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프랑스에 오래살수록 한국음식 없이 못사는 나

파리아줌마 2011. 2. 9. 09:41

외국생활에서 애로사항들중의 대표적인것으로는 언어라고 할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어는 꾸준히 노력하면 어느정도는 할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할수 없는것이 한국음식에 길들여진 입맛입니다.

처음에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저같이 오랜시간 살면서

한국 토속 음식이 엄청 그리웠던 임신 시기를 겪은 사람에게

한국음식은 무슨 집착처럼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아쉬웠던 것은 이사하고 나서 어수선할때 시켜먹을수 있는

중국집 배달 음식이었습니다. 이는 외국생활해본 분들이라면 대부분

공감하실듯합니다.

이곳도 피자 배달은 있지만 생겨난지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피자와 자장면, 짬뽕과는 비교가 될수 없지요.

 

요즘은 중국시장에 한국식품들이 많이 나와있고, 파리시내에도 한국식품점이

10여개 정도 되지만, 20년전 유학생으로 있을때만 해도 한국식품점이 유일하게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독점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신라면 하나가 2000천원 정도 했으니 유학생 사정에 사먹을 엄두는 못내고 중국시장에서

파는 밀가루 냄새 풀풀나는 저렴한 일본라면을 사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이곳에서 라면을 먹을수 있다는 자체가 감사한 일이었답니다.

그러고보니 프랑스에 산 세월이 참 오래되었네요.

  

당시 김치가 없으면 밥을 잘 못먹는 한국청년이 유학을 왔습니다.

아들 유학 보내는 그의 어머니의 가장 큰 걱정은 김치였답니다.

그런데 어느날 중국시장에서 우연히 한국배추를 발견했다는것 아닙니까?

그자리에서 만세를 불렀다고 하더라고요.<대한민국 김치 만만세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산시간이 더할수록 한국음식을 찾게 되었습니다.

간혹 프랑스 식당에서 외식이라도 하고 오는 날은 얼큰한 것으로 속을 달래주어야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배에 돌덩이가 들어있는듯합니다.

 

예전에 동생부부가 이곳으로 신혼여행을 왔습니다.

함께 여행하며 현지 음식만 먹었던 제부가 소화불량으로 잠시 고생했던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체한게 아니었습니다. 음식이 안맞아 비위가 상했던것이지요.

그럴때는 컵라면 하나면 약이 된답니다. 그런 경우를 종종봤거든요.

 

하지만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현지 음식이 더입에 맞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곳에서 한국음식을 해먹으려면 재료의 아쉬움이 있습니다.

중국시장을 가던지 아니면 한국식품점을 찾아야됩니다.

요리 잘하는 한국주부들은 한국과 프랑스 식재료를 섞어 퓨전요리를 잘도 만들더라고요.

그분들 말씀이, 한국가면 먹을게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 저는 신기해하다가 그런 날은 요리 한가지라도

배워옵니다. 그분들은 이곳 한국식당 며느리들입니다. 달라도 뭔가 다르다 싶었답니다.

 

저희 가족들은 저녁은 꼭 한식으로 먹습니다.

국 끓이고, 김치하고, 다른 반찬들 마련해서요.

김치를 꼭 담아먹습니다. 김치통이 바닥을 드러낼때면 왠지 허전해집니다.

그리고 김치 담근 날은 항상 부자가 된것 같답니다.

 

된장이고, 청국장이고, 김치찌개고 없어서 못먹지 아파트 이웃인 프랑스인들 눈치 안보고 끓여먹습니다.

더러 김치찌개나 마른 오징어 구워주면 좋아하는 프랑스인들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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