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남이 쓰던 물건을 대하는 프랑스인들의 인식

파리아줌마 2011. 6. 1. 08:42

22년전 프랑스에 처음 도착했을때 여러가지 문화충격들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프랑스인들의 검소한 옷차림이었습니다.

그래도 패션의 도시, 파리라고 알고 왔는데 어째 제가 살고 있었던

대구시민들의 옷차림보다 못한것 같았습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그중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던게 겨울 외투였습니다.

예전 교복을 입고 다니던때 군청색, 검정색 교복 외투 같은 것을

입고 다니는 이들을 보고는 조금은 놀라기까지 했습니다.

유행과는 상관없이 자기중심[?] 굳건한 옷차림으로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제눈에 비친 프랑스인들은 검소했습니다.

 

튼튼한 사회 복지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프랑스인들이 내는 세금은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 무거운 세금을 기반으로 정부에서는 저소득층과 실업자, 임신과 육아 보조금

같은 가족 수당을 줄수 있는것입니다. 프랑스 중산층들의 삶은 그리 넉넉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삶을 즐기지 못하는건 아닙니다. 그들이 내는 세금은 나중에 퇴직연금으로

돌아오게 되기에 젊은 시절에 아득바득 돈 모으려 하지 않습니다.

있는대로, 버는대로 때마다 바캉스 떠나면서 삽니다.

 

제가 느끼기에 프랑스 사회 전반에 흐르는 깊은 정신적인 가치가 있습니다. 220년전 자유, 평등, 박애를 외치며 세계최초로 시민이 혁명을 일으킨 정신이 사회 곳곳에 살아있습니다. 각종 차별을 법으로 금하고,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에게도 휴가의 혜택을 주고 있으며, 무엇보다 인간이 땀을 흘려 일한 노동의 가치를 귀중히 여기고 거기에 상응하는[더러 심하다 싶을 정도의] 보상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는 인건비가 비쌉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는 보이지 않는 것을 소중히 여길줄 압니다. 적어도 프랑스인들은 그들 사회안에서 돈이 없어 굶주리고, 치료를 못받는 이가 있다는걸 자존심 상하게 여깁니다. 이는 프랑스 정치인들의 가장 큰 자부심이기도 합니다. 자부심 가질만 합니다. 그런데 하루 아침에 프랑스가 이런 복지 국가가 되었냐면 그건 아닙니다. 많은 과정속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희생의 댓가로 이루어진것입니다. 거기에는 시민들의 연대의식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철저히 개인주의적인 생활을 하다가 문제가 있으면 어디서 왔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한목소리를 냅니다.

저는 그럴때마다 놀랍니다. 얼마전 성범죄가 있었을때 지역주민 수천명이 모여 침묵시위를 벌였습니다.

문제가 없는게 아니라 이에 대응하는 방식을 말하고 싶은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는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같은 프랑스인들의 나누며, 더불어 사는 삶은 생활 전반에 걸쳐 나타납니다.

 

프랑스 동네마다 나눔의 벼룩시장이 있어

 

프랑스는 각 마을마다 주기적으로 벼룩시장이 섭니다. 이름도 다양합니다.

<벼룩시장>, <골동품상>, 그리고 <다락방 비우기>라고, 이게 가장 사실적인 이름같습니다. 집 다락방에 있는 물건들을 가지고 오는거니까요. 집에서 사용하지 않거나, 더이상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가지고 나와 싼 가격에 팝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한국에 있을때는 남들이 썼던 물건을 쓰는것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부정탄다부터 시작해서 없어서 쓰는것 마냥 열등의식까지 가미된 인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프랑스인들은 그런 군더더기[?] 관념은 배제한채 필요하면 사서 쓰기도 하고, 그냥 받아쓰기도 하더라고요. 각 동네마다 태아부터 6살까지 예방접종과 치료를 무료로 해주고 있는 어린이 모성보호[PMI]기관에 가면, 입구에 아이들 헌옷이 가지런하게 있습니다. 필요한 사람은 가져가라는것이지요.  

 

동네 벼룩시장은 거리에서 행해지는 일종의 상업활동이 되는데, 이는 시청에서 지역 주민들끼리의 나눔을 조장하기 위해서 주관하는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를 이용해 동네마다 돌아다니며 장사하려는 목적을 가진 이들이 있어 시청에서 블랙 리스트를 작성해서 통제하고 있다고 합니다. 취지는 돈을 버는게 아닌, 안쓰는 물건들을 싼가격에 서로 사고 팔고 하는 나눔이랍니다.

 

사는 동네에는 5월과 10월말에 두번 시장이 서게됩니다.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자리세, 3유로[4천5백원]을 내고, 물건값은 본인이 알아서 정하는데, 아무리 질이 좋아도 5유로[7천 5백원]이상이면 사려하지 않는답니다. 그래서 물건 하나에 1-3유로로 팔아야된다고 합니다.

 

동네마다 조금씩 규모가 다른데 제가 사는 동네시장은 조촐합니다. 또한 이런 동네 벼룩시장에는 자녀들이 나와서 팔게 됩니다. 본인 책부터, 수련장 등을 조그마한 천에 펼쳐놓고 장사[?]를 합니다.

 

 

지난 토요일 사는 동네에 선 벼룩시장입니다.

주차장에 연결된 도로하나를 차 못다니게 해놓고 이용한것입니다. 

 

집에 있던 물건들 모두 챙겨가지고 나왔나봅니다.

온갖 종류들이 있습니다.

 

라켓, 롤러브레이드 등을 가지고 나와서 팔고 있는 중학생[?]인듯 

 

어떤 아주머니는 명품옷과 가방을 사서 본인 어느정도 사용하고 나서 지겨워지면

이곳에 가지고 와서 판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판답니다.

롱샹 가방이 15유로[2만2천원]~~

 

그분의 수익은 다른이들과 질적으로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그사람 부스에는 항상 사람들이 북적인다고요.

 

그동안 다녀본 벼룩시장에서는 이나간 접시도 있고, 녹슬은 촛대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저런걸 팔겠다고 가지고 나왔나 싶기도 하지만 그건 골동품의 가치를 지닌것인지?

어쨌든 팔리니까 가지고 나왔겠지요.

 

 

주로 책과 아기 용품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비록 나눈다는 의미로 있는 시장이지만 전혀 수입이 없어도 안되겠지요.

                                    아는 한국 엄마는 그날 30유로[4만 5천원]정도 벌었다고 합니다.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 버려두지 않고 필요한 이들에게 판다면 좋을것 같습니다.

                              내겐 쓸모없는 물건이 누군가에게는 요긴하게 쓰일수도 있으니까요.

                                                이런게 나눔이고, 더불어 사는것이겠지요.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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