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외국생활하면서 한국인을 만나는게 불편한 이유

파리아줌마 2011. 5. 20. 08:09

조금 친분이 있는 프랑스인을 만나면 뺨을 맞대며 쪽쪽~ 소리를 내는 

인사로 시작해서 같은 방식으로 인사나누고는 헤어집니다.

저는 아직도 이런 인사법[비쥬]이 어색합니다만,

프랑스에 사니 어쩔수없습니다. 프랑스인의 얼굴이 제얼굴을 향해

다가오면 그러려니하고 응하게 됩니다.

 

요즘은 불행히도[?] 그런 일이 없지만 예전에 프랑스 남자들과 비쥬를

하면 남자의 입술이 제 뺨에 와닿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주로 저보다 나이 많은 남자가 그렇게 인사했던것 같은데, 

여인을 대하는 프랑스 남자의 매너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수많은[?] 프랑스 남자의 입술이 뺨을 스치고 지나갔군요.

 

어쨌든 그렇게 살을 맞대고 인사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 탁~닫고 들어가 버립니다. 이건 그들의 방식이고, 한국사람 만나 헤어질때는 많이 다릅니다.

 

우리는 비록 살을 맞대는 격한[?] 인사는 하지 않지만 헤어질때는 말도 많고, 시간도 아주 오래걸립니다.

집에서부터 인사하고, 따라나와 거리에서 인사하고, 차타고 문닫는 순간 또 인사. 그리고 차가 떠나 저만치 갈때까지 뒤에서 더러 바라보고도 있지요. 그럼 차안에 탄 사람은 어김없이 뒤를 돌아보며 손을 한번 흔들어야지만 인사는 비로소 끝이 납니다. 끈끈한 우리네 작별인사 정서입니다. 문앞에서 헤어지는것보다 휠씬 정스럽고 좋습니다.

 

요즘 한국에서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하실분들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친하게 지내는 한국분들을 만나면 이렇게 작별인사합니다. 만나서 함께한 시간이 좋았고 헤어짐이 아쉬워서 그러는것입니다. 그런분들이 계십니다.

 

일례를 든것이지만 외국생활에서 한국인들끼리 끈끈한 정을 나누고 살면 좋겠지요. 특히 부모 형제 없이 우리 4식구만 단촐하게 있는 저같은 사람에게는 마음맞는 한국 가족들 만나는 시간은 아주 소중합니다. 

 

그런데 한국인들끼리 어울리다 보면 관계가 불편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외로움 때문에 한국사람을 찾게 됩니다. 일단 외국에 나가보면 어떻게 되겠지 하고 언어를 잘익히지 않고 온 이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말도 못합니다. 거기다가 현지인들의 낯설고 차가운 눈초리까지 대하게 되면 자연스레 한국인을 찾게 됩니다.

 

아쉬운게 있다보니 필요이상으로 자신을 드러내게 되고, 여기서부터 갈등은 시작됩니다. 아무리 정서가 비슷한 한국인이라도 상대방은 내마음같지 않습니다. <섭섭이>와 <괘씸이>가 지그재그로 왔다갔다 합니다. 그러다가 한국인들과 담 쌓고 지내는 이들이 많습니다. 본인이 조절하지 못한것은 생각지 않고 무조건 한국사람을 묶어서 탓합니다.

 

물론 한국사람들 모인곳에 문제는 많습니다. 은근히 강요하고, 앞에서는 괜찮다고 해서 돌아서고 나면 뒷꼭지 땡기며, 상황이 안되어 거절하면 미운털 박힐것 같은 분위기, 또한 상대방 이야기 들어보려고도 하지 않는 분위기도 한몫합니다. 한국 사회의 병폐를 그대로 옮겨놓은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질때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한국인들이 현지인과 한국인을 대하는데 알게 모르게 이중성을 가지게 됩니다.

<싫으면 싫다. 아니면 아니다. 못하면 못한다>라고 자기 표현을 확실하게 하는 프랑스인 만날때는 거기에 맞게

처신을 합니다. 처음에는 더러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지만 금방 적응됩니다.

 

비록 살을 부벼대며 인사는 하지만 프랑스인은 실리적이고 아주 합리적으며, 선을 잘 그어두고 있습니다. 그런 방식에 맞게 대하기 때문에 쌓일것도, 눈치볼것도 없이 끈끈한 정은 못나눌망정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할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보다는 프랑스인 만나는게 편하다는 분들 있습니다. 이런 경우 불어 잘해야 프랑스인 만날수 있다는 생각은 탈피해야될 고정관념일뿐입니다. 어느 정도 이야기하다가 말문이 막히면 바디 랭귀지 나갑니다. 소탈한 웃음 한방이면 상대도 함께 따라 웃으며 상황 평정됩니다.

 

그러다가 한국사람들 만나면 불편합니다. 거기에는 한국에서 지내오며 습득되어진 도리와 의무가 발현되어,

자유롭기보다는 무언가를 해야될것만 같은 생각이 더 앞서게 됩니다. 거절하면 안되고, 어른들 말씀에 입꼭 다물고 들어야되고, 본인 생각을 표현하면 잘난척하는 사람으로 몰릴수도 있습니다. 불편할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전반적인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좋고, 나쁘다를 이야기하고자 하는게 아닙니다. 불편한게 나쁜것만은 아니지요.

저는 외국생활하면서 한국사람과 현지인들을 두루 만나고 지내면 좋을것 같습니다. 그래서 끈끈한 정 계속 유지하며, 불편해하지 않고 지내는 방법은 자신의 생각을 세련되게 표현할수 있는 법을 고민해 보는것입니다.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이 자기 표현에 많이 어눌합니다. 그러다보니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요.

 

제가 본 프랑스인들은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데 익숙하며 정확합니다.

상대방 기분 상하게 하지 않게 예의를 갖추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거절도 하고, 제안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불어에 완곡한 표현이 많이 있나봅니다. 이런 부분은 배워 한국인과 끈끈한 정 나누며 좋은 관계를

유지해나간다면 항상 외롭고 각박하다고만 생각한 외국생활이 좀더 여유롭고 풍성할수 있을것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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