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나라는 부자, 개인은 가난한 프랑스?

파리아줌마 2011. 1. 31. 09:48

 소비지향적인 삶과는 거리가 먼 프랑스인들

 

프랑스에서 가장 사업을 잘하는건 회사 수입과 지출이 제로가

되는것이라고 합니다. 만약 이윤을 좀 남기게 되면 고스란히

세금으로 들어가게 된다고요.

그래서 이곳에서 한국식당하는분이 이윤이 생기자 그 돈을 다시

투자하는 방식으로, 실내 인테리어를 바꾸는것을 본적이 있습니다.

그정도로 기업의 이윤을 나라가 악착같이 긁어가는 경제구조입니다.

그러니 장사하는 사람들 별 재미가 없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에 이곳에서는 월급쟁이,

특히 공무원이 최고직업인것 같습니다.

의료보험, 그리고 보조보험까지 회사에서 모두 책임지고 있고,

노동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주는곳이니까요.

그리고 회사에서 나온 식당티켓은 시내 패스트 푸드점이나 보통 식당에서도 이용할수 있습니다.

 

프랑스 회사에서 사람한명 고용하면서 드는 비용은 만만치 않습니다. 고용주들 세금에 파묻혀있습니다.

부자들의 돈을 거두어 가난한 자들에게 복지혜택을 누리게 해주는 곳입니다.

 

지금은 프랑스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지만, 10년전만 해도 나라가 흑자가 났다고

저소득층인 학생들에게 부과되었던 거주세를 감면해주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임금자들의 소득세도 무시할수 없습니다. 평생 무거운 세금에 눌려 살기에,

누가 죽었다고 하면 하는 말이 <더이상 세금 안내어서 좋겠다>고 한답니다.

이는 예전에 어떤 택시운전사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보통 프랑스인들은 빠듯하게 살아갑니다.

나라는 부자고 개인은 가난하다는 말이 나올만도 하지요.

 

그런데 아무리 가난[?]하게 살아도 휴가는 목숨처럼 챙기더라고요.

 

프랑스 중산층의 삶이라는게 돈을 모아두지 않을뿐 취미생활하고 여행다니는데 씁니다.

삶을 즐기는거겠지요. 그래도 나중에 퇴직 연금 두둑이 나오니 괜찮습니다.

그러니 일할때 열심히 세금내야 됩니다.

 

여유 돈이 없기 때문에 생활은 근검 절약할수밖에 없습니다.

세탁기나 식기세척기를 돌릴때는 전기사용비용이 내려가는 저녁 7시이후에 사용합니다.

 

언젠가 프랑스 친구의 장보는 법을 들은적이 있습니다.

아이가 연년생이라 인터넷 쇼핑해서 집으로 배달하게 한답니다.

일단 사이트 들어가서 세일품목들부터 보고, 오래두어도 괜찮을 쥬스등을 대규모로 구입해서

배달시키고 야채, 과일은 일주일에 두번서는 동네 재래시장을 찾아 싸고 싱싱한것들 사서 온답니다.

그리고 비교적 비싼 동네 슈퍼는 급할때만 한번씩 간다고 하더라고요.

 

그친구는 어릴때부터 옷은 본인이 아르바이트 해서 사입었다고 합니다.

남편은 대기업 간부직으로 잘나가는 위치에 있습니다.

친구는 그렇게 절약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규모있게 생활하고 있어 옆에서 많이 배우기도 했답니다.

 

헌것에 대한 인식이 달라

 

아이 키우면서 참 어려웠던게 남의 아이입던 옷받아입히는 것이었습니다.

큰아이가 입던 옷을 동생에게 물려입히는건 당연한것인데, 보통 한국엄마들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남의 아이입던 옷 받아 입히는것에 그리 자유롭지는 않은것 같았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였고요.

 

그런데 프랑스 엄마들은 비교적 자유롭더라고요, 잡지에 광고를 내기도 하고,

프랑스는 동네마다 6세까지 아이들의 예방접종과 치료를 무료로 해주는 모성보호기관[PMI]이 있습니다.

거기에 가면 가져가도 될 아이들 옷이 깨끗이 쌓여있습니다.

 

헌것에 대한 인식이 우리와는 다른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실용적이고 합리적인것보다는 정신적인면을 더 따지는것 같습니다.

프랑스인들은 크는 아이에게 새옷 사입히는것 보다, 누가 됐건 다른아이가 입다 적어진 옷 입히는게

더 실용적이라고 생각하는것이겠고요, 우리는 남의 것, 그리고 헌것에 대해서는 마치 없고,

못살아 얻어 입히는 느낌이 들어 기분 나빠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또한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요

사실 같은 한국엄마들끼리도 인식의 차이로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동네마다 벼룩시장이 있어 집 다락방에 있는것들 모두 꺼내어 와서 내놓습니다.

옷부터 식기, 금간 접시까지도 돈을 받고 팔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그저께 포스팅에서도 밝혔다시피 파리의 유명한 서점에서는 헌책과 새책을 함께 놓고 팝니다.

헌것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 않습니다.

 

2009년 봄 글로벌 경제위기때 프랑스에서는 물물교환사이트가 성행했고,

파리에서는 <merci>라는 구제용품 파는 매장이 문을 열어 이익금을 가난한 나라 마다가스카의 여성들과

어린이들을 위해 쓰여지기도 했습니다.

 

선물도 가족들끼리만 주로 하고, 허드레 인사치레 같은것 아예 없습니다.

누구 집에 가도 과일하나 사갈 생각없이 그냥 빈손으로 갑니다. 그게 이곳에서는 정상입니다.

그러니 생활의 거품 같은것 전혀없습니다. 그저 합리적이고 실용적일뿐입니다. 

이 또한 프랑스인들마다 다르겠지만 비교, 통계적인 이야기입니다.

 

요즘 한국에 비하자면 말도 못하게 불편한 프랑스 생활입니다.

하지만 노동의 가치가 높고, 사회복지정책 탄탄합니다. 이는 눈에 보이는것은 아닙니다.

그간 나라가 부자역할을 제대로 했기에 가능한것이겠지요.

그리고 그런 역할을 하게 만든이들은 바로 가난한 개인들이었습니다.

삶의 질이라는게 바로 이런게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