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위키리크스의 어샌지는 의인인가 악인인가?

파리아줌마 2010. 12. 16. 10:24

위키리크스의 어샌지는 의인인가 악인인가?

 

제목이 그리 마음에는 안듭니다. 너무 단순하고 꽤나 자극적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하고 묻는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어느쪽으로도 결론을 내리기 힘든 것이라 역설적으로 쓴

제목임을 미리 밝힙니다. 그러나 문제제기는 해보고 싶었습니다.

 

2006년 줄리앙 어샌지에 의해 창설된 비리폭로 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지난달 미국의 외교문서 2십5만건을 공개함으로

<세계정부와 세계시민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불행과 비극중 대부분은 바로 단정짓는데서 시작되지

않을까 합니다. 왜냐하면 이세상에는 처한 상황마다 다른 입장들이 있더라고요.

 

나의 왼쪽이 상대에게는 오른쪽이고,  나의 유익이 다른 이에게는 불이익이 될수 있습니다. 

이것은 옳고 그름을 떠나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런데 그중심에서 두입장을 양분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게 위키리크스의 줄리앙 어샌지입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문서들은 세계 정부 인사들을 곤란하게 했고,

시민들은 알권리를 주장하며 어샌지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약자인 시민들은 어샌지의 행위보다는 폭로 내용에 더욱 관심을 가질수밖에 없습니다.

세계각국 정부들의 감추어진 권모술수에 분노합니다. 

 

한 예로,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군이 민간인에 대해 무차별 사격을 한 동영상을 보면서 치를 떨게 되었고,

심증만 있었던 미국의 잔악성을 더욱 구체화시켜 주었습니다.

 

미국은 바로 관련 사이트의 서버를 차단하고, 자금줄을 동결함으로써 어샌지의

폭로에 꽤나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내부고발자 보호법이 있어

폭로전문 사이트의 서버를 둔 스웨덴은 그를 성폭행 혐의로 구속해 현재 런던에 수감되어있습니다.

어샌지의 폭로가 터무니없고 미국이 당당하다면 이러지는 않겠지요.

이렇듯 그는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일단은 발을 내디뎠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폭로는 < 세상을 변하기 시키기 위함이고, 비밀이 많은 권력자들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대중들에게 폭로해서 대중들이 알고 있는 세계와 다른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이다.

이는 언론의 역할인데, 언론들이 이런 역할을 하지 않기에 위키리크스가 나선것>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게, 어샌지는 의적, 홍길동으로 비유해도 될런지요?

그런데 홍길동이 부자들의 물건을 훔쳐 가난한 사람들을 도왔지만 도둑질한것이 정당화 될수는

없는것처럼 의도가 어떻던간에 어샌지의 폭로가 타당할수 있나 하는것입니다.

 

미국정부의 입장에서 본 어샌지가 아닌, 인간 어샌지는 그래도 되는것일까요? 왠 오지랖인가도 싶습니다.

 

그는 어린시절부터 유랑극단에서 살아 정규교육을 받지 못하고 컸고, 컴퓨터와 해킹에 매료되어 16세에

이미 해커단체를 조직했다고 합니다.

 

악이 또다른 악을 응징하려하고 있습니다. 두가지 입장의 악은 서로 싸울수는 있겠지만,

선으로 바뀌어갈수 있을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폭로하는 어샌지, 그럼 본인에 대한 폭로는?

 

어샌지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문제삼아 위키리크스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독립해서 또 다른 폭로

사이트를 만들 예정이라고 합니다. 폭로 사이트의 내부를 폭로하게 되는셈이라고요.

 

지난 9월 위키리크스에서 일하다가 나온 어떤 직원은 어샌지는 회사를 개인숭배의 장으로 만들었다고,

직원들이 자금의 사용처에 대해 의문을 갖고 폭로를 하면 화를 냈답니다.

 

이는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나약한 인간의 모순과 한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인들 10명중 7명이 어샌지의 폭로는 공익에 저해가 된다고 했고, 프랑스인들 54%가 호의적이었고.

계속 폭로해야된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위키리크스의 폭로 내용에 호기심을 가졌고, 권력자들의 횡포에 분노하기도 하고,

드러남에 속시원해하면서 보다가, 문득 어샌지의 행위 자체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더라고요.

 

폭로 내용에 관심을 가지는지, 아님 행위 자체에 관심을 가지느냐에 따라 찬반이 갈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프랑스인들과 언론들의 반응은 비교적 후자에 가깝습니다.

 

프랑스의 토론 사이트에 올려진 <위크리크스 혹은 투명성의 독재>라는 글을 보면, 국가간 비밀협상으로 전쟁을

막을수 있었던 사례를 들면서, <지배받는 이들에 대한 지배자의 투명성은 민주주의를 강화시킬수있으나,

동시에 투명성의 독재로 인해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라고 했습니다.

이 또한 폭로한 내용이 어떤것인가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어샌지의 행위가 <무책임한 폭로 저널리즘>이 될지, 아니면 민주주의의 발전에 일조하게 될런지는

지켜볼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