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초등학교 3학년인 둘째 아이가 다니고 있는 공립 초등학교에서는
3개월마다 학부모들이 학교에 찾아가서 교사와 상담을 하면서 성적표를
가지고 옵니다. 15분에서 30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해 아이의 성적과 학교 생활을
교사와 이야기합니다.
지난 12월에 첫번째 성적표를 받고, 지난주 토요일 2/3분기 성적표를 받으러
학교에 갔습니다. 그런데 단순한 성적표 배부가 아닌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항상 역동적이고,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학급을 잘이끌어가고 있는 선생님은
이번에도 일을 꾸몄습니다. 성적표를 학부형들에게 나누어주면서 유러피안
아침 식사를 준비한것입니다. 학생들을 통해서 학부모들이 함께 준비한
아침식사입니다. 각자 조금씩 맡았는데, 저희들은 베이컨과 팬케잌을 구워갔습니다.
베이컨은 당연히 준비하는건데, 나서기 좋아하는 둘째는 엄마에게 허락도 안받고 팬케잌까지 맡아가지고 와서는 한소리 들었지요.
항상 일 벌이기 좋아하는 작은 아이반 선생님의 이야기는 얼마전 <프랑스 초등학교에서 가장 인기있는 선생님은?> 이라는 글로
소개했습니다. 그러잖아도 이번에는 어떤 일로 아이들과 학부형들을 즐겁게 해줄까 싶었는데, 이런 이색적인 성적표 배부를 준비했더라고요. 학부형들은 책상에 편안히 앉아있고 학생들이 서빙하는것입니다.
작은 아이반은 초등학교 1학년과 3학년이 함께 공부하는 복수학급입니다. 3학년이 6명, 1학년이 15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데 아니고 같은 학년의 학생수가 너무 많으면 효율적인 학교운영을 위해서 다른 수준의 학년과 함께 배치합니다. 이런 체계속에서 학생들끼리 도울수 있는 분위기를 교사는 자연스럽게 조성하게 됩니다.
아직은 어린 1학년 학생들의 공부를 3학년생들이 도와 주기도 하고, 문제지를 돌리는것을 담당해주는등, 교사를 도우기도 합니다. 또한 학년이 높은 학생들은 교사가 저학년들은 가르칠때 혼자 공부하게 하는등, 자율성을 길러줄수 있고, 성적이 좋거나 부진한 학생들이 두 수준의 수업을 들어 한쪽으로 편중되는것을 막아줄수 있는 잇점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교사는 수업 준비를 두배로 해야되고 학생들이 질문을 하면 성의껏 봐주지 못하는 단점이 있지만 프랑스 교사들은 복식학급을 위한 교육을 함께 받는다고 합니다.
토요일 오전에 자녀의 성적표를 받고, 아침식사를 즐기기 위해 학부형들이 모여듭니다.
언니, 오빠, 동생등 가족들이 함께와서 한가한 토요일의 아침 식사를 즐깁니다.
뷔페식으로 차려져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엄마, 아빠에게 서빙하기 위해 올망졸망 모여있습니다.
보기보다[?] 요건 꽤 맛있었습니다.
부모들은 편안히 앉아 아이들이 가져다 주는 음식을 먹으면 되는것입니다.
그리고 커피, 차 주문만 하면 아이들이 바로 가져다주었습니다. 대접받으니 기분이 너무 좋더군요.
선생님은 저렇게 성적표를 들고 테이블마다 다니며 학부모들에게 나누어줍니다.
남자 아이들이 치즈를 접시에 담지 않고 서빙하는것을 보고는 선생님은 소리칩니다. 그렇게 하지말고,
접시에 담아서 하라고요.
사전교육이 있었던것 같은데 아직 어린아이들이라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가져다 주는 음식을 골랐습니다. 아침을 잘안먹는지라 아이들이 내미는 접시를 거부하는 일이
무척이나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안먹더라도 이것저것 접시에 담아두었답니다.
아이들은 신나고 즐거워하면서 음식접시를 들고 테이블을 돌았습니다.
끊임없이 서빙을 합니다.
빵이 접시에서 떨어질듯합니다.ㅠㅠ
아이에게 대접받고 있던 어떤 아빠는 <집에서도 이런다면,,> 하길래 다들 웃었습니다.
프랑스 초등학교 성적표에는 등수가 없습니다.
과목은 불어, 수학, 지리역사인데, 각과목마다 평가가 아주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습득, 습득중, 미습득으로 나누어져 체크되어 있습니다.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어갑니다.
어느정도 서빙마친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아침을 먹습니다.
유러피언 아침식사라 테이블마다 유럽 각국의 국기를 그린것들이 있었습니다.
음식들 모두 학부형들이 준비한것입니다.
성적표를 나누어주고 있는중입니다.
어느 화창한 토요일 아침, 교사, 학부형, 학생들이 함께 어우러져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이런 일을 꾸민 사람은,,,
푸르니알[Fournial] 선생님,, 어느정도 성적표를 나누어주고는 엄마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식사를 합니다.
2년째 아이의 담임을 맡고 있는데요. 진정한 교사같습니다.
학부형들이 있어도 아이가 잘못하면 소리칩니다. 그런데 그게 전혀 거슬리지 않습니다.
선생님에게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아이가 선생님을 아주 좋아합니다.
교수방법이 틀에 얽매여 있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지겨워할 겨를이 없습니다.
이에 대해 선생님은 본인이 지겨워지는게 싫어서라고 합니다.
아이들 모두 선생님에게 뺨맞대는 인사[비쥬]를 하고는 집으로 갑니다.
그런데 아이와 친한 멜로완은 인사하면서 선생님에게 바로 안깁니다.
그리고는 제 아이까지 함께 겹으로 안깁니다. 그리고는 떨어지기 싫다며 안겨있더라고요.
그 광경이 저에게는 조금 신기했답니다.~
기분좋게 아이들에게 아침식사 대접을 받고 성적표를 받아온 어느 토요일의 풍경이었습니다.
관심가지고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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