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보이기보다는 함께 즐기는 프랑스 학예회

파리아줌마 2011. 1. 13. 10:51

오늘 다음뷰에 올려진 교육과학부 블로그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제목이 <유치원 아이들 고문시키는 재롱잔치?>였습니다.

글을 읽다가 다소 충격을 받았습니다.

 

유치원 재롱잔치를 위해 비싼 공연장을 빌리고,

2, 3시간씩 무대뒤에서 기다리는 아이들, 그리고 학부모들에게

멋지게 선보일 공연이 되기위해 선생님들은 부담이 많고,

그 스트레스가 아이들에게 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소박한 장소에서 함께 즐길수 있는 유치원 잔치가 되기를

바라는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좀 놀라면서 글을 읽고 난뒤 그간 너무 프랑스 학교 잔치에만 익숙해져

있어 한국의 현실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이곳에 프랑스 유치원 학예회를 보고 들었던 실망감과 허탈함이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때도 놀라웠습니다. 한국인이 프랑스와서 보고 느낀 학교잔치는 오늘과 마찬가지로 놀랐습니다.

< 이렇게 초라하고, 소박할수가? 이렇게 준비를 안할수가?> 했다는겁니다.

정반대의 의미이지만 놀라웠던 느낌은 같았습니다.

 

그러고보니 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가지는 묘한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한국에도 속한것 같지만 아니고, 프랑스에 속한것 같지만 또한 아닌,

그렇지만 두루두루 보고 느낄수는 있습니다.

 

                                                                                                                            지난해 4월1일, 만우절에 연주회가 있었습니다.

                                                                                                              프랑스는 만우절에 종이물고기 만들어 등에 붙이곤 합니다.

                                                                                                            지휘자 선생님이 친히 종이 물고기를 붙이고 지휘를 했지요.

 

잘하는것 보다는 발표자체에 의미를 두는 프랑스 음악학교 콘서트 

 

처음 좀 놀랐던것은 음악학교 오케스트라 발표회때였습니다.

바이올린 3년차부터 오케스트라 1기를 할수 있습니다.

 

1기학생들은 모두 현악기 3년에서 5년차 정도들입니다.

그수준의 현악 오케스트라 연주는 깽깽이 소리밖에 안들립니다.

그래도 자주 무대에 세웁니다.

 

음악학교에 있는 극장식 공연장에서 학부모들 뒤에 쫙~앉아있는데 마이크도 없이 지휘자 선생님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만 간단히 하고 바로 연주합니다. 

의자 준비도 공연시간 임박해서 하고, 연주 시작했다가 틀렸다 싶으면 잠시 멈추고 다시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게 너무 자연스러웠습니다.

 

학부모들에게 짠~하고 보이기 위한 것은 하나도 찾아볼수 없습니다.

그들은 그저 내아이가 이런 발표를 한다는 그자체가 좋아 할머니 할아버지, 친척들까지 함께 

카메라 들고 참석합니다.  아이들의 허술한 연주듣고는 우뢰와 같은 박수를 치고

어떨때는 기립박수에다가 앵콜~ 까지 여러번 합니다. 앵콜은 항상 있습니다.

 

처음에는 좀 우스꽝스럽더군요. 어째 이리 허술할까 싶어 곰곰히 생각해보았습니다.

그게 아이들은 위한것이지 학부모들에게 보이는 것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그간 익혀온것을 부모님과 관중들앞에서 연주하는데에 더 큰 의미를 둡니다.

관점이 아이들에게 맞추어져 있습니다. 그러니 지휘자 선생님와 학생, 그리고 관람하는 학부모들도 편안할수밖에 없습니다. 누구 하나 실수를 지적하는 사람없습니다. 그저 철없는 아이들 데리고 수고한 지휘자 선생님에게 무조건 박수를 보냅니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모두 함박 웃음 띠면서 학교를 나갑니다.

 

상황이 이해되고 나서부터는 이런 연주회를 좋아하게 되었답니다.

음악학교에서 처음 자녀의 합창발표회를 본 어떤 한국엄마가 <그게 뭐냐>고 합니다.

저 또한 그랬던적이 있기에 그마음이 이해는 되었지만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발표하는게 얼마나 좋으냐>고 하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지난해 봄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참석했는데, 첫곡을 시작하는데 어떤 아이가 음을

잘못잡았나 보더라고요. 지휘자 선생님은 연주를 멈추게 하고는 <가브리엘!!>하고 소리칩니다.

아이가 알아차리고 나니 다시 연주를 시작하더라고요. 무대위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함께 도우며 즐기는 프랑스 학교축제

 

 

                                                                                                                   초등학교 축제에서

 

큰아이 유치원때는 해마다 인디언, 아프리카등 테마를 정해서 학예회를 가졌습니다.

합창으로 인디언, 아프리카 노래를 한적도 있고, 간단한 율동도 했었습니다.

기억나는 것은 매트를 깔아놓고 마루운동같은 것도 선보였습니다.

 

6월 학년말에 넓은 학교 홀에서 간단하고 소박한 학예회를 가집니다.

누가 주인공이 되느냐도 없고, 함께 어울려 신나게 노는것입니다.

그광경을 학부모들이 와서 보게됩니다.

 

둘째 아이 유치원때는 비가 조금씩 내리는 가운데 운동장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둥글게 둘러앉아 중간에 무대를 만들어 분장을 한 아이들이 나와서 춤을 추었던것 같습니다.

분장도 학부모들이 해주었습니다. 어른들은 유치원에 있는 아이들용 작은 의자에 앉아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학년말에는 Kermesse가 학교마다 있습니다. 일종의 축제인데요,

모금행사 같은겁니다. 공립학교라 재정이 넉넉치 않기에 학교잔치를 통해

돈을 모아 다음해에  소풍을 가거나 학용품을 사는게 쓰이게 됩니다.

 

파는 음료, 음식 모두 학부모들이 준비하게 됩니다.

샐러드부터 메인 음식들, 케익까지 가져옵니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팝니다.

 

제가 구워 가져간 케익을 학교 축제때 돈을 주고 사먹습니다.

 

아빠들은 바베큐 불판에서 아랍 소세지를 굽고 있고, 엄마들은 음식과 음료를 표를 받고 나누어줍니다.

그리고 여러 소박한 게임들이 있어 참여만해도 선물을 줍니다. 그런데 선물용 포장지가 아닌 둔탁한 벽지에

아무렇게 싸인 허름한 장난감들입니다. 각 놀이 부수들마다 30분마다 돌아가면서 학부모들이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축제 막바지에 로또 시간을 가집니다. 

이때는 전자제품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또한 학부모들이 기증한것입니다.

 

학부모와 교사, 학생들이 함께 일하고 즐기면서 재정도 두둑하게 확보하는 프랑스 학교 축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