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프랑스 어머니날에 아이 학교에서 받은 값진 선물

파리아줌마 2011. 5. 30. 08:00

오늘[29일] 일요일이라 늦잠을 자고 있는데,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엄마의 날을 축하해>라고 하며, 9살 작은 아이가 큼지막한

꾸러미를 내밉니다. 며칠전부터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선물을 받고

보니 늘어지게 자고 있던 정신이 화들짝 깨이더군요.

 

어린것이 학교에서 선생님과 함께 준비한 선물이

어떤건지 설레는 기분으로 조심스럽게 꾸러미를 풀어보았습니다.

 

오늘[29일]은 프랑스의 어머니날입니다. 일전에 글에서도 밝혔다시피

프랑스는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 날까지 따로 정해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어버이날이라 하여 양친을 함께 기리는게 아니가 각자 따로

챙김을 받습니다. 자식의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스러울수도 있겠지만

사람이 각자 다르듯이 부모도 어머니, 아버지 따로 구분하여 섬기는 날이 있는것도 나쁘지는 않을듯합니다.

 

제가 보기에 프랑스인들은 친구나 지인들 보다는 가족끼리 선물을 주고 받는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남보다는 가족을 더 챙기는것이지요. 남의 집에 갈때 빈손으로 가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가족 생일이나, 기념일에 선물을 거르는것은 섭섭한 일이 되어 버립니다. 그만큼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것 같더라고요.

 

고등학생 큰 아이 친구들도 어머니날 선물을 사기 위해 파리시내에 나가야된다며 부산하더라는 것입니다.

 

프랑스는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어머니 날 선물을 준비해

 

프랑스 어머니 날은 1918년, 1차 대전으로 인해 남편과 아들을 잃은 어머니들을 위로하기 위해 프랑스 지방도시인, 리옹에서 시작되어 1929년에 공식화 되었답니다. 매년 5월의 마지막 일요일이 어머니의 날입니다.

 

프랑스는 유치원부터 초등학교까지 매년 어머니 날이 되면 학교에서 선물을 준비합니다. 학과 프로그램에 있는듯합니다. 엄마를 생각하며 준비한 선물은 항상 감동을 줍니다.

 

유치원때는 허술한 곽을 예쁘게 색칠한 통을 선물로 받아 액세서리 담는 통으로 이용하기도 했고, 작년에 아이가초등학교 2학년때는 십자수를 놓은 쿠션을 선물 받기도 했습니다. 작년과 올해 아이 담임선생님에 대해 일전에 글에서 소개하기도 했지만 학과 프로그램이 항상 다양하고 독특하며, 어머니 날 선물을 준비하는데도 아주 정성스럽습니다.

 

작년 선물은 아이들이 손수 십자수를 놓은것입니다. 남자아이들도 선생님에게 도움받아 수를 놓았다고 합니다.

한땀한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엄마를 생각하며 수놓은 선물을 받고는 선생님께 고마워 가정 통신란에 인사를 적어보내기도 했습니다.

 

어머니 날 카드에는 아이들이 지은 시가 있어 

 

올해 받은 선물은 온갖 사랑의 메시지와 예쁜 그림이 있는 부엌 장갑과 못쓰는 CD를 이용한 컵 받침대,

그리고 무엇보다 감동을 주었던건 아이들이 지은 시였습니다. 

 

 

 

 

 

아이는 시를 외워 저에게 낭독해줍니다.

 

엄마의 행복을 위해

 

엄마 시선속에서 나를 향한 사랑을 읽어요.

 

엄마가 친절한 무지개 같은 부드러움으로 나를 감싸면,

 

내 가슴속에 새겨진 네글자, 나는 엄마를 사랑해요.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예뻐요.

 

엄마는 나의 삶을 빛나게 해줘요.

 

 

마지막 구절을 듣는데 고슴도치 엄마는 잠시 혼란스러워졌습니다.

과연 이 엄마가 아이 삶을 빛나게 해주고 있는지. 그럴수 있는지 싶어서요~~

 

프랑스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는 5월말에 있는 어머니날이 다가오면 선물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아이는 <서프라이즈>라며 몇달전부터 기대하게 만들었는데 올해도 가슴 벅찬 선물을 선사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반은 1학년과 함께 공부합니다.

<이중 수준 학급>이라고 하는데, 3학년 6명, 1학년 15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머니 날이 다가오면 학급 아이들이 함께 시를 짓는데, 일단 제목부터 아이들이 여러개 정도 내놓는답니다.

그다음 다수결로 2개 정도 제목을 정하고, 아이들이 그간 시를 읽은것에서 영감을 얻은 귀절들을 내놓는다고 합니다. 학과 프로그램으로 매주 시한편은 꼭 외워야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지은 2개의 시들중 본인의 마음에 드는것을 카드에 적어 선물과 함께 엄마에게 건넨겁니다.

시를 익히다가 어머니날에 아이들이 손수 시를 지어 엄마에게 선물을 하니 이보다 더 값진선물도 없을듯합니다. 프랑스 학부형들은 교사에게 선물은 잘 안하는 반면 교사들이 학생들과 학부형 선물을 준비해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지요.

 

학과 공부도 중요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은 자라는 아이들에게 엄마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함으로써 인성과 정서 교육에 도움이 되며, 아직은 공부에 부담이 없는 어린 학생들에게는 살아있는 교육이라 할수 있을것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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