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작업거는 프랑스 남자보고 민망했던 사연

파리아줌마 2011. 3. 24. 09:52

통역갔다가 작업거는 프랑스 남자보고 민망했던 사연

 

불행히도 [?] 저한테 작업을 걸어왔던게 아니었음을 미리 밝힙니다.

이 나이에 그런 호사[?]를 누릴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복잡한 관계속에 빠질 위험도 있기에 그저 그런일이 있어주지 않았음에 감사하고 있답니다. 하지만 이런것을 보고 스스로 위로한다고 하는것이겠지요.

일이 일어났던것은 바야흐로 몇년전, 통역을 맡았을때입니다. 한국의 내노라하는 회사에서 새로운 핸드폰을 개발중인데 유럽 시장도 중요했던지라 샘플로 프랑스인들의 반응을 알아볼 필요가 있었나 보더라고요. 전 그때 처음알았습니다. 그런 시장조사만 대행해주는 회사가 있다는것을요,,

그런데 어떻게된건지 관련회사인 한국에서 온 두명의 직원, 그리고 이를 프랑스 회사와 연결시켜주는 한국회사 직원, 그리고 시장조사 담당하는 프랑스 회사 직원, 그리고 저까지 모조리 여자였습니다. 이러기도 쉽지 않았을터인데 그렇게 맞아떨어졌습니다.

핸드폰 샘플을 가지고 프랑스인들을 대상으로 여러 작동법을 시도해보게 하고 반응을 체크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사무실 배치가 영화나 드라마의 수사물에서나 나왔던것처럼 되어있었습니다.

범인은 수사관과 독대하고 있고, 유리창을 통해 다른 수사관들은 그두사람의 말과 행동을 주시할수 있고, 범인은 누군가가 유리창 너머로 지켜보고 있다는것을 전혀 알수가 없게 되어있는것과 같은 구성이었습니다.

시장조사이기에 그만큼 자연스러운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장치라 생각되었습니다.

저의 역할은 유리창너머로 조사자와 응하는 프랑스인들의 모습을 보고 그반응을 통역하는것이었습니다.  기억에 첫 조사대상자는 건장한 젊은 남성이었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온듯 손에는 모자가 들여져있었습니다. 프랑스인들 특유의 말을 먹어버리는 말투여서 처음에는 통역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여러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고를 반복하고 나니 말이 익숙하게 들리더군요.

일단 한번 상상해 보십시요. 한사무실에서 조사원과 대상자가 호젓이 둘이 있고, 유리창 건너편에서 한국여성 4명이 이를 은밀히[? ] 지켜보며 체크하고 있는 상황이었답니다.

몇년전이라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한 4일정도 일을 했던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느날인가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그날은 나이좀 있어보이는 프랑스 남자가 조사 대상자로 들어왔습니다.

조사원과 핸드폰을 작동해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고, 사무실 유리창 저편에는 여전히 4명의 한국 여성이 이를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남자는 조사원이 너무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조사를 맡은 프랑스 여성은 중년의 세련되고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휜칠한 큰키, 옅은 화장을 한 얼굴에 시원스럽고 큰눈, 그리고 자연스럽게 뒤로 올린 머리 모양새가 꽤 멋져 보이는 여인네였습니다.

이 남자 눈빛이 점점더 끈끈해집니다. 저희들은 알아차리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 여인은 당연히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는것을 알고 있었지요. 이남자 마구 웃으며 그여인에게서 눈을 뗄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저는 통역하다 말고 당황스러워졌습니다. 그래서 옆에 있던 사람들에게 무어라 이야기를 했던것 같습니다. 이미 알아차린 그녀들은 키득거리고 있었습니다. 저 또한 어이없어서 함께 웃었습니다.

진지하게 일을 하던 한국여인네들은 그때부터 와해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습니다. 계속 키득거리면서 감탄사와 함께 자잘한 수다가 이어졌습니다. 프랑스 여인은 알면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는듯했습니다.

그남자는 한적한 사무실에 시장조사라는 명목으로 마음에 드는 여인네와 속닥이 둘이 있습니다. 어떤 돌발상황이 생길지 알수 없습니다. 사람이 어떤 상황에 맞닥뜨리면 여러 감정이 상존합니다. 단지 통계적으로 지배적이고 덜 지배적인것만 있는것이지요. 이를 지켜보고 있으려니 우습기도 했지만, 대략난감했고, 민망하기도 했고, 걱정스럽기도 했답니다. 

조사 대상자로 와서는 작업거는것이 우스웠고, 통역하다가 일어난 돌발상황이 난감했고, 한국여인네 넷이 지켜보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작업질을 한 그를 보고 있자니 정말 민망했으며, 잠시 잠깐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걱정스러웠답니다.

그남자 우리가 본인의 작업질을 지켜보고 있다는것은 상상조차 못했을겁니다.

그런 와중에 한사람이 조용하라는 제스쳐를 하더군요. 알고보니 저희들이 있던곳의 대화들도 녹음되고 있었습니다. 이는 한국본사로 가져가야되는 것으로 파견근무 보낸 직원들이 일 안하고 히히덕거린걸 윗분들은 알수 있을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어거지로 입 다물고 유리창 너머로 두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었는데, 그는 그 순간만을 즐긴듯 별일없이[?] 나가고 일은 계속 진행되었답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하지요. 아무도 없다고 방심한 사이 그남자는 한국여인네들의 웃음거리가 되어버렸답니다. 또한 저로 하여금 무척이나 민망하게했던 일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