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두 딸은 파리에서 태어나서, 프랑스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사니 가끔, <아이가 정체성의 혼란을 겪지 않냐>고
물어오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러면 그제서야 그것이 궁금해할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큰아이가 만 15살인데 본인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의 문제는
한번도 겪지 않았습니다.
외국에 나가면 저절로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지요.
외국생활에서는 개인보다는 나라를 대표하는 모습으로
비춰질때가 더 많습니다. 그러면 한국인이라는것이 더욱 강하게
심어지곤합니다. 하지만 저같이 강산이 두번이나 바뀌는 세월을 외국에서
살다보면 일상에 쫓겨 그것마저도 챙기지 못할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외국에서 태어나서 교육받고 있는 한인자녀들에게 한국을 어떻게 심어주어야 되는지,
그리고 엄마, 아빠의 나랏말을 어떻게 가르쳐야되는지는 아주 중요합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에 있는 부모들보다 교육의 짐을 하나더 지고 있는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인의 피부빛깔과 이목구비로 가지고 그몸속에 면면히 흐르는 한국인의 피는 어떠한 상황속에서도
바꾸어지지도, 없어지지도 않을것입니다.
큰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때 <한국>을 주제로 학급에서 발표를 한적이 있습니다.
굳이 발표를 해야만 되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어느날 저에게 상의해오길래 그러라고 했습니다.
아이와 함께 준비를 했습니다.
일제치하부터, 한국전, 그리고 지금의 발전상까지의 내용을 대사관 사이트에도 들어가보고,
이곳 도서관에서 한국을 소개한 책자도 참고해서 발표했습니다.
오늘 아이와 이것을 이야기 하니 본인도 신기해합니다.
당시는 성격이 워낙 소심했었고, 활동적이지도 않았던 본인이 어떻게
이런 발표를 하고 싶다고 선생님에게 이야기 할수 있었나 싶답니다.
그냥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하고 싶었답니다.
딸아이뿐만 아니라 주위에 있는 대부분의 한인 자녀들이 그렇습니다.
본인들의 뿌리를 잘알고 있으며, 한국말로 잘하고, 우리나라가 분단국가임을 또한 잘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통일에 대한 염원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에게 남북 분단을 이야기해줄때는 가슴아팠습니다.
왜 이런것을 물려주어야되는지 좀 한탄스럽더군요.
하지만 한국의 현실입니다. 한국인이기에 알고 있어야됩니다.
어딜가나 한국인이라고 하면 남쪽이냐 북쪽이냐는 질문을 들어야만 했던것도
분단의식을 가질수 있는 한계기였습니다.
갈라짐은 아픔입니다. 우리와 부모님 세대, 그리고 그이전 세대가 가지고 있던 아픔을
아이들은 비록 외국에서 태어나 자라고 교육받고 있지만 고스란히 물려받았나 봅니다.
이는 가르쳐야되는 부분이라기보다는 그들 핏속에 한국의 정신과 혼이 깃들여져 있는것 같습니다.
한국이라고 하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시고, 다른 피붙이들이 살고 있는곳,
또한 본인의 뿌리가 내려져있는곳임을 압니다.
그래서일까요? 이곳의 한인자녀들을 파리시내에서 한국적인것만 보면 놀라며 환호성을 지릅니다.
한글, 한국사진이 눈에 띄면 예사로이 지나치지 않고 확인하려 달려갑니다.
지난해 <연평도 폭격사건>이 있었을때 큰아이는 아는 한인고등학생 언니로부터 그룹 문자를 받았답니다.
그것도 한창 수업중인 오후 2시쯤 온문자였답니다.
그리고 그날 한인남학생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은 태극기로 바뀌었고,
북한을 불어, 한국어,영어버전으로 욕한 메시지들이 올려져있었답니다.
모두 이곳에서 태어나 자라나고 있는 한인자녀들입니다.
그즈음 친하게 지내는 한인가족들끼리 함께 모였습니다.
청소년들과 연평도 사건을 함께 이야기하면서 미국과 우리나라의 오랜, 묘한 관계까지
감정이입해가면서 들려주었습니다.
너무 진지하게 듣고 있길래 과연 이런, 이른바 좌경의식[?]을 심어주는게 올바른가하는 생각마저 들게했습니다.
그랬더니 한국에서 1년 정도 있다온 대학생이 나섭니다.
한국에 가보니 또래 젊은이들이 분단과 통일에 무관심한것에 많이 놀랐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태어나 자란 한인자녀들은 민족의식이 깊이 심어져있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부모들의 역할도 무시하지 못할것입니다. 아니 중요할것입니다.
그들은 항상, 그리고 자주 한국을 대표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잘압니다.
한국인이기에 본인이 못하면 한국까지 비난받을수 있고, 잘하면 한국이 빛날수 있다는것을요.
어떤 거창한것을 들이대어서가 아니라 외국에서 태어나 자라고 있는 한인 자녀들의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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