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프랑스인이 자국민에게 한국전통문화를 알리고 있다는데...

파리아줌마 2011. 5. 10. 08:21

어제 파리에 몰아닥친 한류 열풍을 실감할수 있는 코리안 커넥션 행사에서

다소 한산해보이는곳은 한국어과 불어 번역본으로 된 책코너와,

한국 전통무술 부스였습니다.

 

해동검도라는 처음들어보는 우리의 전통 무술을 익히며 전하고 있는

프랑스인과 잠시 이야기하고 그옆으로 가니 어떤 한국 수녀님이

다가오시더니 한국무예를 프랑스에 알리고 있는 현지인을 소개해주십니다.

 

또다른 한국의 전통 무예인, 택견에 매혹당해 프랑스에 알리고 있는

쟝 세바스티앙 브레시[Jean-Sébastian BRESSY]씨였습니다.

그는 찜통같은 행사장안에서 시범을 보이고 나서는 땀을 비오듯 흘리며

프랑스인들에게 한국의 옛책자들을 펼쳐가며 설명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수녀님은 제가 사진을 찍고 있다는것만 보고는 그를 좀 알려달라고

하십니다. 프랑스인이 한국의 전통 무예를 자국민들에게 사비까지 털어가면서

알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말씀을 듣는 순간 복잡 미묘한 감정이 교차하더군요.

 

프랑스인이 우리 문화를 알리고 있으니 고맙기도 하고, 사비까지 들이고 있다니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으며, 한편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비를 들이고 있다는것에 제가 다소 격해졌습니다.

 

그동안 프랑스에서 한국문화를 알리거나, 재능을 가지고 이곳에서 활동하는 한국인들은 철저히 홀로서기를

감내해야 합니다. 지난 2월 노르망디에 한국문화를 알리는 전시회를 가진 손차룡 작가님은

한국을 알리는 CD와 DVD를 전시장에 틀어놓기 위해 한국문화원에 자료를 받았는데 오래된것이라

한국관광공사에서 보내온 사진과 본인이 직접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사용했다고 합니다. 

 

또한 노르망디에 한국문화를 알리는 일에 기획부터 재정까지 투르빌 시청에서 담당했답니다. 그것까지는 그럴수 있다고 하지만 대사관이나 문화원은 오프닝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모든 행사에 참석해야되는것은 아니지만 노르망디에 한국문화를 알리는 첫전시회라 의미가 클수 있었을텐데요.

 

무엇보다 본인이 좋아서 하는일이라 그냥 알아서 하게 내버려둘수도 있겠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그렇게 무관심해도 되는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프랑스인들에게 우리의 고유의 얼과 정서를 알리는 일인데 말입니다.

 

 

                                   코리안 커넥션 행사에서 프랑스인들에게 한국전통 무예인 택견을 가르치고 있는 Jean-sébastian Bressy씨 

 

한국정부의 무관심이 개인 발전을 가져오기도 한다?

 

파리에서 남북평화통일을 위한 협회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음악 공연하는 분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스라엘과 일본은 해외에서 음악활동을 하는 재능있는 자국민들을 양성하고 키워주는데에 아끼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가 된 켄조, 또한 일본 정부에서 키웠다고 들었습니다.

 

그분 말씀이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음악가들의 실력은 아주 뛰어나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관심이 없다'며 안타까워하면서, '민간인 차원의 협회들을 만들어 후원해야될 것'이라고 하더군요.

 

재능있는 한국인이 외국나가서 활동하려면 한국인이 아닌 인간으로 뛰어야합니다. 우선 열심히 실력을 쌓아야하고, 스스로 알리고 다녀야 합니다. 그것이 꼭 나쁜것만은 아닙니다. 강하고 단단하게 만들어 줄수 있기 때문입니다. 힘든 조건에서 악착같이 살아남아 외국에서 성공합니다. 개인의 발전에는 정말 좋을수 있을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성공하는 사람이 있겠고, 지원부족으로 성공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겠지요. 어쨌든 그렇게 해서 유명해진 한국인 예술가가 한국 정부의 무관심 덕분에 발전할수 있었다고 고마워해야할까요?

씁쓸한 역설일뿐입니다.

 

프랑스에 요즘 한류붐이 일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에 그 기반은 무엇인가 하면, 바로 프랑스에 이미 널리 알려진 일본문화의 바탕에서 온것입니다. 어제 코리안 커넥션 행사에서 만난 37세의 프랑스 여성은 일본대중 문화를 먼저 접했다가 한국대중문화에도 관심을 가졌다고 합니다. 그녀는 재팬 엑스포[Japan Expo]를 이야기하더라고요. 일본은 프랑스에 아시아 대중 문화를 알리는데 20년전에 선두에 섰습니다. 지금 파리에서 일고있는 한류붐은 일본대중문화가 발판이 되어 이루어진것이라고 해도 무리는 아닐것입니다. 

 

재팬 엑스포는 1999년부터 파리에서 매년 열리고 있는데 일본 망가. 비디오 게임, 영화, 대중음악 등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드골 공항근처의 대규모 전시장에서 4일 동안 열리는데, 지난해 방문객은 1십 8만 2천여명이었답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건 일본정부는 지난 20년간 프랑스에 그들의 문화를 심기 위해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는것입니다. 그래서 비로소 작년에서야 결실을 거둔것입니다. 작년에 프랑스 유명잡지들은 일본대중 문화에 대해 많이 다루었습니다. 문화 자존심 강한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 왕비방에 세일러문 캐릭터가 걸려져 있었던건 놀라운 일이었답니다. 일본 정부의 노력이었습니다.

 

Jean-Sébastian씨가 사비까지 털어 택견을 알리고 있다는것을 알고는 바로 드는 생각이 4대강 사업이더군요.

비록 외세에 의해 짓밟히고, 전쟁의 고통을 겪었던 강산이지만 수천년 동안 풍화와 침식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자연을 수조원을 들여 갈아 엎어야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산야와 강속에 둘러싸여 울고 웃으며 살았던 우리민족의 얼과 정기가 파헤쳐지는듯한 4대강 사업을 보면서,

고려시대부터 내려왔던, 태권도의 기원이 되었던 전통 무예인, 택견을 통해 우리의 한과 정서를 공감하며

자국민에게 알리려는 프랑스인을 보니 무척이나 혼란스러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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