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한것입니다.
오늘은 만우절, 프랑스에서는 만우절을 poisson d'avril[뿌와송 다브릴]
이라고 부릅니다. 직역하자면 <4월의 물고기>인데요, 물고기의 지능이
그리 높지는 않지요. 이날 하루쯤은 물고기 지능이 되어 속고, 속아주는
날로 정해져 있나봅니다.
프랑스 아이들은 만우절에 종이로 물고기를 만들어 친구나, 선생님 등에
몰래 붙여놓고는 좋다고 깔깔댑니다. 작년에 작은 아이가 제등에
종이 물고기를 붙여놓았다는것을 밤에서야 알고 함께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항상 두서없이 살다보니 등에 무엇이 붙여져 있는지 신경쓸
겨를도 없었던것입니다.
둘째는 내일 친구들을 어떤 거짓말로 속일까 궁리하더니만,
프랑스 방송 '톱 셰프' 결승에 진출한 김상만씨가 우승했다고 거짓말을
할까하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거짓말은 현실화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작년 만우절에 오케스트라 발표회가 있었는데 지휘자 선생님은 등에 큰종이 물고기를 붙이고 지휘를 했다는~~
사람들이 얼마나 거짓말을 하고 싶었으면 거짓말하는 날을 공식적으로 정해놓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이는 살면서 잠시 웃는 여유를 가져보자는것이겠지요. 하지만 만우절 거짓말이 도를 넘어서 서로에게 상처가 될수도 있을것이고, 또한 소망하는 것을 누군가가 알고 거짓말을 해주는[?] 경우도 있을것입니다.
이 경우 진실을 알고나면 참 허탈할것 같습니다만 거짓말이 허용되는 만우절이니 어쩔수 없겠지만 간절했을수록 더욱 힘빠질것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만우절 거짓말이 현실이 되는일이 프랑스에서 있었습니다.
2006년 1월, 당시 총리였던 도미니크 드 빌팽은 청년 실업난을 해소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기회균등법 8조,
최초고용계약법[CPE : Contra Première Embauche] 도입을 시도했습니다.
이 법안은 26세 이하의 직원을 고용해서는 수습 기간 2년 동안은 정당한 이유없이 해고할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에 프랑스 학생들은 고등학교 혹은 대학을 마치고 직장에 고용된 뒤, 고용인에 의해 강제 해고를 당할수 있다는 법이 통과된다는 데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이 고용법의 전면철회를 요구하며 책가방을 내팽개치고는 연일 시위대를 꾸렸고, 프랑스 전역의 대학교와 고등학교가 폐쇄되었습니다.
당시 소르본 광장의 까페들은 시위대들로 인해 쑥대밭이 되어있었고, 프랑스 통신사 사이트에 자주 올라왔던 글귀는 총리와 학생들 사이의 'bras de fer'[팔씨름]이었습니다.
빌팽 총리는 강경했고 이에 맞서는 학생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총리와 학생들의 대결이 계속되고 프랑스 노조들과 야당 인사들까지 시위에 합류했고, 이후 전면 파업이 벌어져 2006년 4월의 첫째주 화요일은 파업의 “검은 화요일”이 되어 프랑스 국가기능이 거의 마비되었습니다. 그당시 파리 거리를 다니다 보면 차량 통행을 막고 시위하는 이들을 쉽게 볼수 있었는데, 그곳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너무나 단호하고 강경했습니다.
그상황을 지켜보며 저는 학생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좋겠지만 그게 쉬운일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팔짱끼고 어떻게 되나 호기심으로만 보고 있었습니다.
프랑스 전체가 동요하고 있을 그즈음, TV를 보고 있었는데, 많은 젊은이들이 출연해 즐겁게 이야기하는 토크 쇼로, 진행자 띠에리 아르디송의 이름을 딴 <아르디송 쑈>였습니다.
한창 진행하다 느닷없이 진행자인 아르디송씨가 “네? 뭐라고요? 빌팽 총리가 최초고용계약법를 철회했다고요? 하더니, '여러분, CPE가 철회되었다네요” 라고 합니다.
TV를 보고 있던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는 방송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합니다. 한 몇분 정도 그 순간이 지속되었던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늦은 밤에 성명서를 발표했나" 싶은 생각에 의아스러웠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3월 31일에서 4월 1일로 넘어가는 밤시간이었는데, 사회자는 만우절 0시를 기해 거짓말을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이내 "만우절 거짓말"이라고 고백합니다.
도미니크 드빌팽 프랑스 전총리
그럼 그렇지 그게 어떻게 철회되나 싶었지요. 그리고는 사회자가 만우절 농담도 아주 이슈적인것으로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적어도 정치가 어떤건지 보고 들어왔던 저에게는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해인 2007년에 있을 대권에 빌팽 총리는 강력한 후보로 지목되고 있었던 참이었거든요.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그로부터 10일뒤에 방송인, 띠에리 아르디송씨의 만우절 거짓말이 현실화되었습니다.
빌팽 총리는 청년실업 문제에 해결책을 원했던 자신의 신념으로 인해 프랑스가 분열되는것은 옳지 않다는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는 CPE를 철회했습니다. 그일로 저는 프랑스 사회에 진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힘 있는 권력에 대항해 민중이 승리하는 과정과 결과를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면서 온몸에 전율이 일었습니다.
또한 3개월간의 시위와 학교 폐쇄로 학업을 멀리했던 프랑스 고등학생들은 교사와 힘을 합쳐 보충수업에 충실한
결과, 2006년 바깔로레아[대학입학자격시험] 합격률은 81,9%로 그당시로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물론 빌팽 총리는 2007년 대권에서는 후보로도 오르지 못했지요.
이런 이유로 5년전 프랑스 방송인, 띠에리 아르디송씨의 현실화된 만우절 거짓말은 아직도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이런 거짓말은 얼마든지 많았으면 좋겠다 싶은건 지나친 욕심일런지요?
작년 가을 연금개혁안 반대 파업과 시위가 한창일때 저는 다시한번 이런 일이 일어나기를 바랬습니다.
하지만 파업시에도 최소서비스제를 도입해 2006년의 빌팽보다는 힘을 가지고 있었던 사르코지는 결국 민중의 함성을 꺾고 연금개혁안을 통과시키는것을 보고는 씁쓸했습니다. 아무튼 2006년 제가 보고 겪었던 프랑스의 모습과 지금은 많이 달라져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 사회가 분열되는것을 원치 않아 당시 본인의 신념을 꺾은 빌팽은 조심스럽게 차기 대권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기도 합니다.
5년전 방송인의 만우절 농담이 현실화되는것을 보고 프랑스 사회에 받은 감동은 아마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것
같습니다.
글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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