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프랑스 대학입시에 <철학>이 있는 이유

파리아줌마 2011. 1. 12. 10:23

시, 고전, 철학으로 점철된 프랑스 학교 교육

 

초등학교부터 시암송은 기본 

 

프랑스 유치원은 3년 과정입니다.

1, 2학년때는 시같은 노래를 주로 하게 되고,  

3학년이 되면 시를 익힙니다. 선생님과 함께 읽고 낭독하는 정도지요.

 

그러다가 초등학교 1학년부터는 시를 조금씩 외우기 시작하고

2학년에는 본격적으로 외워 채점을 하게됩니다.

 

지금 초등학교 3학년인 둘째는 매주 시하나를 꼭 외워야됩니다.

 

올해 둘째가 외운시는  카릴 지브란, 폴 베를렌. 그리고 빅토르 위고까지 방대합니다.

항상 일요일 저녁이면 아이는 시 공책을 내밉니다. 잘 외웠는지 확인해 달라는 것입니다. 

이번 주에는 위고의 시를 외워 발표했는데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합니다.

 

큰아이 초등학교때는 감정을 한껏 가미해서 암송하는 친구들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합니다.

아이 말에 의하면 연기하듯 시를 외우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최고점수를 받았다고

투덜거리기까지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가 듣기에 너무 민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초등교육에서 시를 자주 접했던 프랑스 아이들은 중학교 들어가면서부터 차츰 고전을 읽습니다.

하지만 중학교때는 고전 맛보이기 정도로 끝납니다.

 

큰아이 중학교 1학년때 불어 시간에는 <일리아드>와<오디세이>를 읽었습니다.

당시 너무 지겹다며 한탄하곤 했지만 학과수업이니 어쩔수없었답니다. 

 

그런데 주로 문법위주였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학년이 높아질수록 분석과 깊이있는 이해를 요구합니다.

 

고전 읽는 프랑스 고등학생들

 

중학교때는 모파상, 카뮈, 졸라 등으로 책과 친근하게 했다가

고등학교 들어가면 본격적으로 고전을 읽게 됩니다. 

 

큰아이 중학교때 불어수업은 자주 책읽고 <독서시험>을 보았고, 작문도 함께 했습니다.

 

작문에 관해 생각나는 일이 있습니다. 몇년전 한국의 막장드라마라고 불리운 

<아내의 유혹>의 줄거리를 아이가 알아버렸습니다.

 

더러 엄마와 함께 시청하기도 했지요.

그래서 불어 작문시간에 드라마 본 내용을 가미해서 글을 지은 것을 읽고난뒤,

선생님 말씀하시기를, <너 책많이 읽는구나>라고 했답니다.

그리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던 때인데,

나름 엄마닮아[?] 글쓰기에 소질이 있지 않을까하는.. 은근히 자랑질이 되어버렸습니다.

여담이었습니다. ^^

 

 

                                                                                                                                      프랑스 중3들

 

고등학교 들어가면 본격적으로 고전을 읽고 분석하고 본인 의견을 논리정연하게 표현하는 법을

공부하게 됩니다. 요즘 아이가 불어시간에 읽는 책은 라신의 <페드르>, 코르네이유의 <르 시드>입니다.

고등학교 불어수업의 80%가 고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프랑스 대학입시인, 바깔로레아에서 불어는 고등학교 2학년때 봅니다.

필기와 구두시험으로 나누어져있습니다.

구두시험에서는 논리정연하게 본인의 의견을 발표해야됩니다.

이를 위해 고등학교 불어수업은 책읽고 발표하는식으로 이루어집니다.

한학생이 발표하면 이에 대한 다른의견 가진 사람있냐고 교사가 진행하게 되는데,,

의견에 정확한 논리를 가지기 위해 끊임없이 발표하는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대학입시에 철학은 필수

 

고등학교 2학년때 바깔로레아 불어 시험이 보고 나서, 고3으로 올라가면 불어가 철학으로 대체됩니다.

고전독서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며 다져진 사고가 철학으로 깊이를 더하게 됩니다.

 

보통 철학은 바깔로레아 첫날 첫시간에 보게 됩니다.

4시간 동안 보는데 시간이 모자란다고 합니다.

 

그럼 왜 프랑스는 대학입시에 철학을 중요하게 생각할까요?

바로 사고의 넓이와 깊이를 위해서입니다.

 

정답을 내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그 과정을 논리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 즉 과정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같은 공부는 고등학교 올라가면서 적용됩니다.

중학교때까지는 외우기만해도 좋은 성적을 받을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부터는 외우는것과 동시에 정답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더욱 중요시여깁니다.

 

그리고 고전을 읽고 철학을 공부하니 사고가 단순하지 않게 됩니다.

여러방향에서 생각해 보게 되고 보다 객관적이 됩니다.

 

프랑스인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자주 상대방의 의견을 뒤집어보는 역설을 끄집어 냅니다.

그러면 아차! 싶답니다. 그럴때는 이유와 함께 설명을 덧붙여서 이야기해야됩니다.

좋게 이야기하면 설득이 될수 있겠고,, 나쁜 방향으로 가자면 궤변이 될수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너무 단순한 의견은 공격받기 쉽습니다. 그러니 말 잘해야됩니다.

생각하는 것이 자주 말이 되어 드러나게 됩니다.

 

깊이 있는 사고와 넓고 열린 생각은 편협되고 경직된것을 돌아보게 하고,

타인과의 대화도 매끄럽게 이끌어주면서, 삶을 보다 풍부하게 할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로 프랑스 대학입시에 <철학>이 있는 이유일것입니다.   

 

철학은 하나의 학문이지만, 그내용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고 갈

영원히 풀기 어려운 숙제 같은 것입니다.

하지만 관심과 의문을 가지는 그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는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