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프랑스 노르망디에는 일년에 비가 두번만 온다?

파리아줌마 2011. 3. 18. 08:49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에는 일년에 비가 두번만 온다?

 

아무렴 일년 365일인데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이는 노르망디인들의 해학이 담긴 역설적인 표현일뿐이었습니다.

 

지난 2월말 노르망디 지방에 한국문화를 알리는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는 손차룡 작가님을 뵈러 갔을때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아시아 영화제가 있었던 도빌과 인접한 투루빌 시청에서 전시회 준비를

하고 있는 작가님을 후원해주고 있는 그지역 유지인 쟝 롱바르씨를

만났습니다. 사업을 하다가 은퇴하고 한국문화를 알리는 전시회에 

지원을 아끼지 않은 롱바르씨에게서는 연륜이 배인 여유로움이 묻어나와

사람을 편하게 해주었습니다.

오후 5시에 문을 닫는 시청이라 준비를 대충 끝내고 나와 저녁거리로 생선을 사러갈 참이었습니다.

그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지요.

롱바르씨는 출중한 외모와 풍채와는 다르게 살이 대충 부서진 조그마한 우산을 쓰고는

<노르망디 지방에는 일년에 두번만 비가 온다>며 쾌활하게 이야기 합니다.

그말을 듣는 순간 무언가 삶의 해학이 묻어있겠다 싶었지만 스물스물 뼛속 깊이 기어드는 추위와

비때문에 따져 물으려하지 않고 있으니 바로 설명을 해줍니다.

한번은 11일에서 630일까지이고, 다른 한번은 71일에서 1231일까지랍니다.

그래서 노르망디 방에는 일년에 딱 두번 비가 온다고 하면서 옆에 있는 다른 한국분들에게 설명해주라

고 합니다. 바로 다른분들에게 이야기하니 모두들 왁자지껄 웃는데, 롱바르씨도 호탕하게 함께 웃습니다.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서 두번인것입니다.

                                                                                                                @노르망디, 투루빌 바닷가

그정도로 노르망디 지방에는 비가 많이 오나 봅니다.

그런데 일년 내내 주구장창 비가 온다고 하지 않고, 런 표현을 써가면서 즐거워하고 있더라고요.

하기사 인간의 의지로 어쩌지 못하는 기후라 거부할수 없다면 즐기는 편이 나을것입니다.

직접적인 언어표현은 삼가하는 프랑스인들

프랑스인들의 언어표현은 직접적이지 않습니다.

이런 간접적인 표현들을 써가면서 본인 의사는 정확하게 밝히더라고요. 

작년에 돌려표현하는 프랑스인들의 언어를 똘레랑스 정신과 빚대어 포스팅한적이 있습니다. 

더우면 덥다고 하지 않고 춥지않다고 합니다. 좋으면 나쁘지않다고 합니다. 강하고 자극적인 언어는 될수 있으면 피합니다. 이는 자신의 말을 듣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으로, 어떠한 격한 감정속에서도 전달과 소통의 사회적인 방편의 하나인, 언어의 완충작용을 염두에 둔게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었습니다. 이는 또한 자존을 위한것이기도 합니다. 똘레랑스 정신의 원리가 존중받고 싶으면 존중하라지요.

 

내뱉는 언어가 사람 마음에 미치는 영향은 간과할수 없을겁니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언어는 사람을 여유롭게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그반대로 여유있는 사람이 상대를 존중할수있겠지요. 하지만 후자는 그리 선호하고 싶지 않습니다. 더불어 살아가야하는 세상에서 핑계거리만 될것 같기 때문입니다.

바쁜 와중에도 하늘 한번 올려다 보고, 주위 한번 둘러볼 여유를 가지고 산다면 좋을것입니다.

 

<노르망디 지방에는 일년에 비가 두번만 온다>는 표현에서 노르망디인들의 여유가 느껴져서 좋았답니다.  인간이 어쩌지 못하는 자연에 대한 순응과 더불어 즐겁게 생각하며 살려는 프랑스인들의 삶의 지혜가 엿보이는것 같기도 했고요. 마치 하늘에 정면 대결하지 못하니 빚대어 우회해서 만들어낸말인것 같습니다. 그러고는 자기들끼리 좋아하고 있습니다. 어둡고 음산한 날씨를 탓하고 있는것 보다는 낫겠지요. 

 

일년내내 비와 안개로 쌓여있어 운치있는 노르망디라 자주 영화배경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뿐, 그속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노르망디인들은 그런 기후로 인해 질병도 있을것이며,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할것입니다.  하지만 급한것도, 심각한것도 없는 프랑스인들 같습니다.

 

그날 롱바르씨에게 들은 이야기를 생선가게에 가서 한번 써먹어보았습니다.

가게 상인들에게 <노르망디에는 일년에 두번만 비가 온다면서요?>하니 다들 무슨소리인지 알고는 웃습니다.

인상좋고, 사람좋아 보이는 생선가게 아저씨는 십년전 한국다녀온 이야기를 합니다. 친지중 한사람이 한국에 파견근무 가있었다고 합니다. 가족들과 함께 갔었는데 아주 좋은 여행이었다고 추억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의 한국은 십년전보다 훨씬 발전했다고 일러주었지요.

 

하루종일 그치지 않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스물스물 옷깃안으로 파고드는 추위, 그리고 비에 젖지도 않는 바다 바람을 맞고 다니며, <노르망디에는 일년에 비가 두번만 온다>는 소리를 들었던 노르망디에서 보낸 어느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