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경찰들은 시민들의 안전을 지켜야한다는 소명의식은
일단은 뒷전인것 같습니다. 그들도 프랑스 사회의 한 노동자이고,
임금자이기에 권리와 의무를 당당하게 주장합니다.
대의를 위해 나를 희생시킨다는 그런 거창한 직업의식은
별로 없는것 같습니다.
그게 좋은 결과를 가져올지 아닐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요.
다수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개개인의 그것부터 존중되어야되지
않을까 합니다. 작고 세세한것부터 시작해서 다져져야만
넓고 큰것으로 나아갈수 있을것 같습니다.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을 가지는것은 좋은일인데 때로는 그것을 뛰어넘는
부당함이 느껴진다면 저항할수는 있어야겠지요.
프랑스 경찰들은 직업현장에서 무언가 공정하지 못한 일이 있다면
당장 조합 가동시켜 시위를 합니다.
2009년 12월에도 재무부 앞에서 경찰들이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유는 인원감축과 노동조건의 악화, 그리고 실적우선주의에 환멸을 느껴서랍니다.
경찰들이 시위를 하니 경찰측 집계가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 프랑스 경찰들은 단식투쟁까지 불사하고 나섰습니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난 수요일 내무부 장관이 마르세이유 지역과 리용지역에 있는 경찰회사[프랑스는 경찰서 단위가 아니고 회사로 명명하더라고요] 2개를 폐쇄할것을 검토해 보겠다는 발표이후 프랑스 전체 경찰들이 들고일어났습니다.
그렇게되면 수당이 줄어든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경찰 가족들까지 나섰습니다.
항상 사회변혁의 주체들은 대단한 이념을 가지고 나서지는 않습니다.
당장 월급봉투 얇아진다니 가만히 있을수 없는겁니다. 그리고 단식투쟁을 시작한 어떤 경찰은
<한해에 200여일을 이동하고 아이들도 잘 보지도 못하며, 우리경찰들과 가족들은 공화국에게
많은것을 주었는데 이게 왠말이냐>는 식으로 억울해했습니다.
그냥 그동안 누려왔던 소시민적인 삶을 정부가 침해하려고 하니 반발하는겁니다.
이념적인것은 나중에 사회학자나 역사가들이 정립하는것이겠지요.
프랑스 경찰들의 연대의식
마르세이유와 리용의 두군데 경찰회사를 폐쇄할지 모른다는 것이었는데,
프랑스 전체 경찰들이 병가를 내고, 총리와 대통령의 출장에 동원되었음에도 거부하며
그들의 주장을 밝혔습니다. 이건 사실, 좀 멋진것 같습니다.
토요일, 프랑스 남부 지방, 페르삐냥에서는 <Arles 대 PSG> 축구 경기가 있었는데,
안전을 위해 동원되어야될 경찰들 84명중 74명이 병가를 내어버렸답니다.
그리고 론지방에서는 경찰 가족까지 나와서 경찰서앞에서 시위를 벌였고요,
국무총리의 출장에 경호해야될 낭시 지역의 경찰들은 대부분 병가를 내어버려 다른 지역의
인원들이 급조되었답니다.
투르와 지역의 경찰들은 사르코지 대통령을 호위해야되었는데 40여명이 또한 병가를 내고 거부해버렸답니다.
프랑스 북쪽지방 경찰들은 오늘, 월요일 고속도로법 위반 조서 작성을 거부했고,
동원에 한계적으로 응했다고 합니다.
일요일에는 폐쇄하려는 마르세이유 지역 경찰들이 파리근교에 임무를 띄고 올라와서는
무기한 단식투쟁이 돌입했습니다.
경찰들은 업무 마비도 불사하겠다고 했고, 거리 시위도 계획하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정치인들의 지지를 받던 경찰들의 폐쇄반대운동은 오늘 저녁[월요일] 내무부 장관이
폐쇄를 없던일로 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승리했습니다.
경찰이 그들의 권리를 위해 정부에 대항해 투쟁하고 결국은 원하는것을 얻어내었습니다.
문제는 덮어두면 절대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힘있는 자들은 아쉬울게 없습니다.
알아서 해주지 않습니다. 필요한 자들이, 그리고 아쉬운 자들이 힘을 모을때 변화될 가능성은
엿보이는거겠지요.
사실 내무부 장관과 경찰의 관계는 뗄려야 뗄수 없고, 다소 은밀, 긴밀[?]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생활에 위협을 받으니 이렇게 떨어질수도 있는 프랑스인가 봅니다.
사실 한국인으로서 정부에 대항해 투쟁해서 원하는것을 이루어내는 프랑스 경찰들을 보니
그저 생소하고 낯설기만 합니다.
하지만 문제를 제대로 보고 용기를 내어 드러낼때 이미 해결을 향한 발걸음은 내딛은거겠지요.
가장 심각한것은 문제삼지않는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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