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의협심 강한 프랑스 젊은 여성들

파리아줌마 2011. 3. 14. 09:55

얼마전에 파리시내 나갔다가 곤혹스러운 일을 겪었습니다. 파리중심가를 지나고 있는데 어떤 벙어리 집시 아가씨가 다가오더니 서명을 해달라고 저에게 서류를 내밉니다. 장애인을 도우는 일인듯했습니다. 그런데 서명서에는 돈액수가 적혀있었습니다.

 

조금은 이상하다 싶었지만 장애인 도우는 서명이라기에 이름적고 사인을 했더니 대뜸 돈을 달라고 합니다. 거리 서명에 돈달라는것은 말이 안되지요.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돈 없다고 하고는 가려는데 못가게 합니다. 아차~ 싶었습니다. 잘못걸려든것이었습니다. 이쪽으로 가려니 막아서고, 저쪽으로 가려니 또 막아섭니다. 옆에 있던 또다른 집시가 2유로만 내라고 합니다. 그제서야 서명을 가장한 강도짓이라는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순간 화가 났지만 좀 무서웠습니다. 집시들 여러명이 저에게 몰려들었기 때문입니다. 어떡해야되나 당황스럽게 있는데, 누군가가 <그녀를 내버려둬>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살았다 싶어 돌아보니 어떤 젊은 프랑스 여성이 집시들에게 소리를 질렀던것입니다. <그녀를 가게 내버려둬>라며 계속 이야기합니다. 그제서야 저도 용기를 내어 <경찰을 부를거야>라고 했더니 대빵쯤 되어보이는 이가 가라고 합니다. 또 다른 집시 한명은 그 젊은여성을 향해 때리는 시늉을 하더라고요. 

 

어쨌든 저는 그젊은여성 덕분에 어렵지 않게 풀려[?]날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던 길을 계속가는데 더욱 더 극악무도해지는 이곳 집시들의 행태가 살벌하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냥 구걸이 안되니 이렇게 위장한 서명운동까지 벌이며 강도짓을 하는것입니다. 그건 그렇고 제가 집시들 눈에 어떻게 보였으면 그런 일을 당했나 싶었습니다. 어설픈 여행자나, 아니면 물러터진 사람으로 보였으니 접근을 했겠지요. 정신 바짝차리고 살아야겠습니다.

 

예전에 소피 마르소와 뱅상 랑동이 주연한 프랑스 영화, <Etudiante>,[한국에서는 <you call it love>로 소개]에서 대학 교수 시험을 준비하는 여대생, 소피 마르소의 의협심 넘치는 모습이 자주 연출되었습니다.

누군가가 길거리에 휴지를 버리는것만 봐도 달려가서 그사람을 꾸짖습니다. 옆에 있던 애인인 뱅상 랑동은 그런 여친의 모습이 탐탁치는 않았지만 어쩌지 못하고 그냥 침묵하고만 있습니다. 연출을 위한 인물 성격으로 규정할수도 있지만 이는 전형적인 프랑스 젊은 커플의 모습이라고도 할수 있습니다.

 

특히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정의롭지 못한 일에 간섭하고 목소리 높이는 쪽은 남성들 보다는 여성들입니다.

의협심이 강하다고 할수 있습니다. 약하고 힘든이들을 도우는데도 여성들이 더 앞장섭니다.

 

예전에 유모차 탄 작은아이를 데리고 파리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릴때 도와주겠다고 유모차를 함께 들어준 이들은 대부분 젊은여성들이었습니다. 신기했던게 아직 아이도 낳아보지 않은 젊은 처자들이 어떻게 남의 시정을 그렇게 잘알고 도우려고 하는지 고맙고 기특하기까지 했습니다.

 

무서운 힘 발휘하는 프랑스 여성들

 

혹자는 프랑스 여성들의 이런 의협심 넘치는 드센[?] 기질을 지형적인 원인으로 보기도 하더라고요. 프랑스가 음이 세기 때문이라고 하면서요. 하지만 그것보다는 약해서 억압받기만 했던 여성들이 힘을 기르기 위해 서로 뭉치면서 의협심과 연대의식이 강해진것으로 보아집니다. 그리고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작년 가을 연금개혁안 반대 시위에 가보았을때 메가폰 잡고 시위를 주동하고 있는이는 여대생이었습니다.

 

 

작년 가을 파리상원 의원앞, 연금 개혁안 반대시위에서 메가폰을 잡고 있는 프랑스 여대생

 

 

프랑스 사회에서 여성들은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전 대통령 선거에서 미테랑을 떨어뜨리고 지스카르 데스땡을 당선케한것도 여성표의 힘이었다고 합니다. 

 

주간지 <렉스프레스>의 여성편집자인 프랑스와즈 지로씨에 의하면,

1965년의 선거에서 미테랑이 드골에게 진 것도 여성들이 그를 싫어했기 때문이라고요,

실제로 그때미테랑은 남성표에 한해서는 드골보다 많은 52% 득표를 했다고 합니다.

 

한편 젊은 여성들이 주축이된, 프랑스 여성해방운동 혁명전위대는 총파업을 하면서

집안 일에는 손을 떼고 파리시청에 오물을 쏟아붓는 과격한 행동도

서슴치 않았다고 합니다. 

 

큰아이가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자주 남학생이 여학생을 괴롭혔던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올라가니 점점 그런류의 이야기가 줄어들기에 어느 날 물어보았더니, 남학생이 여학생 괴롭히면 여자아이들이 떼거지로 몰려들어 남학생 몰아부친답니다. 그래서 남학생들은 꼼짝도 못하게 된답니다. 여자아이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드세[?]지는 것이지요. 그런데 여자아이가 혼자라면 힘으로라도 남학생을 이길수없겠지만 여럿이 힘을 뭉쳐 달려들면 아무리 남학생이 힘이 세도 못당할것입니다.

 

고등학생 큰아이 친구인 나탈리는 몇년전에 그러니깐 중학생때, 버스에서 어떤 사람이 앞사람이 유모차를 내리려고 시간이 지체되니 불평을 했나보더라고요. 이에 나탈리는 <다른것도 아니고 유모차 내리는데 그것 참지 못하고 그러냐>고 바로 따지고 들었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나탈리 말에 동조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특히 친구가 부당한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바로 나서서 오지랖 넓게 따지는 프랑스 여학생들입니다.

언젠가 학교에 친구들 보여준다고 한국 노래 CD를 가지고 간 큰아이가 잠시 화장실 간사이 남학생들이 아이 가방을 뒤져 CD를 보았나 보더라고요. 이사실을 안 친구, 줄리는 바로 <너희들 그럴수 있냐>며 호통을 치더랍니다.

무언가 경우에 어긋나고,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자기일이 아니더라도 가만있지 않는 프랑스 젊은 여성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는 아직도 열악합니다. 하지만 아쉬운 놈이 우물판다고 프랑스 여성들은 그녀들 스스로 나서서 끊임없이 싸워왔습니다. 그러면서 서로 힘을 합해 남성중심사회에서 평등과 정의를 외쳐온것입니다. 약한자들이 할수 있는 최선은 서로 힘을 합하는것입니다.

 

큰 아이 말에 의하면 남학생들은 모르겠지만 여학생이 뭔일만 있으면 같은 여자 친구들이 서로 나선다고 합니다. 참으로 오지랖 넓은 프랑스 젊은 여성들입니다. 그 오지랖 덕분에 저는 집시들로부터 구출[?]될수 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