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대중문화에 열광하지 않는 프랑스인들

파리아줌마 2011. 3. 25. 09:28

2년전쯤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때 우연히 한국의 예능프로인,

<패밀리가 떴다>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간 한국 드라마는 자주 보았지만

예능프로는 처음본것이었습니다. 명쾌한 유재석씨의 코믹연기를 보니

솔직히 살것 같았습니다. 얼마나 눌려있었던지 이런 세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기분을 올려주더군요. 그리고나서 지난편까지 샅샅이 뒤져서

스키방학 2주 동안 밤마다 아이들과 <패떴>을 보며 지냈습니다.

 

이런 대중문화가 현대인의 삶에 끼치는 영향을 간과할수 없더군요.

하지만 잠시잠깐 머리식히는 정도였습니다.

복잡하고, 스트레스 많은 시대에 살다보니 가끔씩, 혹은 자주

예능프로 보며 쉬어가는것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한몇달 빠져서

보다보니 한계가 있기는 하더라고요.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저도 모르게 안보게 되었습니다.

 

대중문화는 바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휴식과, 더러는 일종의 대리만족마저 가져다 주는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드라마속에서 좋은 일이 있으면 괜히 저도 함께 기뻐집니다. 컴퓨터앞에서 혼자 흐뭇해하며 드라마를 보고 있곤 하지요. 그럴때 세상사는 잠시 잊을수 있겠더라고요.

 

인터넷의 보급이 저같이 외국에 사는 한인들에게는 정말 반갑고 고마운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파리에 사는 어떤 한인 엄마는 처녀시절에 인터넷이 보급되었더라면 결혼을 하지 않았을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농담이었습니다. 그만큼 첨단문명의 발달은 지구반대편에 사는 파리한인들에게 한국을 더욱 가까이 느낄수 있게 해주었던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인터넷이 들어오고난 이후로는 프랑스 TV를 거의 보지 않았습니다. 귀에 잘들리고, 눈에 익숙한 한국프로를 보는게 낫지, 프랑스말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텔레비전 프로들이 하나같이 재미가 없습니다.

 

아이돌 가수도 없고, 드라마보다는 영화제작에 더욱 힘써

 

한국처럼 아이돌 가수가 있는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인기가요> 같은 프로는 찾아볼수도 없습니다.

요즘도 프랑스인들이 즐겨듣는 노래는 미국 팝이나 록음악입니다.

스티브 원더, U2 등 제가 한국을 떠나오기전인 80년대에 주로 들었던 노래들입니다.

 

그리고 프랑스 가수들은 단순히 노래만 잘해서는 뜨기 힘듭니다.

작사와 작곡에 가창력까지 보장되어야지만 겨우 뜰수 있고, 게다가 기타나 피아노를 자유자재로 연주하며

무대를 휘어잡을수 있어야 됩니다.

 

8, 90년대 유행했던 파트릭 브뤼엘이나 쟝 작크 골드만의 노래가사는 거의 시 수준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10년뒤에 만날 약속을 하고 헤어진 친구들을 다시 만나는 날의 단상을 노래하고, 

<아일랜드 종교분쟁이 일어났던 곳이나, 2차대전 당시 독일의 어떤 도시에서 태어났더라면,, >하고

시작되는 가사들은 단순히 머리만 식히고 지나갈 대중문화 같지 않습니다.

 

얼마전 작은 아이의 친구, 쥐스틴이 70년대의 스웨덴 4인조 그룹이었던 <아바>의 노래를 엄마와 할머니와 함께 듣는다고 합니다. 프랑스는 3대가 같은 노래를 듣나 보더라고요. 그리고 운동코치인 토마는 세대를 불문하고 좋아하는 가수는 누구인가에 대해 아버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토마는 마이클 잭슨이라고 하고, 아버지는 비틀즈라고 했답니다. 프랑스인들은 다양성을 인정하는데는 유연할지 모르겠지만 새로운것을 받아들이는데에 비교적 인색합니다. 다분히 보수적이지요. 하지만 이런 보수는 나쁘지 않은것 같습니다.  

 

또한 자주 꽃미남, 미녀들 등장시키는 화려한 스크린의 드라마를 제작하지도 않을뿐더러 예능프로라고 있는게

무대장치가 무슨 시사프로 같습니다. 드라마는 수출실적도 미비하고, 한번씩 제작을 하더라도 2주에 혹은 한달에 한번 방영해줍니다. 요즘 작은 아이가 즐겨보고 있는 드라마, <선생님> 프로는 80년대에 제작한듯합니다.

그리고 미국 드라마들 수입해서 몇번을 재방송하는지 모릅니다.

 

이는 방송국 자체에서 드라마를 제작하는것보다 미국드라마 수입해서 여러번 재탕하는게 수지타산이 맞아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방송국에서 영화제작에 투자를 하게끔 정해놓았답니다.

그리고 매일 프라임 타임대인 저녁 뉴스가 끝나면 꼭 영화를 방영합니다. 드라마보다는 영화제작에 더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잠시잠깐 지나갈수 있는것보다는 당장은 효과를 거두지 못하더라도 좀더 질높고, 오래남을수 있는 부분에 공을 들이는것 같습니다.

 

연예인들의 성형은 화제거리조차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늙은 모습 그대로 나와 연륜으로 다져진 실력으로 대중들을 만나는것 같더라고요. 그러니 자본이 티비의 대중문화에 집중되어 있지 않고, 영화나 연극, 다른분야로 배분되어 있습니다. 이른바 문화강국인 프랑스인들이 대중문화에 열광하는 모습은 찾아볼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