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어떤 프랑스인이 겪었던 사르코지의 진솔함?

파리아줌마 2011. 1. 17. 10:47

 현재 남편 직장 때문에 외국에 나가 있는 에스테르 가족과 친하게

지낸적이 있었습니다. 에스테르는 작은 아이 학교 친구였습니다.

아이들이 친하게 지내니 엄마들도 덩달아 자주 보게 되었고,

좋은 관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에르테르 엄마는 저보다 3살 적었는데, 다니던 직장 그만두고

온전히 아이들에게만 몰입하는 엄마였습니다.

워낙 알뜰하고 심성이 고운 프랑스 여성이었습니다.

 

무남독녀로 혼자 외롭게 자랐기에 자녀에 대한 애착이 강했습니다.

에르테르 엄마, 까린은 아이가 셋입니다.  

그녀는 프랑스의 저출산 극복에 일조한 여성입니다. 

 

대선 준비로 한창이었던 2007년 봄이었습니다.

우파 정당인 집권대중운동당의 사르코지 후보와 좌파 사회당의 여성 후보, 세골렌 루와얄의

선거전 막바지에 후보들과 함께 하는 TV 토론프로가 있었습니다.

 

프랑스 선거는 참 조용합니다.

왜냐하면 선거때만 떠들어 봐야 국민들을 움직일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꾸준히 보여주고 새 비젼을 제시하는 것에는 군중을 모이게 할 필요가 없을지 모릅니다.

야외 연설 같은 것은 아예 없습니다.

그러니 TV 토론프로는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가깝게 지내고 있었던 동네의 한인엄마가 그 토론을 보고는 사회당의 여성후보,

세골렌 루와얄에게 푹 빠져버린듯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저희집에 잠시 놀러왔던 에스테르의 엄마, 까린은 사르코지 후보에 강력히 지지했습니다.

사람마다 보고 느끼고 받아들이는게 다른것이겠지요.

까린은 사르코지에게 표를 줄거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한인엄마가 아무리 사회당 여성후보의 매력에 흠씬 빠졌다고 해도 선거권 없는 외국인일뿐입니다.

 

까린은 사르코지의 진솔함을 이야기하기 위해 처녀시절에 그와 얽힌 일화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녀의 고향이자. 프랑스 중부지방의 휴양도시인, 라볼[La Baule]의 어떤 호텔 카운터에서

알바하고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아마 90년대 초반기였을겁니다.

사르코지가 우파 정치인인 에두와르 발라뒤르 보좌관으로 있을때입니다.

에두와르 발라뒤르는 같은 우파인 작크 시락과 경쟁했다가 패배한 정치인입니다.

 

당시 사르코지는 그곳으로 휴가를 왔나 봅니다.

바닷가에 있던 사르코지앞으로 온 메세지를 전달해야 되었던 까린은 카운터를 떠날수 없어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했는데 전달이 안되었던것입니다.

 

이를 안 사르코지는 까린가 일하는 카운터까지 와서는 <마드무와젤!> 하고 소리치면서 심하게 혼을 냈다고 합니다. 당시를 떠올리면서 까린은 이마에 손을 얹고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그런데 저 같으면 그렇게 혼이나면 별로 좋아하지 않을것 같은데 까린은 달리 받아들였습니다.

 

일개 알바생의 실수에 그렇게 화를 내고 호통을 치는 사르코지에게 진솔함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시켰을수도 있었을텐데 직접와서 상대해준 것에

인간적인 정을 느꼈나 보더라고요.

 

이는 까린의 장점입니다. 제가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중의 하나이고요.

모든 프랑스인들이 그렇지만은 않겠지만 어떤 상황속에서 본인의 감정을 일단은 배제하고 상대를 봅니다.

어린 아가씨가 당시에 얼마나 당황스러웠겠습니까? 하지만 10여년이 흐린뒤 그녀의 기억속에 사르코지는

진솔한 사람으로 남아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까린의 관대함[?]을 이해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정치인의 진솔함은 어디까지인가?

 

까린이 겪은 사르코지의 인간적인 진솔함은 이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보고 겪은것과 어쩔수 없는 대통령의 야망을 품은 사르코지가 같을수 있었을까요?

과연 그의 진솔함은 어디까지였는지?

 

1995년 대선에서 사르코지가 보좌했던 발라뒤르가 시락과의 경쟁에서 패배하자 아내였던 세실리아는

사르코지의 원래 직업이었던 변호사로 돌아가자고 권했고, 정치활동도 시장직으로 그쳤으면 했습니다.

대선 입후보가 있기전에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약속했던 사르코지는 이를 어겼고 대통령에 당선된것입니다.

사르코지는 "세실리아는 고통스러워했고, 가족들에게 많은 빚을 졌다."고 말한바 있습니다. 

 

대선의 야망을 놓고, 또 다른 사랑이 있는 뉴욕으로 떠나간 세실리아를 붙잡기 위해 사르코지는 온갖 수단을 써서 그녀를 다시 파리로 데려왔습니다. 그의 야망을 위해 부인은 꼭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당시 그의 옆에는 또 다른 여인이 있었는데 르 피가로지 정치부 기자였습니다.

그는 이혼한 사람의 대선 출마에 대해 프랑스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론 조사를 지시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까린이 겪은 그의 진솔함은 정치적인 목적이 들어가면서 퇴색되어버렸습니다.

 

사랑했던 아내의 바람을 저버리게 되었고, 애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했습니다.

그래서 정치인이 싫습니다. 어디 정치인만이 그렇겠습니까만은 일단은 대권의 야망을 품게되면

목적의식이 더욱 강하게 되겠지요. 그렇게 되면 사람은 잘 보이지 않게되나 봅니다.

어느곳에 시선을 두고, 기준을 두냐는 문제이겠지만 쉽지는 않은것 같습니다.

 

지금 프랑스내 사르코지 대통령의 신임도는 많이 낮습니다.

민심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심뿐만 아니라 대통령 신년사에 노동총연맹장이 보이콧하고,

의회 신년사 연설에는 야당의원들조차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있는 일이랍니다.

 

그가 얼마나 인간적인 진솔함을 가졌는지는 몰라도 그부분이 어느정도는 정치적으로 접목이 되었다면

역대 가장 인기없는 프랑스 대통령이라는 오명은 듣지 않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