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관련 서류는 시청에서 담당
프랑스는 모든 업무에 있어 분업화가 아주 잘되어있습니다.
본인 영역 아니면 절대로 관여하려 하지 않지요.
어떨때는 비슷한 부분인것 같아 좀 봐주지 싶어도 그 사람오면
알아보라고 합니다. 가끔씩 이상한 원리원칙을 고집해서 곤란하게
할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원리원칙이 아니고
분업을 강조한것 같습니다.
더러 이곳에서 행정업무를 보면 사람을 뺑뺑이 돌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의료보험가입하려고 하면 가족 수당 서류가지고 오라고 하고,
가족수당서류를 위해가면 의료보험 서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마치 닭이 먼저냐 병아리가 먼저냐 경쟁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왕복을 왔다갔다하고 나서 사정을 이야기하면 어느 한쪽에서 양보는 해주더라고요.
그만큼 행정이 느슨하다는 것입니다.
행정이 느슨한것이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좋을때도 있겠고, 그렇지 않을때도 있겠지요.
철저히 분업화된 느슨한 행정, 그리고 든든한 사회보장제도면 프랑스 공무원들만큼 팔자 편한 사람들도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인 소득세는 만만치 않습니다.
보통 학교업무는 공무원들이 보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은 교무과라고 해서 학교안에 행정일을 보고 있지만 프랑스는 공무원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시청에서 학교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뉘앙스가 묘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학교행정업무는 시청에서 본다고 해야맞을겁니다.
어떻게 보면 그들이 있어야할 자리에 있는것입니다.
아이 유치원 입학수속을 학교에서 하는것이 아니라, 시청에서 하는 것을 보고는 좀 의아했습니다.
프랑스는 학교 관련 행정업무는 시청에 학교업무과가 따로 있습니다.
물론 관할지역의 공립유치원들과 초등학교들에 한합니다.
제가 사는 인구 6만의 파리 남쪽 외곽, 앙토니에 있는 14개의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모든 행정을 시청
학교 업무과에서 담당합니다.
급식비, 나머지 공부, 그리고 탁아 비용까지 부모의 전년도 세금신고서를 바탕으로 시청에서
계산해서 결정해줍니다. 이렇게 계산된 비용은 캠핑갈때도 적용됩니다.
일전의 프랑스 학교급식 관련 글에서도 밝혔다시피, 모든 아이들이 같은 것들을 학교에서 제공받지만
내는 비용은 부모의 소득에 따라 다릅니다.
교사는 학생 부모 소득에 대해 알수가 없어
시청까지 가서 일을 보아야하는 불편함은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 들어가는 비용을 시청에서만 관할하니 교사들은 아이가 어떤 수준의 등급인지 알수가 없습니다.
시스템상 그렇게 되어있습니다.
비용 청구서는 시청과 학부모들 사이에 우편으로 일어나는 일이라 교사가 알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습니다.
교사는 그저 프로그램 알차게 짜서 학생들 잘 가르치면 됩니다.
이렇게 학교행정과 교육을 확실히 분리시키고 있습니다.
학교에는 교장선생님, 수위 아저씨. 교사들, 식당 아주머니들과 아이들 돌보아 주는 보조원들만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학교 독립성은 없어보입니다.
몇년전 둘째 아이가 유치원 다닐때에 난방이 며칠 고장난 적이 있습니다.
원장선생님은 엄마들에게 <시청에 빨리 수리공 보내달라고 독촉전화 좀 하라>고 하더군요.
유치원 자체로 해결하지 않고 그런것조차 시청에서 해주어야하나 보더라고요.
그리고 지난해 수업 일정을 변경한일이 있었는데, 교사들과 시청관계자들의 회의를 통해
결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전형적인 공립교육의 모습인것 같습니다.
1인 다역하는 교장선생님
아무리 학교에서 행정을 보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사소하게 벌어지는 일들은 있습니다.
가끔씩 시청에서 잘못된 서류를 학부모에게 보내기도 합니다.
예를 들자면 나머지 공부에 있지도 않았는데 비용청구서가 날아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학교가서 확인해서 시청으로 다시 돌려보내야 합니다.
이런 자질구레한 일들은 모두 교장선생님 몫입니다.
학교안에 거처하는 수위 아저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 9시 벨이 울리고 학생들이 거의 등교를
하고나면 교장선생님이 열쇠를 가지고 나와 학교 문을 잠급니다.
게다가 담임까지 맡고 있습니다. 가끔씩 상담요청하는 부모 만나야됩니다.
교장 선생님이 담당해야되는 일은 많습니다.
교장이기에 해야됩니다.
학교 행정서류는 시청으로, 오로지 교육에만 신경쓰면 되는 교사, 그리고 여러 역할 감당해야 되는 교장,
각자 있어야될 본연의 처소에서 담당해야될 만큼의 일을 하고 있는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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