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어깨 무거운 프랑스 학교 학생회장

파리아줌마 2011. 3. 23. 09:29

초등학교 시절 반장이라고 하면 공부잘하고, 잘생기고,

대충 부잣집 아들로, 자주 학생들을 호령했던것 같습니다.

제 어린시절 기억에 적어도 반장하는 남학생들은 카리스마는

있었던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고, 수업 시작하고 마칠때,

<차렷, 선생님께 경례>라는 구령을 우렁차게 외쳤던 반장이었습니다.

그런 반장은 항상 여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곤 했었지요.

 

그리고 부반장은 대체로 하얀피부에 도회적 이미지가 강하게 풍겼던

아리따운 여학생이었습니다. 그녀들에게 카리스마는 없었습니다.

얌전하고, 다소곳했으며 항상 선생님의 총애를 받는 아이였지요.

 

저 또한 한번쯤 될뻔했던적이 있었습니다만 엄마와 조금 친했던 선생님의 공수표[?] 남발로 그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부반장은 학급을 두번째로 대표하는 느낌은 없었고, 어디 미스코리아에 뽑힌 아이 같았습니다. 

 

반장이나 부반장이나 학생들을 대변하는 일을 하기보다는 무언가

우월하고 군림하는 존재였던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군림하면 얼마나 하겠습니까만은 적어도

학급내에서 분위기가 그랬던것 같습니다.

 

얼마전 광주의 초등학교 학생회장 선거를 앞두고 소견을 발표하는데 콜팝 선심공약이 문제시되었던 것을

아이들과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까지 선심공약을 해서 회장이 되고 싶었을때는 분명 높은 자리를 누리는자의 달콤함을 알기때문이겠지요. 명예욕, 권력욕이라는 본능일수도 있겠지만 그속에 좋은것이 없다면 무엇하러 그런 선심공약을 하겠습니까?

 

학생들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학생대표들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이곳 학생회장으로 화제가 돌려졌습니다.

그런데 프랑스 학교에서는 <장>이라고 하지 않고, 남자대표, 여자대표라는 호칭을 쓰더라고요.

 

큰아이 같은 경우에는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대표들이 있었답니다.

어떻게 대표를 선출하냐면, 원하는 학생들에 한하는데 여러명 되면 투표를 한답니다.

비기게 되면 다시 투표를 하는데, 한표 차이라도 날때까지 계속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선출된 대표는 교장, 교사, 학부형과 함께하는 정기적인 회의가 다가오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건의하게 됩니다.

 

예를 들자면, 큰아이는 초등학교때 대표에게 <남학생들이 축구하느라 운동장을 너무 많이 차지하는것>을 문제시 삼아 건의했고, 대표는 이를 회의에 알려 운동장 사용계획표를 작성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예로, 날씨가 좋아 식당안이 아닌 바깥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싶어하는 의견이 있었나 봅니다.

어느날 학교식당 테이블들이 바깥으로 나와있어 아이는 의아해 했는데, 식당 아주머니들이 너희들이 원했던것이라고 하더랍니다. 그날 하루만 야외식사를 즐긴적이 있다고 합니다.

 

작은 아이 학교 같은 경우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한 대표의 건의로 운동장 바닥에 있는 놀이선이 더욱 컬러풀하게 페인팅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대표들을 선출하지 않는 학급도 있답니다. 올해 작은 아이 반은 대표가 없습니다.

 

 

                                                                                       작년 가을 연금개혁안 반대를 외치며 시위하는 고등학생들 

 

그러다가 중학교 가면 대표들은 일년에 세번있는 학급회의에 참석하게 되는데, 이 회의는 학감과 교사들, 그리고 학생대표들이 모여 논의하는데, 대표는 학생들 의견을 수렴하며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한답니다.

 

의견은 주로 공부와 학급 분위기, 그리고 지향해야될것을 학생들에게 듣고 필기한 대표가 교사들 앞에서 이야기하면 반대하거나, 동의하는 교사들이 있답니다. 이를 다시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프랑스 학생 대표이니 일이 많습니다.

 

프랑스 고등학교에서 학생 대표들의 역할은 지대해

 

그러다가 고등학생이 되면 대표의 역할은 더욱더 커집니다.

1/3분기가 끝나면 학급회의가 있는데, 문제시 되었던 사항들이 개선되고 좋아지는 역할을 대표가 제대로 해야된다고 합니다. 처음에 큰 아이반은 노는 수준이었답니다. 그런데 첫학급회의 끝나고나서 아주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답니다. 대표와 학생들이 똘똘뭉쳐 문제점들을 고쳐나가고 있는중이라고 하더라고요.

 

큰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매달 수요일 오후에 고등학교 전체 대표들이 학생감독 선생님과 회의를 한답니다.

한반에 있는 남자, 여자 대표중 한명은 꼭 참석해야된다고 합니다. 학교 행사나 학사 일정을 회의를 통해 이야기하면 대표들은 학생들에게 전달하게 된답니다. 오로지 학감과 대표들과의 일이고, 교사들은 관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더러 교사들은 학생들을 통해 학사일정을 전달받기도 한다고 합니다.

 

학생들과 학감의 의견을 노트할수 있는 학생대표 수첩이 따로 있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대표가 지켜야될 규칙들이 적혀져 있답니다. 대표는 공부뿐만 아니라 매사에 학생들의 롤모델이 되어, 좋은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어야된다고 합니다. 그러기에 프랑스 고등학생들은 대표를 잘안하려고 한답니다.

 

큰아이 반에는 처음에 여자 대표할 사람이 없었답니다. 이에 담임은 일 잘못하는 대표보다는 없는게 낫다고 했고, 아멜리가 못이긴듯이 손을 들어 여자 대표가 되었답니다. 실제로 대표가 교사의 말을 전달못해 학급 전체를 우왕좌왕하게 만든적도 있답니다. 그리고 대표 역할을 못하면 교사들이 잘라버리기도 한답니다.

프랑스 학교 학생대표들은 책임질것밖에 없습니다.

 

여자 대표인 아멜리는 어떤 역할을 하냐면, 어느날 줄리에뜨가 안좋은 표정으로 있더랍니다.

그래서 왜그러냐고 물어보니, 친구들이 모여있다가 줄리에뜨가 다가가니 모두 떠나버리더랍니다.

그래서 줄리에뜨는 일부러 자신을 소외시키는 줄 알았답니다.

이에 아멜리는 조금전 그친구들에게 가서 조용히 이를 알렸고, 아이들은 놀라서 그런것 아니었다며

줄리에뜨에게 다가갔다고 합니다. 이를 이야기해주면서 큰아이는 25명인 반아이들의 결속력은 정말

대단하다고 합니다.

 

여러학생들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다면 적어도 이정도의 책임은 있어야되지 않을까 합니다.

요즘 고등학생인 큰아이의 학교 이야기를 들으면서 프랑스인들의 저항, 사회 참여의식,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연대의식이 어느날 갑자기 이루어진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