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윌리엄 왕자 결혼식날에 그의 엄마,
다이애나가 떠난 파리 알마교에서,,,
오늘[금요일] 그동안 미루어 놓았던 일을 하기 위해 파리 외환은행을 찾았습니다.
사소한 일일수록 자주 미루는 경향이 있는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중요한 일은 빨리 처리하게 되지요. 그런게 별일 아니라고 미루다가
큰일이 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집을 나서기전 귀차니즘이 발동해서 <다음주에 갈까>하는 유혹이 있었지만,
머리 흔들며 억지로 나섰습니다.
은행은 알마교와 샹젤리제 거리 중간에 있는 몽테뉴 거리에 위치해있습니다.
알마교를 지나면서 에펠탑을 찍기 위해 사진기를 가지고 나갔습니다.
기차에서 내리니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고 있더군요.
한동안 여름같은 날씨가 계속되더니 어제부터 겨울 외투 입고 다닐 정도로 추워졌습니다.
이럴줄 알았습니다. 워낙 변덕 심한 파리 날씨라~
이렇게 사진을 찍으면서 은행을 가고 있었습니다.
좀더 전망 좋은곳을 찾느라 다리건너 안쪽으로 조금 들어와보았습니다.
은행은 반대방향에 있습니다.
그런데 다이애나비가 사고를 당한 알마교 근처에 있는 터널 주변이 평상시보다 더 어수선한것 같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다가가보니...
이사진을 보는 순간 숨이 멎을듯 가슴이 아려왔습니다.
그리고 옆에 놓인 생화와 사진들을 보고는 오늘 윌리암 왕자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결혼소식은 알고 있었지만 오늘인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는 은행에 갈 생각은 하지 않고 이곳에 계속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1997년 8월의 마지막날 이 터널밑에서 그녀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인 9월의 첫째날은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그리 덥지 않은 여름을 보내고 화창하고 청명한 가을로 접어들 무렵이었습니다.
당시 티비를 통해 프랑스 방송인들이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병원복도를 황급히 오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영국의 전왕세자비가 파리에서 목숨을 잃어서 프랑스인들은 많이 당황했었습니다.
프랑스인들뿐만 아니라 전세계인들이 놀랐지요.
당시 큰 아이가 두살이었습니다.
첫아이라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답니다.
아이를 진정으로 위하기보다는 엄마의 집착으로만 키울때라고 지금 회상한답니다.
그아이가 이제 16번째 생일이 지났습니다.
태어나서 이틀만에 눈을 뜨고는 처음 접한 세상을 두리번 거릴때의 순간이 요즘도 가끔식 떠올라 감격에 젖기도 합니다.
그랬던 아이가 저렇게 자랐나 싶은게 뿌듯해지기도 벅차오를때도 있답니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보낸 시간들은 어느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것이 없었습니다.
좋을때도 힘들었을때도요~~
저도 모르게 오롯이 엄마의 입장에서 다이애나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로이터 통신에서 나온것 같았습니다.
오늘 훤칠하고 늠름한 윌리엄 왕자와 우아하고 지적인 케이트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다이애나를 떠올렸을것입니다.
가족의 축제인 결혼식에 엄마가 없다는 아주 단순한 현상으로 시작해,
엄마와 아내로서 행복하지 못했던 그녀가 너무 짧게 생을 마감했기 때문에요~
아들도 겉으로 표현하지 못했을지라도 떠난 엄마를 많이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기뻐하며 축하해야할 결혼식을 보며 많은 이들이 마음 한켠에 그녀를 떠올리며 애틋해 했을것 같습니다.
사진을 보는데 마음이 많이 아프더군요.
가져다 놓은지 얼마되지 않은듯한 한송이 노란 장미가 빗물을 머금고 있었습니다.
영국 왕실의 잔치날인 오늘 다이애나를 생각한 사람은 어떤 모습을 하고,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이 사람은 아들의 결혼식에 함께 할수 없는 다이애나의 넋을 가슴깊이 위로하고 있었습니다.
수개월을 몸안에 품고 있다가 이세상에 태어난 자식이 장성하여 가정을 이루는 뜻깊은 날에
엄마가 함께 할수 없다는것은 아주 슬픈일입니다.
14년전 이 터널안에서 숨을 거두는 순간 다이애나는 누구를 간절히 생각했을까요?
어린 자식들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을까요?
항상 아이들을 만날수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10살이 되고 20살이 되는 순간은 함께 하면서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것입니다.
죽어도 끊어질수 없는 피로 맺어진 엄마와 자식의 관계니까요.
그런 자식이 오늘 결혼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엄마는 오래전에 세상을 떠나고 없습니다.
그리고 윌리엄의 어린시절, 엄마의 죽음과 부재가 가져다준 상처가 어떠했을까 싶습니다.
때로는 엄마에게 혼도 나면서 서로 살가운 정을 나누고 사는게 엄마와 자식의 관계겠지요.
영국인들 또한 그녀를 떠올기도 했겠지만 쉽게 이야기할수는 없었을것입니다.
기쁜 날을 슬프게 장식할수도 있기 때문에, 생각이 나더라도 말을 삼키는수밖에 없었을것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일찍 떠난, 엄마였던 그녀가 더욱 가여웠습니다.
<친애하는 다이애나, 특별한 날 당신을 생각하며>
꽃을 가져다 놓은 이는 영국왕실의 화려한 잔치를 축하하기보다는 오래전 떠난
윌리엄의 엄마, 다이애나를 추모하고 있습니다.
정성스런 편지도 남겨놓았습니다. <린다>라는 여성입니다.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어 빗물을 닦았습니다.
다이애나와 그녀를 추모하는 편지에 묻은 물기를 그냥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왕실이니 뭐니를 떠나 엄마와 아들만 생각하며 볼일도 미룬채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지금까지 그녀를 비운의 왕세자비라고만 생각했지, 불행했던 엄마라는 생각은 한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14년이나 지나 이제 그녀는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3년전만 해도 이곳 벽에는 온통 다이애나를 추모하는 낙서들이 있었는데,
오늘보니 거의 지워지고 다른 것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더군요.
예전에 이 횃불 조각이 다이애나를 추모하기 위한것인줄 알았는데,
프랑스와 미국의 우호 100년을 기념하는 <자유의 횃불> 이랍니다.
그런데 마치 다이애나 추모조각처럼 쓰여지고 있었습니다.
은행일을 보고나서 바로 집으로 향하지 못하고 다시 와보았습니다.
취재를 하고 있는 젊은이들입니다.
어떤 청년이 인터뷰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옆에서 대충 들으니 남불에 살고 있는데 파리 여행을 왔다가 오늘 윌리엄 결혼식인것을 알고 이곳에 와 보았다고 합니다.
이분도 왕실을 떠나 오늘 엄마, 다이애나가 생각이 났다고 합니다.
청년이 노련하기보다는 뭔가 엉성해 보입니다.
알고 보니 소르본 대학, 저널리즘 마스터 1학년생들이 실습을 나온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풋풋했던가 봅니다.
꼬마에게 인터뷰를 하는데 아이가 아무말도 못합니다.
다이애나를 알아? 라고 물어도 묵묵부답,, 다른 질문을 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겸연쩍어하는 아이 표정이 너무 귀엽습니다.
그래서 형이 등장했습니다. 대답을 잘하더군요,
다이애나를 알아? 하니 영국의 전왕세자비였다고 대답하고,
어제 오늘 엄마에게 다이애나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힘들게 왜 앉아서 하나 싶었는데 일어나더군요.
프랑스인들은 오늘, 다이애나를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분들은 학생들 같지 않습니다. 카메라가 심상치 않아보입니다
프랑스 민영방송국인 1번 채널인, TF1 취재진들이었습니다.
<오늘 여기 왜왔냐>고 물으며 인터뷰를 하더라고요,
저 아저씨 귀에 담배 한개피가 꽂혀있었던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게 그리 낯설지가 않더군요.
귀에 꽂아놓았던 담배를 피며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포즈좀 취해달라고 하니 저렇게 해맑게 웃어줍니다.
이분은 조금전 취재하던 학생들을 지도한다고 합니다.
또한 기자이자 TV5 방송국의 편집국장, 프란츠씨입니다.
그는 '떠나고 없는 엄마를 기리기 위해 오늘 학생들을 데리고 이곳에 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엄마는 아들의 행복인데 그런 엄마가 없는데', 오늘 같은날 다이애나를 생각하지 않는
영국 왕실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태도로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는 기자다운 관찰력으로 이곳에 며느리인 케이트 사진은 하나도 없다며 이상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왜 그런것 같냐>고 물으니 아마 프랑스인들은 엄마와 아들의 밀접한 관계만 생각한것 같다고 합니다.
저 또한 생각해보았습니다.
프랑스인들은 다이애나를 내친 영국왕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것 같습니다.
그러기에 왕실의 새며느리 사진까지 가져다 놓고 축하하고 싶지 않았던건 아닌지~
촛점은 오로지 엄마인 다이애나에게 맞추어져 있었기에 아들인 윌리암 사진만 있지 않았을까하는 저의 추측입니다.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프란츠씨
그녀도 하늘에서 아들의 결혼을 흐뭇해하며 축하했겠지요
오늘따라 왠지 에펠탑이 속절없이 서있는듯했습니다.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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