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들도 파업하는 나라, 프랑스
올해 개봉된 영화, <내깡패같은 애인> 에서 박중훈이
<우리나라 백수 애들은 착해. 텔레비전에서 보니까 프랑스 백수 애들은
일자리 달라고 때려 부수고 개지랄을 떠는데, 우리나라 백수 애들은
다 지 탓인줄 알아요. 지가 못나서 그런 줄 알고..
착한건지 멍청한건지 다 정부가 잘못해서 그런건데...>라고 한말이
한때 회자되었습니다.
이 대사를 보고는 프랑스 실업자들이 그랬던 적이 있었나 싶었지요.
그동안 여러 시위와 파업을 보았지만 실업자들이 일자리 안준다고
때려부순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힘들었기에 아예 생각지도 않고
있었던듯합니다.
영화에서 있지도 않은 사실을 이야기하지는 않았을테지요.
오랜시간 이곳에서 살았지만 그간 살기 바빠 직접 관련된 일 아니고는 별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몇년전부터 어쩔수 없이 프랑스 소식에 관심을 가져야만 되었어요.
그러면서 이사회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블로그 글을 위해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요.^^
그런데 알고보니 7년전부터 프랑스 실업자들은 매년 파업을 했더라고요.
일을 하지 않는이들이 파업을 한다니 좀 이상하지만 슬로건은 항상 <실업자들의 파업>입니다.
현수막에도 그렇게 쓰여져있습니다.
프랑스 노동총연맹[CGT]에 실업자 분과가 있어 파업을 주도합니다.
실업자들이 왜 파업을 하느냐면은, 실업자들에게 수당을 주고 일자리를 주선해주는 기관인,
<Pôle Emploi>가 실업자들을 강압적으로 대한다는 것입니다.
<매달가서 체크해야되고, 고용경찰들의 질문을 받아야만하며, 신분증 검사,
그리고는 정부가 적당하다고 주장하는 적은 월급의 일자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요.
그래서 <실업 희생의 상품이 되기를 거부하기에 파업을 한다>고 합니다.
<우리들의 몸과 일하고 싶은 정신이 담겨있는 실업자들의 공장인, [Pôle Emploi]를 점거 농성>합니다.
그리고는 그야말로 때려부수기도 하는것 같더라고요.
파업하는 실업자들로 인한 방송사고
지난 4월 21일, 수요일 밤 프랑스 국영방송국인, France2의
<L'Objet du Scandale>을 시청하던 프랑스인들은 방송사고를
목격해야만 되었습니다.
문화부 장관인, 프레데릭 미테랑이 초대되어 진행하던 생방송이었는데요, 한 10시 40분경, 갑자기 사람들이 진행 데스크로
모여들었습니다.
스튜디오안은 약간 웅성거리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진행자와 장관은 <이게 생방송이지>하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장관은 이야기를 들어보자고 했습니다.
진행자 뒤로는 <실업자들의 파업>이라고 쓰인 현수막이 드리워지고, 진행자는 한사람만 나오라고 했는데,
어떤 실업자가 진행자에게 발표문을 내밀며 <당신이 읽으실래요?>라고 하니, <O!! Non, Non,Non>이라며,
진행자는 그때부터 좀 당황스러워하더라고요. 어떤 여성이 마이크를 잡고 발표문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내용은 <실업자들에게 주어지는 죄책감과 억지로 주어지는 일에 저항하며 실업자들이 파업을 할것인데,
5월3일부터 대대적으로 시작된다. Pôle Emploi가 우리들을 코너로 몰아넣으면서 일주일에 열시간의 일을
합당하지 않은 보수의 일을 소개한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발표하는 와중에 진행자가 중단하려했으나, 방청석의 야유로 끝까지 읽고는 박수를 받으며
조용히 퇴장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난 시간은 한 5분정도였습니다.
어쨌든 방송에는 차질이 빚어졌지요.
그다음날 프랑스 사회는 방송사고가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의견들은 항상 그렇듯이 찬반으로 분분했지요.
프랑스 방송들은 이 사건을 소개하면서 생방송 중 가장 큰 해프닝은 예전에 토론 프로그램에
칼을 든 남자가 갑자기 등장해서 사람들을 위협하며 자살 소동을 벌였던 것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발표한대로 5월 3일, 실업자들은 파리에 있는 Pôle Emploi 본점을 점거해서 농성을 벌였습니다.
내무부 장관이 급하게 쫓아오고, 파리 경시청장은 경찰들 지도하기 위해 현장에 있었습니다.
2시간 정도 지속된 점거농성에 250명의 경찰들이 투입되어 파업자들을 해산시키고
기물을 파손한 이들을 체포했다고요.
지난 봄, 프랑스 사회는 실업자들의 파업으로 떠들썩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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