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구경하기

시간이 멈추어버린듯한 센강변의 고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파리아줌마 2011. 6. 4. 08:58

파리에 친구나, 지인이 오면 제가 꼭 들려보기를 권하는곳이

있습니다. 물론 저의 개인적인 취향에 맞는곳이라 모든이들의 호응을

얻지는 못할것입니다. 그렇다고해서 시간낭비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으리라는 자신은 있습니다.

 

몇년전 파리에 여행온 조카를 통해서 이곳을 알게되었답니다.

우물안 개구리 같이 한국에 있는 사람보다 파리를 더 모르고 살아오고

있습니다. 파리는 저에겐 여행자의 눈에 다가온 아름다운곳만이 아닌,

더러 험난한 생활의 터전이었기 때문이라는 변명을 늘어놓아봅니다.

 

그렇게,,, 에펠탑이 부담스런 철근 덩어리로만 보였던 그런 시기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때에 조카와 함께 가본 이곳에서 잠시 시간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제가 그곳에서 느낀것은 진한 노스탈지였습니다. 

 

고향을 그리워하기보다는 시간의 노스탈지였습니다. 돌아갈수도 없고,

돌아가지지 않는 지난날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이라고 할수 있을것입니다.

가질수 없으니 더욱 애틋하게 다가오겠지요. 또한 지나온 삶의 회한일수도

있을겁니다. 무척 삶을 사랑했지만, 그 길을 찾지 못해서 남겨진 찌꺼기 같은 것들...

 

세상의 부대낌속에서 변해버린 자신, 잃어버린 사람들, 이루지 못한 꿈이

만만치 않은 무게로 다가올때, 나무섞는 냄새와 낡은 종이 냄새가 어우러진 고서점에 들려 시간을 묶어 놓은것 같은 착각속에 잠시 빠져보는것도 나쁘지 않을듯합니다.

 

 

몇년전 이곳에 처음 갔을때, 그 옛날 어느 시점에서 시간이 멈추어버린듯한 허름함에 완전히 매료되어버렸습니다. 서점을 돌아보고 나오니 한편의 감동적인 영화를 보고 나온것 같았습니다.

  

파리의 노틀담 대성당에서 길을 건너 조금만 가다보면 센강변에 오래된 고서점인, <세익스피어 앤드 컴퍼니>가 있습니다. 이곳은 파리를 찾는 여행객들이 한번쯤은 찾는 고서점으로,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주연의 영화 ‘비포 선셋’(2004년작) 을 통해 국내에도 꽤 알려져있습니다.

 

 

세익스피어 앤드 컴퍼니[Shakespeare and Company]는 1919년 말에서 1941년까지 파리에 있었던 서점으로, 파리에서 미국문학을 알리기 위해 실비아 비치라는 미국여성이 세운 서점인데, 단순한 서점만은 아니었습니다.

 

영어로 된 책을 구하기가 힘들었던 당시의 파리에서 문학적 감수성에 목말라 하고 있던 이들이 모여 작품을 논하던 곳으로세계1, 2차 대전을 거치면서 문학가들의 사랑방이 된곳이기도 합니다.

 

제임스 조이스, 어네스트 헤밍웨이, 에즈라 파운드, T S 엘리엇, 앙드레 지드, F 스콧 피츠제럴드, 폴 발레리 등, 유명 및 무명 작가와 예술가들이 드나들었던 곳입니다.

 

서점을 세운 실비아 비치는 오늘날 20세기 최고의 소설로 공인되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가 외설시비로 영국과 미국에서 출간이 금지되자 우여곡절 끝에 1922년 파리에서 초판본을 직접 펴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중인 1941, 나치의 탄압으로 서점문을 닫게 된 이후, 실비아 비치는 파리에 머물며 문필 및 번역일에 종사했고, 1959년에는 회고록인 <세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1962년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2년뒤인 1964년 그이름을 물려받아 센 강변에 지금의세익스피어 앤드 컴퍼니가 세워진것입니다그녀의 회고록은 번역본으로 우리나라에도 출간되어있다고 합니다.

 

                        지난 4월말, 예전 유학생 시절 언니, 동생하며 지냈던 S가 가족과 여행을 왔습니다.

                   마침 노틀담앞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세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를 함께 들려보았습니다.

 

 

이층으로 된 작은 고서점으로 빈공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책들로 빼곡히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곳은 영문판 책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가장 프랑스, 파리다운 서점같이 느끼지는건 특유의 고즈넉함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째 책을 정리하고 있는 아저씨의 모습마저 시간이 멈춘듯합니다.

보기에 디지털 시대와는 상관없이 사는 아주 아날로그적인 서점 직원 같습니다.

 

 

 

 

 

좁은 구석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독서하고 있는 이들

 

2층으로 올라가봅니다.

 

 

게시판입니다.

다녀간 흔적을 남기는데, 예전에는 한국분들 증명사진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별로 없더라고요,

 

사진에는 없습니다만 게시판위에는 조그마한 다락방같은 침실이 있습니다.

사람 몸하나 누이면 맞을듯한 공간입니다.

 

2층 안쪽으로 들어가봅니다.

예전에 생활했던 아파트를 그대로 서점으로 사용하고 있는듯합니다.

여기도 독서하는이들이 있네요.

 

무너질듯 어지럽게 쌓여있는책들에 둘러싸여 독서하면 어떨런지??

 

예전에 1층에 있던 피아노를 2층으로 옮겼습니다.

처음왔을때 피아노 소리가 들려 라디오를 틀어놓은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책들에 파묻혀 무슨 숨은 그림찾기하듯 있던 피아노 건반을 누군가가 두드렸던것이었습니다.

 

제생각에 이곳 피아노는 누구나 칠수 있는것 같습니다.

어떤 커플이 와서 피아노를 치고 있었습니다.

차이코프스키 같던데..선율이 아름다웠습니다.

 

이번에는 남자가 쇼팽의 녹턴을 칩니다.

악보없이 치는것이라 처음에는 좀 서툴더군요.

고즈넉한 분위기의 고서점에서 고운 피아노 선율까지 울려퍼지니

분위기 아주 좋았습니다.

 

 

아주 인상적이었던 옛날 타자기입니다.

한번 상상해봅니다.

이방에서 어떤 고뇌스러운 작가는 인간을 고민하며, 밤을 새워 타자기를 두드립니다. 

 

밤을 새워 작업을 한 작가의 쾡한 모습이 떠오르는듯합니다.

 

이곳은 시간이 멈추어버린게 맞습니다.

시계마저 멈추어져있습니다.

 

센강이 내려다 보이는 안쪽에는 무슨 모임이 있는가 봅니다.

 

매주 토요일 오후 5시에 모여 시나 수필쓴 것 가져와서 토론하나 봅니다.

 

언뜻 들어보니 모두 영어를 쓰고 있었습니다.

 

 

 

사람 몸하나 들어갈 조그마한 사무실입니다.

프랑스인들의 조상이 골루와족으로 몸집이 작아서 그런지 항상 아기자기한 생활 소품들이 많이있습니다.

프랑스인들 성향도 대부분 그런것 같고요,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디지털 시대에 <세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는 변화속에서

잃어버린 인간성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더욱 찾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변하지 말아야될것은 있겠지요.

상황과 환경에 지배받지 않고, 본인의 가치를 타인의 배려에서 찾으려하며,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진실해질수 있는 사람입니다.

 

이세상에서 가장 귀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것,

그런 인간 본연의 모습은 변하지 말아야될것입니다.

마치 시간이 멈추어버린것처럼~

 

서점에서 나오면 노틀담 성당이 그 웅장함을 자랑하며 우뚝서있습니다.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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