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나라가 마비되는듯한 파업에도 느긋한 프랑스인들

파리아줌마 2010. 10. 20. 08:21

작년 신종플루에도, 현재 파업에도 항상 느긋한 프랑스인들

 

지난주부터 연금개혁안 반대 파업으로 프랑스 전체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오늘 르몽드지 기사를 보니, 사르코지 정부는 노조의 파업을

다소 거치면서, 연금개혁안을 통과시키는데 큰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돌발상황이 닥쳤습니다.

바로 유류업계 파업과 고등학생들의 시위였습니다.

 

오늘 오후, 집에 있는데 구호외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제가 사는 앙토니에 있는

데카르트 고등학교 학생들이었습니다.

 

남학생과 여학생들이 번갈아가며 구호외치는 소리만 들었습니다. 나가볼수 없는 상황이었답니다.

사립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딸아이 학교는 조용하기만 합니다.

카톨릭 사립학교인데요, 아이들끼리 <카톨릭 부르조아들>이라고 한다고요.

 

그리고 시위 진압하기 위해 달려가는듯한 경찰차의 요란한 사이렌 소리는 오후내내 울렸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월요일부터 주유소에 기름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런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현재 프랑스 전체 주유소 3분의 1이 기름이 말라버린 상태라고 합니다.

어제 남편은 주유소 갔다가 포기하고 돌아왔더라고요.

주유소앞에 차들이 너무 길게 늘어서 있기에 도저히 기다릴수 없었다고 합니다.

 

오늘 프랑스 지방도시인 낭트 북쪽에는 무려 5백미터까지 주유하려는

차량들이 늘어서 있어 도로통행에 차질이 있었다고 합니다. 

 

대중교통 이용은 지난주보다는 나아졌습니다. 지하철, 버스들은 정상 운행하고 있고요,

파리및 외곽을 다니는 기차, RER도 출퇴근시간에는 큰 불편없이 이용할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에 프랑스 파업이라면 가장 큰 타격은 대중교통인데요,

지난주는 시민들 움직이지 못하게 교통 단절시켜놓고, 고등학생들까지 가담하고,

유류공급에 타격이 오니, 이번주는 대중교통은 큰 불편을 주지 않고 운행합니다.

왠지 치고 빠지는듯한 느낌이 드는게, 파업 전략도 잘세운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유류업계 파업은 왠만한 대중교통 파업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운송차량들이 기름이 없어 운행을 못하게 되면 나라 전체가 마비되겠지요.

그 타격은 엄청납니다. 이미 중소기업들은 그런 영향하에 있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르몽드지는 내일, 수요일 인쇄를 할수 없어 신문이 발행되지 않는다고

사이트에 알렸더라고요. 그리고 현금수송차량도 운행하기 힘들어져 프랑스 은행에 돈이 말라가고 있답니다.

 

이렇게 나라 전체가 마비될 위기에 처했는데, 프랑스인들은 예나 다름없이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주유소 앞에 길게 늘어선 차량들에 누구하나 내다보지 않고,

차안에서 본인 차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total 주유소에서 주유하기 위해 줄서있는 차량들         사진: AFP

 

오늘 딸아이 바이올린 선생님을 음악학교에서 만났습니다.

선생님은 아이와 토요일 수업을 이야기하며, 차기름이 있는 한 수업에 올것이라고

아주 유쾌하게 이야기하더군요.

 

저런 이야기를 미소지으며 유쾌하게 할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하기사 학생에게 선생님이 그렇게 이야기 안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아주 조용히 지나갔던 프랑스 신종플루

 

선생님의 여유로운 모습을 보고는 작년 신종플루로 한국이 들썩이고 있을때가 생각나더군요.

매일 한국 인터넷 사이트에는 몇번째 사망자라고 기사가 올라오던 때였는데, 프랑스는 너무 조용했습니다.

학교는 물론, 학부모들도 신종플루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어떤 엄마는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데 너무 이야기가 없으니

이래도 되는것인지 모르겠다며 걱정하곤 했을 정도였습니다. 

 

큰아이 중학교에서 감염학생이 생기니 선생님은 동요하지 말고, 침착할 것을 학생들에게

당부했다고 합니다. 프랑스 언론들 사이트에 들어가봐도 관련 기사 한줄 없더라고요. 

어쩜 이럴수 있나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한번씩 프랑스의 감염소식을 전하는 글이 눈에 띄는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백신 나오니 바로 의료보험에서 예방주사 맞히라는 서류 날아오더라고요.  

아주 조용히 지나갔습니다.

아이들 때문에 신종플루에 신경쓰며 한국소식을 보면서 프랑스와 정말 비교가 되더라고요.

 

주유소 기름이 말라가는데, 느긋한 프랑스인들을 보며 국민들 70%가 지지하고 있는 파업이라서

그런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파업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고등학생들과 대학생들, 젊은이들이 벌이는 시위는 폭력적인 양상을 띄고 있지만,

공무원들의 시위는 아이 목마 태우고, 대부분 미소를 띄고 행진하고 있더라고요.

 

프랑스인들이 좋지 않은 상황이 왔을때 하는 말이 있습니다.

빠 드 빠니끄. pas de panique <불안해 하지 말것> 광고문구로도 잘 쓰입니다.

그래서 나라가 마비되는듯한 상황에서도 느긋할수 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