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프랑스 교실
얼마전에 친구가 과외교사가 되는 프랑스 고등학생 이란 글을
포스팅했습니다. 그리고는 한국 모잡지사의 청탁으로 친구가 과외교사가
되는 프랑스 고등학생들을 인터뷰한것을 제 나름대로 다시 구성해서 블로그에
올려봅니다.
3월의 어느 화창한 날 고등학생인 큰아이 반친구들을 인터뷰 하기 위해 학교가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갔습니다. 딸아이 학교 친구들을 만나는 일이라 여느 외출보다
더 신경이 쓰이더군요.
그래서 일부러 마스카라를 하고, 아이라인도 조금은 굵게 그어올려주는
성의를 보였습니다. 산뜻하지는 못해도 너무 나이들어 보이기는 싫었기 때문입니다.
그모든게 딸아이의 이미지를 위한것임을 아이는 지금은 잘 모를겁니다.
뭐 굳이 이야기해도 이해하기는 힘들것입니다.
어쨌든,,친구의 도움으로 수학성적을 월등히 올린 요한과 도움준 알렉산더를 인터뷰하는것인데요,
요한이 끝까지 말썽을 부렸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응한다고 했다가 그다음에는 안한다고 하는등,
변덕을 부려 딸아이를 괴롭혔다고 합니다. 그날 만나보니 아직은 개구장이 티를 못벗고 있는 어린 소년 같았습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아멜리와 루이즈도 함께 하게 되었답니다.
아이들이 친구엄마가 인터뷰한다고 하니 은근 호기심이 생겼나봅니다.
그래서'너희들이 괜찮다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하니 흔쾌히 응해주더라고요.
질문지와 카메라를 잘 챙겨 학교로 향했습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그랑제꼴 준비반인, 프레빠가 있는 파리남쪽 외곽인, 앙토니에 있는 카톨릭 사립학교,
생뜨 마리[Sainte-Marie]전경.
프랑스는 중학교 2학년부터 원하는 학생들에 한해서 친구들끼리 도움을 주는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두개의 리스트가 있는데, 하나는 도움주기를 원하는 학생들 명단이 적혀있고, 다른 하나는 도움받기를 원하는 학생들 이름이 있는것으로 교사는 두명단을 보고 서로 연결시켜줍니다.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는 프랑스 교육이라 이런 시스템을 활용해서 성적이 부진한 아이들이 친구 도움으로 성적이 오르기도 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과 부진한 학생 사이의 유대와 연대감을 높여줍니다.
프랑스 청소년들은 고등학생이 되면서 서로 학습을 도우려는 분위기가 잘 조성되어져 있습니다. 공부하다가 누군가가 잘모르겠다고 하면 서로 도움주려고 다가가곤 합니다. 예민한 청소년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친구의 도움을 받는다는게 전혀 어색하지도, 자존심 상하게도 받아들이지 않고, 모르면 친구에게 배워야된다고 생각하고, 반대로 본인이 잘하는것이 있으면 부족한 친구에게 가르쳐주어야되는것을 아주 자연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페이스북같은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해서 도움을 주기도 하는데, 페이스북에 같은반 학생들만 이용할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시험이 임박해오면 도움받을 사람 이야기하라는 메세지가 자주 올라오기도 합니다.
나땅이 '수요일 시험인데 도움 필요한 사람없냐'고 메세지를 올리니, 원하는 학생들이 답글을 남기는 페이스북 화면 캡쳐
그날 인터뷰 했던 4명의 고등학생들입니다.
키큰 학생, 알렌산더부터 시계방향으로 요한, 루이즈, 아멜리,,, 아멜리는 반의 여자 대표입니다.
알렌산더와 요한, 꼭 형 동생 같이 키차이가 납니다.
@ 본인의 나이와 다니는 학교, 학년은 어떻게 되나요?
요한 [오른쪽 학생]: 쌩뜨 마리고등학교 1학년이고요, 만16세입니다.
알렉산더 : 같은 쌩뜨 마리 고등학교 1학년, 만 15세예요.
아멜리 [하늘색 가디건] : 같은 학교 같은반 15세,
루이즈 : 저도 15세예요.
[알렉산더는 요한에게, 아멜리는 루이즈에게 공부를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 다들 어떻게 서로 알게 되었어요?
모두 : 고등학교 올라가서 같은 반이 되면서 알게 되었어요.
@ 언제부터 어떻게 서로 도움을 주고 받고 하는지요?
요한 : 크리스마스때부터 3주마다 한번씩 알렉산더에게 도움을 받았어요.
주로 시험이 있을때마다 받아요.
@ 무슨 과목을 도움받나요? 모든 과목 다 받아요?
요한 : 전 수학만 도움받고 있어요.
알렉산더 : 제가 워낙 수학을 잘하거든요.
@ 그럼 아멜리하고 루이즈는요?
루이즈 : 전 아멜리에게 모든 과목 다 도움받고 있어요.
@ 도움 받은 효과는 있었어요?
요한 : 제가 수학 성적을 3점이나 올렸는데요[20점 만점]
@ 오~ 너무 잘했네요.
요한 : 그날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박수를 받았어요.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알렉산더는 은근 우쭐해지는 표정]
@ 알렉산더, 기분이 어땠어요?
알렉산더 :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저도 너무 좋았죠.
@ 이런 관계가 학교에서는 흔한지?
알렉산더 : 네,, 아주 흔해요, 중학교때부터 원하는 학생들을 친구에게 도움을 주고, 받고 했었어요.
[알렉산더는 아주 의젓하고 차분했음]
@ 서로 이런 관계를 맺게 되면서 특별하게 얻은것이 있다면?
알렉산더 : 전 처음부터 요한이 좋았어요, 그래서 도움을 주고 싶었던거예요.
지금도 좋아하죠. [요한을 보면서 씩~ 웃음. 정말 좋아하는듯,,, ]
아멜리, 루이즈 : 저희들은 별로 안친했는데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더욱 친해졌어요.
@ 그럼 어디서 함께 공부해요?
알렉산더 : 보통 학교에서 하는데요, 만약에 수업이 9시30분에 시작하는 날은 한시간 일찍와서
자습하는 교실에서 공부를 하기도 하고, 선생님이 결석했거나, 중간에 수업이 없는 시간들을 활용해요.
@ 의견이 부딪히거나 사이가 안좋을때는 없었는지?
알렉산더 : 그런일 전혀 없었어요. 요한이 잘 받아들였어요.
@ 공부하다 서로 의견이 다르면 어떻게 해요?
요한 : 의견이 다른적이 없었죠. 원래 알렉산더는 나보다 강하기 때문에 그의 말을 다 따라요.
도움을 준 친구에게 받은 친구가 고마움의 표시로 선물이라도 해주어야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어떠한 부담감도 없었고, 보상이 있는것도, 바라지도 않는 아주 자연스러운 분위기였습니다.
사진찍으니 아이들이 겸연쩍어 웃습니다.
인터뷰 끝내고 나서 딱히 준비해간 선물도 없어서 근처 맥도날드에서 함께 감자튀김이라도 사먹으라고 돈을 주니 아이들이
너무 놀라며 사양합니다. 어쨌든 친구 엄마니깐 그런게 이상스럽지는 않을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괜한짓을 한건가 싶을정도로 아이들이 전혀 받아들일 기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집어넣으려다가 황소심줄 기질 발휘해서 설득시켰죠.
그냥가면 제가 찝찝할것 같았거덩요.
그랬더니 고마워하면서 받더라고요.
아이들이 아주 순수해보였답니다.
학교 마치고 친구와 쉐이크 마시며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프랑스 여고생
학교 근처에서 만난,, 아마 고3들일겁니다. 학년은 물어보지 않고, 사진찍어도 되냐고 양해만 구했지요.
아주 유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상입니다. 끝~~~
관심가지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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