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질 급한 사람 숨넘어가는 프랑스 병원

얼마전부터 이마에 사선을 그은듯한 피부병이 생긴 남편이 어제는 약국에 가보겠다고 합니다. 약국을 다녀온 남편은 약사가 의사에게 가보라고 했다면서 내일 가보아야겠다고 하더니 약사가 준 번호로 의사에게 전화를 겁니다. 그런데 그 <내일>이라는 말이 조금 거슬리기는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의사와 전화통화하는 소리를 들으니 일주일후에나 볼수 있다는것 같았습니다. 저는 속으로 그러면 그렇지 싶은게, <내일>이라는 말이 걸렸던게 생각이 났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의사 말에 순종하지 못합니다.

 

좀처럼 의사를 찾지 않은 사람이 작정한 일이라 본인은 내일 당장 보여보고 필요한 약을 처방받아 오리라 생각했던것입니다. 그런데 일주일후에나 가능하답니다. 남편은 전화 수화기 붙들고 당장 응급조치가 필요한 사람처럼 굽니다.

 

그광경을 저녁을 먹으며 보고 듣고 있던 딸아이는 제 얼굴만 쳐다봅니다. 저는 아이와 남편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와중에 엄마와 딸은 가장의 소란[?]을 보고 서로 말없이 교감하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눈빛에는 <아빠 도대체 왜 저러는거야?>가 쓰여져 있었고, 그런 아이를 대하며 저는 <그러게 말이다>로 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남편이 이해는 되었습니다. 사람이 어디 몸에 편치 않은곳이 있으면 빨리 진단받아보고 싶어집니다. 저 또한 자주 남편과 같은 경우를 경험했던지라 그 다급함이 이해가 되었던것입니다.

 

이래저래 떼를 써보더니 먹혀들어가지 않았는지 알았다고 하면서 일주일후로 약속을 정했습니다. 전화를 끊고난뒤 "이곳에서 그리 오래살았는데도 의사가 내일 당장 약속을 정하리라고 생각했냐"고 핀잔을 주었더니 피부가 가렵기 때문에 본인에게는 급한 일이었답니다. 성질은 급하지 않지만 전형적인 한국 남자 사람이라, 로마[?]에 가도 한국식만을 고집하는 남편입니다.

 

혼자 모든일을 담당하는 프랑스 개인병원 의사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의사 보러가는 것을 병원간다고 하지요. 이곳에서 병원의 개념은 종합병원입니다.

그래서 의사를 보러간다고 하지 병원간다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전문의들 모아 놓고 하는 소규모의 센터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의사가 혼자 진찰, 뒷정리, 돈받는일까지

다합니다. 한국은 개인병원이라도 간호사부터 행정직원까지 있는것으로 압니다만 이곳은 의사 혼자뿐입니다.

대부분 조그마한 아파트 개조해서 진찰실로 쓰고 있습니다.

 

진찰하고 약처방전 주는일이 모두입니다. 그리고 검사가 필요하면 처방전 써주어서 동네의 실험실[laboratoire]에 가서 피검사 등을 받게 합니다. 그리고 좀더 큰병원을 찾아야될 경우 주치의가 소개서를 써주어야 됩니다.

 

프랑스는 2005년 1월 1일부터 의료보험 개혁안에 따라 주치의 제도가 도입되어 전문의를 보더라도 주치의 소개서를 가지고 가야 보험 환불율이 많아집니다. 결과보다는 절차와 방법을 중요시 여기는 이사회에 살다보면 한국사람들은 답답해서 속터지는일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특히 성질 급한 사람들은 숨 넘어가고도 남습니다.

 

2년전 위내시경을 받았습니다. 위내시경을 받기위해 주치의 찾아가고, 그가 소개해준 종합병원의 동료 의사 보고 검사 날짜 잡히는데 한달이 넘게 걸렸습니다. 그럴줄 알고는 있었지만 너무 시간이 걸리기에 그해 여름에 다녀왔던 한국에서 받지 않은 것을 후회했습니다. 

 

감기가 심하게 걸린 경우는 주치의에게 이야기하면 다음날 정도는 진찰 받을수 있도 있고, 급한 경우는 응급실을 찾습니다. 그런데 응급실을 찾은 한국분들의 이야기가 하나같이 징글징글하다는 것입니다. 거기서도 느릿느릿하나 보더라고요, 그런데 용케도 프랑스 의사들은 정말 다급한 사람은 알아본답니다. 그래서 필요한 응급조치를 해준다고 합니다.

 

느린 프랑스 의사 일처리에 덕을 본 경우도 있어

 

그런데 이런 느릿한 일처리에 덕을 본 경우가 있었습니다.

 

얼마전 큰아이의 아랫입술 안쪽 깊은곳에 이상한 부스럼이 생겼습니다. 좀처럼 없어지지 않아서 의사를 찾았더니 간단한 수술로 제거해야된다고 합니다. 이 진찰받는데도 일주일 넘게 걸렸습니다. 그런데 스키방학을 앞두고 있었던터라 방학동안 수술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의사는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스케줄표를 펼치는데 온통 듬성듬성한데도 안된다고 하더니 3주뒤에서야 수술날짜를 잡아줍니다. 조금은 심란했습니다. 개학한 첫째주 금요일에 하기로 했는데, 일단 학교수업 일부는 빠져야하고, 아무리 간단해도 수술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의사에게 보인김에 빨리 수술하고 싶었는데 3주나 기다려야 되었습니다. 혹시 그사이 없어질 가능성이 있나 의사에게 물어보니 그럴 일은 없을거라고 합니다. 그런데 기다리는 3주동안 그 부스럼이 거의 없어져 버렸답니다. 이를 의사에게 알리니 그때는 당장 와보라고 하더군요. 환자들 보는 중간에 잠시 보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술은 취소되었고, 의사도 아주 좋아했습니다. 어찌나 감사하던지요. 의사의 늑장이 피보는것을 면하게 해주었습니다.

 

문화대국, 예술의 나라, 프랑스라며 좋아하시던 어떤 한국분이 이곳에서 사업을 했습니다. 몇년 사업끝에 내린 결론은 프랑스라는 나라가 징글징글하답니다. 느려터져 빠진 행정, 같은 회사내에서도 극심한[?] 분업화로 인해 본인일 아니면 전혀 상관 안하니 한국분들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듭니다. 저 또한 지난 20년동안 이곳에 살면서

울그락 불그락했던 적이 많았던지라 그분 이야기가 너무 공감되어 웃었습니다. 익숙해져 있는 한국적인 시스템을 버리지 않으면 프랑스라는 나라는 징그러울수밖에 없답니다.

 

사족 : 어제 트위터를 통해온 댓글인데요, 혼자 읽기 아까워 덧붙입니다.^^

 

-<프랑스는 약국, 병원 이곳저곳 다니다가 끝내 자연치유의 기적을 경험케 하는곳이죠.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