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식

요즘 프랑스 법정에는 재판이 없어

파리아줌마 2011. 2. 10. 09:32

프랑스 판사들 대규파업

 

어째 자주 프랑스 시위와 파업만 다루는듯합니다.

지난 가을, 이곳에서 연금법 개혁 반대 파업이 한창일때 관련 글을

더러 올렸더니 어떤 분이 시위전문 블로거라고 하더라고요.

기분은 약간 묘했습니다만 그리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에서 약간은 질곡[?]의 세월을 살다온 386세대라 이곳에서

시위를 접하거나, 민중의 힘이 승리하는 것을 보면 감동으로

가슴 벅차오르기도 했답니다.

 

시쳇말로 좌빨 성향이 있는 사람인가 봅니다.

하지만 그런 정의는 필요없겠지요.

 

제가 감동스러웠던것은 문제를 제대로 보고 개선하고 변하려는 움직임이었습니다.

사회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만나는 여러가지 상황과 부딪히면서 끊임없이 변하려는 자세를 가진다면

좋을것 같습니다. 물론 그과정속에서 시행착오는 당연히 있겠지요.

더러 고통스럽고 힘들겠지만,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자신이 똑같다면 삶이 너무 지루할 것입니다.

아주 어려운 이야기를 너무 간단하고 쉽게한것 같습니다.^^

 

각설하고, 프랑스 사법부는 정권으로부터 독립되어 있습니다.

이건 당연한 것인데 한국인인, 저의 눈에는 특별하게 보이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지난 12월 경찰들이 문서위조와 음해혐의로 법정에 섰을때,

내무부 장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엄중하게 판결을 내려 관료주의라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좀 묘한게요, 정권과 결탁되어 있으면 하수인이 되고, 독립되어 소신껏 판결을 내리면 관료주의가 됩니다.

어느 입장에서 이야기 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는듯합니다.

자주 하는 말이지만, 처한 상황속에서 잇권이 개입되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고, 귀에 귀에 귀걸이가 됩니다.

 

하지만 사법부가 정권 눈치 안보고 있다는건 신뢰할만한 일입니다.

 

그런데 지난주 목요일부터 프랑스 법정에 재판이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이번주에 들어서면서 프랑스 전체195개의 법정들중 170개가 긴급한 공판을 제외하고는

모두 연기하면서, 프랑스 판사들이 대대적인 파업에 돌입했답니다.

 

 

                                                                                                                   사진 : AFP

 

경찰에 이어 이제는 판사까지 파업을 하나보더라고요.

 

그 이유를 보자면, 얼마전 프랑스 지방도시인 낭트에서 18세의 소녀가 성폭행으로 살해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용의자로 체포되어 있는 남성이 이미 11년형을 살고 지난 2월에 풀려났으며, 강간 15회 혐의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지난 2월 3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사법부의 직무태만을 언급했던것입니다.

 

대통령은 <재범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감시자도 두지 않고 풀어준것은 실책이라고 하면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방치한 이들은 제재를 받을것>이라고 했답니다.

이 발언으로 인해 프랑스 판사들은 동요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판사들이 더화난 이유는 정부에서 감시자를 붙여줄 어떤 지원도 해주지 않아놓고는 

본인들 탓을 하는거랍니다. 사건의 발단이된 낭트지역 판사들은 수년간 정부가 인력과 예산삭감으로

수당을 주지도 않은 것에 책임이 있다고 했습니다.

 

변호사 출신인, 예산부 장관은 판사들의 파업을 지지하면서, 공화국 대통령이 희생자 가족들의 고통과 외침을

받아야되고, 그의 고통이 되어야 하는데, 이문제에 있어서 그의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답을 가져가 줄수 없는 사회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우리 아이들을 보호할 변화들이 없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판사들에게 <책임을 지게 하고, 잘못이 있다는 인상을 주게할 것>을 당부했답니다.

 

총리는 <과도한 행위>라고 해서는 타는 불에 기름부은 격이 되어버렸고, 법무부 장관은 지난번 경찰들

고소건으로 내무부장관과 부딪혔을때는 판사들을 옹호하더니만 이번에는 자제해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집권여당인, UMP당의 비서관은 <민주주의 세계에서 판사들의 이같은 행위는 아주 드문 경우>라고

비아냥거렸고, 좌파인, 사회당 소속 국회의원은 <판사, 자신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공익을 위해 효과적으로

기능하게 하자는것>이라고 옹호했습니다.

 

내일[목요일]에는 대대적인 시위가 있답니다.

판사들뿐만 아니라 교도관들, 경찰들까지 동참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국민들이 뭐라 그런것도 아니고, 함께 책임을 통감해야될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하니 판사들이 화날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지 않아도 프랑스 민사 소송은 기한이 말도 못하게 길다고 하던데 이번 파업으로 더욱 늦어지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에, 그들은 아마, 또, 어깨 한번 으쓱~ 하고는 말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