탁못합니다.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도와줄량이면 상대방 의견 같은 것은

생각지 말고 덥썩 달려들어야 합니다. 그게 인지상정이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인들의 <네가 원한다면>을 다시 생각해보니, 무조건 달려들어 도우는 것은 도와줄수 입장은 강자가 되고, 도움받는 입장은 약자가 되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상대의 의견은 아랑곳 없어지지요.

얼마나 큰 도움인지는 모르겠지만 살아가면서 서로 도우는데 강자, 약자가 있다는 것은 우스꽝스런 일입니다.

 

본인이 봤을때 상대방이 도움이 필요하기에 당연히 나의 도움을 원하리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자 상대를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물론 원할수도 있고, 원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네가 원한다면>이라는 조건부가 있어야 되는 것이겠지요.

 

얄밉게만 생각했던 프랑스인들의 언어표현은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배려하는 똘레랑스의 한 정신이었음을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답니다.

 

이제부터라도 미약한 도움이나마 줄수 있게된다면, <당신이 원하신다면>을 꼭 붙여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