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한국인의 눈에 비친 프랑스인의 자녀양육

파리아줌마 2011. 1. 22. 09:49

첫아이가 태어날즈음에 탁아소에서 신청서가 날아왔습니다.

사회복지기관에 임신신고가 되어있는 상태라 지역 탁아소까지

연락망이 취해져 있었나 보더라고요.

 

그때가 1994년이니 요즘과는 다르게 탁아소에 빈자리가 있었나 봅니다.

 

공부를 하고 있었기에 당연히 아이를 맡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서류를 들여다보며 아이를 언제부터 탁아소에 보낼까 궁리하고 있으니

옆에 있던 남편이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벌써부터 맡길 생각한다>고

궁시렁 거리더라고요. 그러든지 말든지 상관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조금 일찍 태어난 아이의 모습은 애처롭기

그지 없었습니다. 엄마가 임신기간동안 열심히[?] 먹어서 몸이 불어날때

그안에 있었던 아이는 아무것도 섭취하지 못한것 마냥 허약해보였습니다.

 

지금은 튼실[?]하지만 당시 아이의 다리는 개구리의 그것 같았습니다.

산파가 목욕을 시키고, 기저귀 갈아주는것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저 약한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할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철없는 엄마는 자주 울었습니다.

아이가 애처로워서 그리고 육아가 힘들어서도 울었습니다.

 

그리고는 탁아소에 아이를 맡길 생각을 했다는게 스스로 용서가 되지 않았습니다.

공부고 뭐고 모두 그만두고 아이와 함께 있고 싶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약간 집착[?]이 가미된 모성본능이었던것 같습니다.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이 아주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직장 다니는 프랑스 엄마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출산휴가 끝나면 아이는 바로 탁아소로 보내집니다.

다른 탁아 방법도 있지만, 대부분 프랑스 엄마들은 탁아소를 선호합니다.

 

탁아소는 바이러스의 온상지입니다.

아이들의 탁아소 생활 첫시기에는 병을 달고 살아갑니다.

아주 어린 나이에 공동체 생활의 규율을 알게 되고 세상을 알고 겪게됩니다.

 

탁아소에서 자주 아프고 나면 면역이 생깁니다.

엄마와 함께 있다가 유치원에 들어온 아이들이 자주 아플때 탁아소를 거친 아이들은 건강하게

유치원 생활을 합니다.

 

탁아소 프로그램은 아주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돐도 되지 않은 아이에게는 엄마품만큼 좋은곳이 없겠지요.

아무리 이곳이 육아와 사회복지 제도가 잘 되어있어도 어린아이 떨쳐놓고 일터로 향하는

직장맘들의 마음은 한국이나 프랑스나 다르지 않을것입니다.

 

대부분 맞벌이 부부들 사이의 아이들이니 가정 생활은 규칙적이 될수 밖에 없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식사하고, 몇시전에는 꼭 아이들을 재워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들이 너무 피곤해집니다.

 

탁아소 생활에 익숙해져서 침대에 눕히면 혼자 알아서 잡니다.

부모가 옆에서 재워주지 않습니다.

 

낮이나 밤이나 등 토닥거리면서 자장가 불러가며 재운 저와는 많이 다릅니다.  

 

식사와 낮잠 시간 빼고는 자유롭게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저에게는 그렇게 자라는

프랑스 아이들이 그저 불쌍하게만 보였습니다.

 

그런데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쫓을수는 없지요.

프랑스 엄마들이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희생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얻을수 있었던 것을

저는 가질수 없었습니다. 이는 오로지 선택의 영역입니다. 나머지는 자신이 감당할 생각을 하면 되는것이겠지요.

 

주말을 제외하고는 아이들과 살가운 시간을 가질 시간적인 여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처럼 아이를 잘 얼르지 않습니다.

어른 대하듯합니다. 아이를 말로 끊임없이 설득시킵니다.

아이를 혼낼때 불어식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나는 너에게 동의할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될수 있으면 이성적으로 대합니다.

 

끈끈한 정을 가진 한국인의 눈에 어떻게 비춰지겠습니까? 처음에는 부모, 자식관계 맞아?하게 됩니다.

저는 아이가 잘못을 하면 <그만해, 멈춰, 관두지 못해>라며 혼내고는 금방 가슴아파집니다.

 

그래도 아이가 말 안들으면 장소 불문하고 엉덩이 한대 세게 때리기는 하더라고요.

공공장소에서 남의 배려하지 않는 행동에는 아주 엄격한 프랑스 부모들입니다.

 

가정안에서 부부와 자녀의 삶을 철저하게 분리

 

프랑스인들의 자녀양육을 보며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던게 태어난지 몇달 안된 아이를

다른 방에서 혼자 재우는것이었습니다.

 

프랑스인과 결혼한 한국여성들이 여기에서 갈등을 겪나 보더라고요,

너무 어리니까, 그리고 아프거나 하면 옆에서 재우고 싶은데 프랑스 시어머니와 남편은 

그러면 안된다고 한답니다.

어린 아이가 아플때는 밤 새울 생각을 해야됩니다. 그런데 이방 저방 왔다갔다 거립니다.

더 고생스러울것 같은데도 굳이 그렇게 하더라고요. 

 

이는 부부생활을 자녀로 인해 침해받지 않으려는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아이에게는 어릴때부터 부모의 생활을 존중하는 습관을 들이게 하는것이라고요.

 

예전 여행중에 함께 했던 한국분이 아는 프랑스인 집에 하룻밤 신세를 진적이 있습니다.

큰아이만 있었을때였습니다. 방을 하나밖에 줄수가 없다고 합니다. 당연한것인데도 미안해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이와 함께 자면 된다>고 하고는, 고마운 마음에 <보통 아이와 함께 잔다>고 안해도 될 소리를

오버스럽게 해버린것입니다. 그랬더니 그 프랑스 여인은 입을 벌리며 놀라더라고요.[무슨 상상을 했는지]

 

프랑스인들은 아주 가족중심적입니다. 하지만 부부와 자녀의 생활은 분리하더라고요.

이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서양의 풍습이라고도 할수 있을것입니다. 

부부 중심적인 생활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부의 두마음이 서로의 노력으로 하나로 합쳐져 자녀들을 양육하고 가정을 이끌어가야될것입니다.  

 

좀더 넓게 보자면 어른과 아이들의 삶을 구분하는것입니다.

이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되는것이겠지요.

 

어른들 이야기하고 있는 와중에 아이가 끼어들면 호되게 야단칩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한계선을 확실하게 심어주고 있습니다.

크는 아이들에게 중요한 교육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때로는 너무 규율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가정마다 어느정도는 다를수 있겠지요.

 

저는 될수 있으면 아이들과 함께 하는것이 좋습니다.

부부와 자녀의 생활을 특별히 구분하지 않고, 가족이라는 의미로 함께 합니다.

프랑스인들이 보기에는 너무 주먹구구로 아이 키운다고 생각할수도 있을것입니다.

 

프랑스 친구, 까린은 결혼기념일에 베이비시터에게 아이들 맡기고, 미장원가서 머리곱게 손질하고는

남편이 예약해놓은 파리의 멋진식당에서 식사를 했다고 합니다.

 

저는 아이들과 함께 하지 않은 외출은 별의미가 없습니다.

맛난 음식이 나오면 아이들 생각이 먼저 날것 같거든요.

 

몇년전 결혼기념일에 파리 근교의 골프장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낸적이 있습니다.

초대권이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가서 큰아이는 간이 침대에, 둘째는 우리 부부 사이에 재우면서,

아주 고급스런 호텔에서 재미있게 놀다온 적이 있습니다.

 

저의 눈에 비친 프랑스인들의, 비교적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자녀양육에는 장단점이 있어보였습니다.

또한 제 방식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러니 어느 정도는 절충해가면 좋겠습니다.

정답은 없는것 같습니다. 아이 기질과 성격에 맞게 부모가 지혜롭게 잘 양육해나가는게 중요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