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유럽에 몰아닥친 박테리아 공포에도 조용한 프랑스인들

파리아줌마 2011. 6. 7. 07:45

독일에서 발생한 장출혈성 대장균으로 인해 현재까지 22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어제 독일 북부 함브르그에 있는 어떤 농장의 새싹에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많다고 했는데, 오늘 소식을 보니 그것도 아니라는군요.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으니 답답하고 심난하지요.

어떤 소식에는 1990년대 한국에도 있었다고 하면서 별것 아니라고 하고,

반대로 생각보다 심각한 파장이 있을수 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독일 당국은 오이, 토마토, 샐러드를 섭취하지 말라고 발표했다고

하는데요, 바로 이웃나라인 프랑스에도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는 않습니다.

 

지난주 사는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슈퍼에 갔었는데,

오이 코너에 벨기에산이라고 일부러 표시를 해둔것을 보았습니다.

 

오늘 프랑스 지방도시인, 낭트에서는 채소 재배업자 10여명이, 지난주부터 오이 판매량이 현격히 줄어든것에 화가 나서 본인들이 재배한 오이 10톤을 내다버렸다고 합니다. 이들이 원했던것은 미디어에서 프랑스산은 아무 문제없으니 안심하고 소비해도 된다는 말을 해주는것이었답니다. 프랑스산이 비록 안전할지라도 소비 심리가 예전같지는 않을것입니다. 이같이 먹거리에 관한 문제가 있을때마다 재배자들의 정신적, 물질적인 피해는 큽니다.

 

그러나 동요되지 않는 프랑스인들

 

그런데 이런 일들이 있을때마다 소비량은 줄어들지라도 프랑스인들은 좀처럼 동요하지 않습니다.

처음에 이번 슈퍼 박테리아는 스페인산 오이에서 온것이라는 보도가 있었지요. 제가 자주 가는 슈퍼에는 지난 금요일 오이를 산더미같이 쌓아놓고는 2개값에 하나를 덤으로 준다고 해놓았더군요. 마치 아무일 없었던것처럼 어떠한 표시도 없었습니다. 이는 분명 야채 박테리아 파동으로 인한 조치였을겁니다. 그래서 과연 사람들이 오이를 사갈까 의문스러웠는데 어떤 할머니는 아무렇지도 않게 오이를 만져보고 있었습니다.

 

사흘이 지난 오늘 슈퍼에 가보니 산더미 같이 있던 오이가 반이상으로 줄어들었더군요. 그만큼 많이 팔렸다는것이겠지요. 어쨌든 채소업자들의 피해가 많을것 같습니다. 7일 브뤼셀에서 유럽연합위원회는 이번 박테리아 관련회의를 가지면서 피해 농가들에 대한 보상 이야기가 있을것이라고 합니다. 

 

그간 광우병 파동, 신종플루, 그리고 이번 슈퍼 박테리아건으로 본 프랑스인들은 이런 것들에 비교적 동요되지 않았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게 2년전 신종플루가 전세계를 뒤덮었을때입니다. 인터넷으로 연일 보도되는 한국의 사망자 발표를 보며 걱정스러워 프랑스 언론을 뒤져봐도 기사 하나 정도만 나와있지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물론 사망자도 있었지만 심하다 싶을 정도로 조용했습니다. 당시 학교앞에서 만난 까미유 엄마는 이렇게 별이야기가 없어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표시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큰아이 학교에서 감염자가 나타나자 학생주임 선생님의 당부는 <조심하라>가 아니고 <당황하지 마라>였답니다.

 

조용히 있다가 백신이 나오자마자 의료보험사에서 공문이 왔고, 바로 아이들에게 예방접종을 할수 있었습니다.

시기적으로 한국과 같았습니다.

 

프랑스 보건부 장관은 일요일[4일] 프랑스에서 감염자가 나오면 바로 경계 시스템을 가동시켜 주의하고, 감수하겠지만, 흥분하고 동요되지는 말아야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문제가 터지면 해야될 일들을 신속하게 진행시키되, 당황하지 말것을 항상 당부합니다. 그래서 나라가 마비되는 파업에도 어깨 한번 으쓱하고 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일이 있을때 흥분하고 동요하면 문제를 더 키울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일에 직면해서 우리가 해야될일은, 조심해되 무엇보다 마음부터 지켜야될 것입니다. 그것이 문제를 더 잘 보고 해결해나가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프랑스인들은 언론의 보도에 쉽게 휘둘리지도 않습니다.16년전 유럽에 몰아닥친 광우병 파동때, 갓 태어난 아이 이유식 때문에 소아과 의사에게 쇠고기 주어도 되냐고 물어보니, <그건 정치일뿐이라며, 먹어왔으니 앞으로도 먹을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말은 아이에게 쇠고기 주어도 된다는것이었겠지만 저는 주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의심스러운 사람들은 조용히 채소 안사고, 프랑스산이라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예전처럼 소비할것입니다. 마치 별일 없었던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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