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식

2012 프랑스 대선, 사르코지 재선 가능할까?

파리아줌마 2011. 4. 29. 08:15

요즘 프랑스인들의 관심사는 1년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라고

할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프랑스인에게 누구를 지지하냐고 물으니,

그는 프랑스인들은 정치, 돈 이야기는 좀처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냥 슬쩍 물은건데 그렇게 대답하니 살짝 미안해지더라고요.

 

옆에 있는 다른 프랑스인도 웃으며 그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칩니다.

허구한 날 파업하고 데모하는 프랑스인들이 정치 이야기를 안한다고

하니 약간은 생경스럽더군요. 하지만 그는 그이후 저를 붙들고 계속 정치

이야기를 합니다. 이를테면 정치인들을 보는 그의 생각이었습니다.

관심은 가지고 있되 친구들 만나서 정치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요 

 

제가 느낀 프랑스인들은 정치자체에는 관심이 없는듯했습니다.

모든 나라 정치인들이 그렇듯이 '그들의 비즈니스'라고 여기고 있고,

그안에서 행해지는 모든 이율배반적인 일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듯했습니다.

 

그리 분노하는것도 아니고 '그러려니'하는 상태였습니다.

그러다가 정부의 어떤 정책이 그들 월급 봉투 무게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면 

물불 안가리고 거리로 뛰쳐나옵니다. 프랑스인들은 아주 실리적입니다.

 

하기사 모든 혁명의 시발점는 어떤 형이상학적인 이념을 가진것이 아니고 생존의 위협을 극심하게 느꼈을때 터져나오는 민중의 분노라고 할수 있지요. 이게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습니다. 성공한 혁명이든, 실패해서 폭동으로 끝이났건간에 그건 민심이었습니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똘레랑스 정신으로 비교적 안락한 사회주의 국가를 이끌고 가던 미테랑의 임기가 끝나고 우파정권의 시락이 들어서고 나서도 프랑스는 별다른 변화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시락은 미테랑때 제안된 복지 정책을 더욱 다져나갔습니다. 주35시간 근무제는 1999년 시락이 법률화 했고, 그는 재임기간중 신자유주의 경제의 '경쟁' 부분만 도입하기를 원했지 전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많은 이민자들을 받고 통합에 실패한 흔적이 2005년 파리 외곽지역 폭동으로 나타났고, 여기에 당시 내무부장관이었던 사르코지가 나서게 됩니다.

 

외국인들에게도 자국민과 똑같은 사회복지의 혜택을 주고도 이민자 소요사태라는 사회현상을 접하고, 높아만 가는 실업률을 본 프랑스인들은 '더많이 일하고 더많이 벌자'는 기치로 나오는 사르코지가 무언가를 건네줄수 있을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2007년 그가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사람들은 어느 한부분에 염증을 느끼게 되면 다른 부분으로 치닺게 되는 묘한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양극의 중간을 맞추기 힘듭니다. 이는 인간 스스로의 통제와 조절이 간절히 요구되는 일입니다. 사르코지의 개혁정치는 오랜시간 좌파정책에 익숙해진 프랑스인들을 더욱 진저리치게 만들었습니다. 일하기보다는 바캉스가는것을 삶의 질로 여기는 프랑스인들은 더많이 일하고 더벌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사르코지의 외국인 추방정책과 퇴직 연령 상승, 줄어들지 않는 실업률, 특권계층을 위한 정책들은 프랑스 민심을 완악하게 만들었고, 역대 가장 인기없는 대통령,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는 프로 아메리칸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집안에 문제가 있으면 바깥으로 나도는 경향이 있지요. 국내에서 인기를 잃은 사르코지는 올봄 바깥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인권과 평화라는 미명으로 리비아를 공습했고, 코트디브아르 내전에 개입함으로써 점수를 따고자  했습니다. 2003년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 전쟁을 반대한 시락을 보았던 프랑스인들은 올봄 사르코지 행적에 뜨악하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그의 내년 대선 표심잡기라는것을 눈치챘습니다.

 

사르코지 2012년 재도전 의사 밝혀, 하지만 돌아선듯한 민심

 

올초 사르코지 대통령은 더도 말고 덜고 말고 한번만 더 해먹고 싶다며 재도전의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4월 중순 그가 소속된 UMP[집권운동연합]당 의원들을 엘리제궁에 불러다 놓고 "나는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어요. 1995년부터 나라일을 한 경험으로 볼때 프랑스인들은 어려움속에서 지도자들이 어떻게 처신하는지 보고 있다는것을 알아요", '분열하면 지는거예요. 가족의 단결"등을 강조하며 그를 지지해줄것을 암시했습니다.

 

가끔씩 한국과 프랑스 대통령이 오버랩됩니다. 같은 임기를 가지고 있어 2012년 한국도 대선을 치르게 되고,

민주주의의 후퇴,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나 저기나 돌아선 민심입니다.

 

얼마전 프랑스 지방의 시청 결혼실에 걸렸던 사르코지 대통령의 초상화가 찬밥 신세가 되어 복도로 가게 되었답니다. 결혼식하러 왔던 어떤 부부가 초대받지 않은 사람이라며 시장에게 초상화를 떼어줄것을 부탁했고, 좌파 정당 소속의 시장은 흔쾌히 응해주었다고 합니다. 이에 시청 관계자는 국가모독이라고 난리가 났었는데, 시장은 '그는 사르코지라는 인물이 싫었던것이지 나라를 모독한 것은 아니다. 대통령은 바뀌는것이 아니냐'고 했다고 합니다.

 

지난 연말 프랑스 출판업계를 달구었던 베스트셀러가 있습니다. 93세의 노인이 쓴 소책자 <분노하라>로 3개월만에 50만부 이상이 팔렸다고 합니다. 잃어버린 인간 가치의 회복을 주장한  레지스탕스 출신의 작가 책이 불티나게 팔린 이유는 사르코지 정책에 분노하고 있던 프랑스인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한 코트디부아르 내전에 개입한것을 '숙제한 것"이라고 한 사르코지 발언에 대한 어떤 네티즌 댓글을 보면, '2012년 프랑스도 대청소하는 숙제를 해야된다'고 하더군요.

 

오늘 만난 프랑스인들은 시락 시대까지는 괜찮았다고 하더니만 사르코지 이야기 나오니 두사람 모두 고개를 흔들며 한숨을 내쉽니다. 하지만 내년에 어떻게 될지는 모릅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대권을 위해 잃어버린 민심을 어떻게 회복할런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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