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보다는 결속력 있는 프랑스 고등학교
한국 소식에 관심이 많은 큰아이가 어느날 프랑스 학교는
정말 경쟁이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한국의 경쟁 강한 교육 이야기를 들어왔기에 하는
소리였습니다.
프랑스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저희 가족들은 요즘 인터넷의 발달로
실시간으로 한국소식을 접하다보니 매사를 프랑스 상황과 빚대어
보곤 합니다. 역사와 사회적인 구조가 다른 두나라를 비교하는것이
어불성설이지만 저희 입장에서는 자연스레 그렇게 되더라고요.
아이 말에 의하면, 친구가 좋은 점수를 받으면 같이 좋아해주거나,
아니면 대놓고 <너 이번에 나 앞질렀구나>라며 솔직히 이야기하곤 한답니다.
이런 이야기를 거리낌없이 할수 있다는게 어떤 질투심이나 심한 경쟁 의식이 없다는것 아니냐는것입니다.
중학교때는 숙제 안해오는 아이들이 많답니다. 그럼 아침에 서로 돌아가면서 해온 숙제들 베끼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떤 학급이 미리본 시험 문제를 다른 반 아이가 물어오면 자연스럽게 가르켜준답니다.
어떠한 규제도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학생들의 비리[?]라고도 할수 있습니다.
숙제 안해와서 친구들 것 보고 베끼고, 시험 공부 안하고 미리 시험친 친구에게 문제 물어답한다면
본인만 손해입니다. 실력을 갖출수가 없어지지요.
그리 좋은 도움이라고는 할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러다가 고등학교에 올라가게 되면 친구들간에 아주 진지한 도움들이 오고 갑니다.
학생이 학생을 지도
큰 아이는 고등학교 1학년입니다.
아이 반에는 2개의 리스트가 있답니다.
하나는 불어, 수학 등의 과목에 도움을 줄수 있는 학생 이름을 기입하게 되고,
다른 하나에는 도움 받고자 원하는 학생들의 이름을 기입해서 서로 공부를 지도하고 받게 된답니다.
이것은 담임과 반장이 상의해서 하는것이라고 합니다.
보통 9시30분에 첫수업이 있는 날은 서로 약속을 정해 8시30분까지 와서 친구가 과외교사 역할을 하게
되는것입니다. 사실 이 이야기를 듣고 조금은 놀랐습니다.
예민한 사춘기에 성적이 부진해 학급 친구에게 지도를 받는다는게 자존심 상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나 보더라고요.
한예로, 어떤 학생이 이런식으로 수학을 지도를 받아 20점 만점에 15,5나 되는 점수를 받았답니다.
고1에 수학 성적이 이정도면 아주 좋은겁니다. 그날 반아이들은 친구에게 박수를 보냈다고 합니다.
열심히 해서 수학 성적을 올리고자 했던 아이와 도움준 학생의 노력이 빚어낸 좋은 결과였습니다.
프랑스 고등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는 혼자 독불장군처럼 있지 않습니다.
본인의 실력을 부족한 친구에게 어떻게든지 나누어 주려고 합니다.
페이스 북에는 딸아이 반 학생들만 가입해서 들어올수 있는 공간이 있답니다.
거기에는 <내일 시험인데 도움 필요한 사람 이야기하라> 는 메세지가 자주 있답니다.
교사들이 결석하거나, 중간에 수업이 없을때 공부하러 가는 교실[Permanence]에서 아이가 목격한
광경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고 2들이었답니다. 어떤 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말하기를, <곧 시험인데 다른 교실로 가서 내가 가르쳐줄까?>
하고 묻는 것을 보았답니다. 그러니 모르는것 있으면 학생들 사이에서 쉽게 해결할수 있습니다.
중학교때까지는 교사가 사교육 받지 않기를 권합니다.
이유는 사교육에 의지해서 수업 시간에 소홀해지기 때문이라고요.
그런데 고등학교 올라가면서부터 과외를 받는 친구들이 있다고 합니다.
외우기만 해도 성적에 크게 문제가 없었던 중학교때와는 달리 고등학교 올라가면 익히는것 뿐만 아니라,
깊은 사고를 요하는 문제들이 있기에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도움 주고 받기 시스템을 통해 학생들간의 결속력도 다지고,
성적이 향상된다면 그것만큼 좋은것도 없겠지요.
한번씩 프랑스인들을 보면, 지극히 개인주의로 살다가 시위할때면 어디서 그런 연대의식이 나오나 궁금했는데,
하루 아침에 그리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고등학교때부터 이렇게 더불어 살아가는것을 실천하고 있기에
필요하다면 뭉칠수 있나 봅니다.
'파리의 한국아줌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랑스에는 미혼모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 (0) | 2011.02.21 |
---|---|
해외입양인을 보는 한국인들의 편견어린 시선 (0) | 2011.02.19 |
프랑스에 20년을 살아도 불어는 여전히 낯설어 (0) | 2011.02.17 |
프랑스에 오래살수록 한국음식 없이 못사는 나 (0) | 2011.02.09 |
프랑스에도 길거리 전도가 있어 (0) | 2011.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