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이야기

가족의 좋은 습관, 프랑스 가정 인터뷰

파리아줌마 2011. 5. 18. 08:53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가정의 소중함은 단지 5월뿐만 아니라 일년내내 강조해도

지나치지않겠지요. 좋은 가정, 행복한 가정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물질적으로 풍족한? 아님 아이들이 공부잘하는 가정?

 

이 또한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모든것에 앞서 좋은 가정은 모든 가족들이,

특히 어른인 엄마 아빠가 서로의 부족함을 잘알고 맞추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가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정의 달 5월에 프랑스 가정을 인터뷰한것을 올립니다.

한국의 모잡지사에 기고한 것인데 다시 구성해보았습니다.

 

그동안 블로그 글을 통해 언급했지만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프랑스인들은

이미 옛말이 되어버렸습니다. 저출산을 극복해 이미 유럽내에서 아기 챔피온이

된 프랑스는 자녀가 셋이상이 되는 가정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요,

그런만큼 가족의 역할과 비중은 더욱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프랑스 가정에서 자녀와 부부등,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가사에 참여하는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일하는 주부들이 많다보니 가사와 육아는 철저히 남편과 분담하고 있고, 외식문화가 없어 남녀 불문하고 직장인들은 일찍퇴근해서 아이 돌보기와 집안정리, 식사를 함께 준비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가족들의 습관은 가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지요.

 

다음날 출근하는 주부들은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고 아이들을 재워야 삶의 리듬을 지켜나갈수 있기에 가정내에서 아이들에게 정해진 규율은 꽤 엄격한 편입니다. 그리고 아기시절부터 다른 방에서 재우면서 부부와 자녀의 삶을 따로 분리하고 있는데, 이는 또한 부모 사생활의 중요성을 자녀들에게 심어주기 위한것이기도 합니다.

 

저녁식사, 영화관등, 밤외출은 아이들을 베이비 시터에게 맡기고 부부가 함께 하고, 어떤 가정은 어느 정도 자녀들이 자라면 부부만의 여행을 주기적으로 가지기도 한다고요. 이렇듯 지극히 가족, 그리고 부부중심적인 삶을 사는 프랑스인들입니다.

 

그리고 자녀들에게는 어릴때부터 식습관을 중요시 여기며, 공공장소에서 남에게 피해 입히지 않게 하는 교육을 철저히 시키는데 자녀들이 어릴때부터 좋은 습관을 가질수 있도록 프랑스 부모들은 꽤 엄하게 교육한다.

 

예를 들자면, 식사시간에 예의 없게 굴면 식사를 못하게 합니다. 그리고 공공장소에서 큰소리를 치거나, 뛰어다니면 크게 혼이 나는데, 얼마전 병원 대기실에서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던 어떤 아이가 볼륨을 다소 크게 틀어놓고 하니, 엄마는 바로 핸드폰을 압수하는 광경을 목격했었습니다. [아이가 좀 안됐더라는~]

 

일요일은 가족과 함께

 

주중에 가족들은 각자의 처소에서 공부하고 일하다가, 함께 할수 있는 일요일에 프랑스 가정들은 나름 정해놓은 습관들이 있습니다. 어떤 가정은 토요일과 일요일 점심은 아빠가 특별식으로 준비해서 가족들에게 서빙한다고 합니다. 프랑스 남편들은 비교적 다정다감한면이 있습니다. 아내와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거나, 아내를 식당에 초대해 오붓한 시간을 가지곤 합니다.

 

카톨릭교를 가진 가정은 일요일에 가족들이 미사에 참석하고, 점심식사를 함께 하기도 하고, 2달마다 2주동안 있는 학교 방학때는 밤에 가족들끼리 DVD를 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한답니다.

 

일요일에 함께 산책하거나, 수영장에 가기도 하고 비가 오거나 날씨가 좋지 않으면 영화관에 가기도 한다는데요, 주말에는 가족들이 함께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프랑스인들입니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행사들을 자녀들은 아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프랑스 가정 인터뷰 청탁을 받고 바로 생각나는 가정이 작은 아이의 친구, 쥐스틴 가정이었습니다.

쥐스틴은 유치원때부터 친했던 친구입니다. 몇번 쥐스틴의 생일 초대를 받아다녀오면 작은 아이손에는 조그만한 무언가가 들여져있습니다. 부부가 딸아이 생일 파티 프로그램으로 빈곽같은 것을 준비해 아이들이 색칠을 하게 한것입니다. 

그런게 아주 정성스러워보였답니다.

 

같은 동네 살다가 지난 2월 아파트를 장만해 조금 떨어진곳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부활절 방학을 막 시작한 지난 4월의 어느 화창한 토요일, 그동안 느긋하게 있다가 인터뷰 부탁하려고 전화를 하니 그날 아이들이 할머니댁으로가서는 방학 2주내내 있다가 온다고 합니다. 가족 사진이 필요한데 마감 시간과 맞지 않아 잠시 당황스러웠습니다. 그간 미루기만 하고 느긋하게 있었던 자신이 좀 싫었지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정 이야기를 하고 그날 인터뷰가 가능하냐고 하니 감사하게도 응해주었답니다.

이사간 집에 어울리는 꽃화분을 하나 샀습니다. 꽃이름은 들어놓고는 잊어버렸습니다. 몹쓸 기억력~~

 

전체적으로 하얀데 끝부분이 보랏빛으로 물들어있는 꽃이었습니다.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쥐스틴 엄마는 화분을 받아들고는 '그러지 말지, 뭣하러 이런것 사오냐'고 합니다. '나의 기쁨'이라고 했지요.

 

아이들을 데리고 가려고 할머니가 와 계셨습니다. 딸네집에 와서는 하룻밤 주무시지도 않고 바로 아이들만 데리고 가신답니다. 

 

이삿짐 박스도 아직 안풀고 있다고 쥐스틴 엄마는 이야기합니다. 그래도 일단 집을 대충 한번 둘러볼까요?

 

이것은 조엘 부부 결혼식때 백지의 캔버스에 친구들이 손수 그려서 선물해준것이랍니다. 

어느것보다 정성이 담긴 결혼 선물인것 같습니다.

 

결혼식과 아이들, 그리고 부모님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입니다.

 

아이들 방입니다.

쥐스틴 엄마는 할머니 집에 갈 짐싸느라 방이 엉망이라고 합니다.

 

 

@가족들 소개해주시죠

-조엘 : 초등학교 교사로 있는 조엘[39세]과 아내 루씨[38세]는 법률 상담사로 일하고 있고요.

큰딸 쥐스틴[사진 왼편, 8세]은 초등학교 3학년, 둘째딸 루이즈[6세]는 유치원 3학년이랍니다.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좋은 습관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루씨 : 저희집은 남편이 항상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어요. 제가 일이 늦게 끝나거든요. 그리고 남편이 일주일에 두번 아이들을 학교까지 픽업하고 있어요, 나머지는 제가 하고요.  그리고 큰딸은 아침식사하고난 테이블을 항상 정리하죠. 둘째는 정리하는것을 좋아해요. 본인 스스로 어질러져 있는것을 못견디죠. 그리고 저는 전체적인 집정리를 하죠.

 

 

아빠가 저녁식사를 항상 준비한다는데에 조금 놀라웠습니다.

 

@ [조엘에게]매일 저녁식사 준비하기 힘들지 않아요?

-조엘 : 전혀요, 저는 요리하는것을 좋아해요.

 

@ [루씨에게] 남편이 요리한 음식 어때요?

-루씨 : 너무 맛있어요. 제가 한것보다 휠씬 더 맛있어요

 

@ 좋은 습관을 갑자기 갖게 되진 않았을것 같은데요. 어땠나요? 그리고 그런 좋은 습관을 보며 각자 느낀 점이 있다면요?

 -조엘 : 쥐스틴은 정리를 잘 못해요. 그래서 일부러 아침 식사 테이블을 치우게 했죠.

 그리고 저희 부부는 모든 일을 분담해요.

예를 들어 부부중 한명이 늦게 귀가하면 함께 하기 위해 기다리지 않고 할수 있는 일을 해나가죠.

각자의 위치에서 해야될 일을 열심히 합니다.

이제까지 별로 문제된것은 없었어요. 대부분 만족했답니다.

 

@ 좋은 습관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가족 구성원들이 정한 규칙이 있다면요?

 - 루씨 : 그런것 없어요. 아주 자연스럽게 하게 되죠

아시다시피 수요일에 아이들 음악학교가는 것은 조엘[아빠]이 담당하고 있지요.

제가 일을 하니까요. 

상황에 맞게 자연스럽게 조정을 하고 있어요

 

@ 그래도 상대방이 한일이 마음에 안들수도 있잖아요, 그런적은 없었나요?

 

-루씨 : 저희들은 그부분에 대해서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절대로 비판하지 않아요.

심한 경우에 조용히 이야기 정도만 하죠.

 

                                                      조엘 부부는 서로 바라보고는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재미있는 표정을 짓고 있는 쥐스틴 엄마, 루씨

사진이 잘 못나왔어요. 실물이 휠씬 아름답습니다.

 

@ 쥐스틴과 루이즈가 집안일을 도우기도 하나요?

- 조엘; 저는 저녁 식사준비를 아이들과 함께 해요. 아이들이 감자나 오이를 깍곤 하죠.

 

@그래요? 아이들이 스스로 나서서 식사준비를 도우나 봐요?

-조엘 : 그럼요. 너무 좋아하죠, 아이들이 근본 먹는것을 좋아해요,

케익 만들때도 적극적으로 도우고 있죠.

 

@ 혹시 아이에게 용돈을 주시나요?

-루씨 : 아뇨 그러기에는 너무 어리죠.

 

@ 그럼 집안일을 도우거나 하면 일종의 보상같은 것은 있나요?

-루씨 ; 아침 식사 테이블 치우는것으로 그날 저녁 인터넷 게임을 잠시 할수 있게 합니다.

그외에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요. 아이들 보호해야되잖아요.

그리고 비디오 게임 같은것은 일체하지 않아요.

 

@가족들이 함께하는 운동이 있나요?

-루씨 : 저희들은 주로 산책을 해요, 그리고 가끔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요

 

@ 가족들과 외식은 자주 하시나요?

-루씨 : 주말에 하죠

 

@ 토요일, 일요일은 어떻게 보내세요?

-루씨 : 주로 일주일 동안 미루어놓았던 시장을 보고요, 산책, 집정리, 그리고 영화관에 갈때도 있어요. 

 

그동안 제가 본 쥐스틴 가족은 매사에 신중하고 진지했습니다.

사소한것 하나라도 허투로 여기지 않고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이 좋아보였지요

그리고 엄마인 루씨는 항상 쾌활하고 정스러운 여인이었습니다.

누가 프랑스 여인이 차갑다고 했던가~

말한마디라도 아주 따뜻하게 한답니다.

 

그날 아이들을 일찍 할머니 집에 보내서 두서없이 맞았다며 미안해했습니다.

사실 바쁜데 느닷없이 인터뷰하겠다고 들이닥친 제가 더 미안했지요.

 

그날 그렇게 루씨 부부와 함께 가족의 좋은 습관 이야기를 듣고 오는데 기분이 좋더군요.

노력하며 알콩달콩 잘사는 부부의 모습을 보아서인가 봅니다.

4월의 어느 토요일의 햇살은 더욱 화창하고 찬란하기까지 하더군요.

 

 

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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