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프랑스 초등학교에서 가장 인기있는 선생님은?

파리아줌마 2011. 3. 16. 09:11

지금 초등학교 3학년인 작은 아이가 유치원 3학년때[참고로 프랑스는 유치원 3년과정, 만 3살부터 6살까지] 모네의 작품을 보더니만 바로 끌로드 모네라고 알아맞힙니다. 놀라서 모네를 어떻게 알았냐고 하니 학교에서 선생님과 함께 보았다고 합니다. 그당시 아이는 같은 인상파 화가인 미로의 작품을 모방한 그림을 그리기를 즐겼는데,

집안을 온통 종이더미로 만들어놓곤 했었습니다. 각양각색으로 미로의 화법인 곡선을 자유자재로 활용해서 그려보더라고요.

 

그러더니 어느날은 파리에 중세 박물관이 있는데 가보고 싶다고 합니다.

어떻게된건지 유치원생 아이를 통해 이 엄마는 중세박물관이 있는지 알았고, 아이가 원하길래 찾아가보았답니다. 그 박물관에는 중세의 타피스리[장식융단]인 <리코르느의 여인>이 있었는데, 유치원에서 선생님과 공부를 많이 했나보더라고요. 6장의 중세 타피스리에는 각각 테마가 있었습니다. 어두컴컴한 방에 배치되어 있던 타피스리를 보며 아이에게 설명을 들었답니다. 그리고는 타피스리 그림엽서를 사서 선생님께 드리기도 했지요. 그뿐만 아니라 교사의 다양한 문화 탐방 프로그램으로, 학교에서 식물 정원등을 방문하기도해서 제가 동행했던적이 몇번 있었습니다.

 

유치원을 마치며 아이에게 문화를 접하게해준 선생님이 너무 고마워 한국 민속용품을 선물로 드렸습니다.

도미니크 선생님이었는데 그리 살가운 사람도 아니었고, 그냥저냥 본인 할일만 충실히 하는 유치원 교사였습니다.

 

그리고는 초등학교 2학년때 또 다른 멋진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이교사의 인기는 학생들을 넘어 학부모들에게까지 전해져 학년말에 인색[?]하기만한 이곳 학부형들로 하여금 값진 선물을 하게끔 만들었습니다. 자녀들이 좋아하니 당연히 학부모들의 마음도 움직였겠지요.

 

무엇보다 책을 통한 공부외에 관련된 과외활동들이 많았습니다. 과외활동이라면 견학을 가는것도 있었지만 교실안에서 할수 있는것들을 십분 활용하더라고요. 예를 들자면, 그해의 테마는 <인간의 몸>이었습니다. 어느날 엑스레이 찍은것 있으면 가지고 오라고 합니다. 아이가 기침을 심하게 할때 찍었던 것이 있어 보냈습니다. 학교에 갈일이 있어 가보니 교실 유리창에는 흉칙한 엑스레이 사진들이 주렁주렁 걸려있더라고요. 해볕 비치는 유리창에 붙여놓으니 갈비뼈 하나까지 다보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별거부감없이 본인 혹은 측근의 가슴사진[?]을 곁에 두고도 공부를 잘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날은 닭뼈를 가지고 오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날은 일부러 닭요리를 해서 먹었고, 학교에 가져갈것이라 남은 살점하나 없이 다 떼어내고, 세제로 씻는데 깨끗이 씻기지가 않으니, <별걸 다 가지고 오라고 하네> 싶은게 조금 불평이 나오더라고요. 그다음날 방과후 학교앞에는 닭뼉다귀가 들어있는 플라스틱 통을 들고 있는 엄마들을 볼수 있었습니다. 조금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더라고요. 수업시간에 닭뼈로 인간의 몸을 연상하며 퍼즐처럼 맞추어 보았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뼈로 보자면 닭이나 인간이나 크기만 달랐지 크게 다르지 않겠더라고요.

 

아이말에 의하면 그런것들이 너무 재미있었다고 합니다. 일단은 책을 보고 그다음에는 관련된 것들을 실험, 경험하게 하는게 다른 선생님과는 달랐다고 합니다. 올해도 감사하게 그선생님이 담임을 맡았는데, 테마는 천문학입니다. 학년초 밤에 달을 보고 그림을 그려오라고 했나봅니다. 밤마다 아이는 창문을 열고 달을 찾는데, 자주 굳은 파리 날씨라 밤에 달보기가 쉽지가 않았습니다. 저와 함께 허구한날 창문으로 목만 빼서 달을 찾곤했지요.

 

이렇듯 어떤 주제를 하나 잡으면 깊이 들어가고, 넓게 나갑니다.

그리고 진도 나가는데에 전혀 급급해하지 않고 어떡하면 아이들에게 재미있게 익히게 해줄까 생각을 많이한 선생님 같았습니다.

 

 

                    작은 아이 유치원 3학년때 학급사진입니다. 아이에게 끌로드 모네를 알게해준 도미니크 선생님과 함께,, 

 

바스티유 오페라에서 독일 오페라 감상하는 초등 2학년들

 

작년 활동들중 가장 기억에 남는게 학급 아이들이 바스티유 오페라로 독일 오페라인, <Der Mont>을 보러 간것이었습니다. 어느날 문득보러간 것이 아니고 사전활동이 많았습니다. 꽤 오랜시간 동안 오페라 줄거리와 노래까지 익히고나서 보러간 것이라 학생들이 더 깊이 이해할수 있었답니다. 당시 아이는 집에서 그 노래를 자주 부르곤 했었습니다. 비용은 교사재량으로 할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아주 싼가격에 갈수 있었습니다.

기억에 한몇천원정도 낸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페라 보러간다고 선생님은 여학생들에게는 우아한 차림을 할것을 권했나 보더라고요.

아이는 한국에서 사가지고 온 화려한 캉캉치마를 입고 갔습니다. 그날 오후에 학교앞으로 아이를 찾으러 가니 그반 여학생들 모두 우아하게 치마를 입고 왔더라고요. 그모습이 무척 귀여웠습니다. 

 

그렇게 열과 성의로 아이를 가르쳐준게 너무 감사해서 학년말에 좋은 선물로 마음을 표시하고 싶었던차에 어떤 엄마가 학부모들이 돈을 모아서 선물을 준비하자고 제안하길래 흔쾌히 응했습니다. 물론 원하는 학부모에만 한하는것입니다. 한엄마가 나서서 돈을 거두고, 다른 엄마는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학년말에 있었던 학교 축제때 운동장에 모여 선물 증정식을 가졌습니다. 선물은 파리 오페라 근처의 고급 식당에서 남편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것이었는데, 테이블에 와서 오페라 가수가 들려주는 곡을 감상하며 식사를 하는곳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근사한 카드까지 준비했더라고요.

 

더러 학부형들이 돈을 모아 학년말에 교사선물을 하기는 해도 이런 화려한 선물과 증정식까지 가지는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아주 감동한 선생님은 모여있던 학부모들 하나하나 돌아가며 프랑스식 뺨맞대는 인사로 감사함을 표시했습니다.

 

프랑스 초등학교는 공부 많이 안시킵니다. 큰아이말에 의하면 중학교 들어가면 초등학교때 했던것들 다시 복습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기에 공부보다는 이런 과외, 문화 활동 위주로 프로그램을 가지는 교사가 인기가 있답니다.

그 선생님은 항상 일을 꾸미고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 엉뚱한 발상으로 아이들을 재미있게 이끌어갈지 기대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