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구경하기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던 파리 지하철 악사의 노래

파리아줌마 2012. 1. 7. 08:22

파리의 지하철을 타면 악사들을 더러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그날, 그러니깐 지난해 가을이 무르익어 가던 10월의

어느날이었습니다. 누군가와 약속이 있었던게 아니고 센강에

애매하게 배치되어 있는 한국 지도를 보러 혼자 나갔던 날은

아침부터 좀 평범치 않았던것 같습니다.

 

파리이기 때문에? 아니면 가을이라서 그랬던것일까요? 이도 저도 아닌

그날 제가 살았던 삶의 한 모습이었다고 하고 싶습니다.

 

센강으로 가기전에 머리를 하기 위해 한국 미용실로 향하는 지하철에서

어떤 부부가 노래를 부릅니다. 집시 같은 느낌을 풍기기는 했지만

서로 힘을 합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남자가 기타를 치며 마이크로 노래를 부르니 여자가 탬버린을 흔들며 함께

따라 부르는데, 노래에 아이 목소리가 섞여 있었습니다.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일어서서 그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키가 작아 앉은 자리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4, 5살쯤 되어 보이는 딸아이가 엄마, 아빠와 함께 노래 부르고

있었던것입니다. 가슴이 싸~하니 아려오더군요. 그런데 아이를 보며 아파했던게 미안할만큼 그 가족은 행복해

보였습니다.

 

거리나 지하철에서 느닷없이 부닥치는 일에는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데 그냥 지나치지는 못하겠더군요.

그런데 동전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지폐를 줄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아쉬움만 남기고 목적지에서 내렸습니다. 

 

그게 복선이었나 봅니다.

그날 모처럼만의 외출이라 그랬는지 앞에서 벌어지고, 펼쳐지는 광경들이 평범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센강에 있는 한국 지도를 찾아 사진 찍고, 파리 시청쪽으로 걸어오다가 우연히 시청 직원들의 이색적인

풍선 시위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기차역으로 들어왔는데, 사람들이 모여 흥미로운 눈빛으로 한곳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들려왔던 음악 소리보다는 사람들의 표정이 진지해서 호기심을 자극했더랬습니다.

 

각자의 행선지로 가기 위해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파리 시민들과

사랑하는 연인들의 시선을 머물게 한 주인공은~

 

 

파리 지하철의 악사였습니다.

그런데 그의 노래 실력은 가수를 능가할만 했습니다.

사람들이 지하철 악사의 노래에 이런 반응을 하는것을 본적이 없었습니다.

 

밥 말리의 노래들을 불렀습니다.

No woman No cry를 감미롭고도 차분한 목소리로 멋지게 연출해내더군요.

 

                             여기는 파리와 그외곽을 잇는 여러 구간의 지하철들이 만나는 파리 중심인,

                                         쌰틀레 레 알[Châtelet-Les-Halles]역 선로입니다.  

 

기차가 오면 그를 바라보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기차쪽으로 몰리더군요.

그의 노래 실력은 대단했습니다. 충분히 몰입하게 만들더군요,

하지만 저는 3자의 입장에서 시민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적극적으로 사진을 찍지 못해 그의 노래에 감탄하는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을 담아낼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동영상으로 남기지 못한게 지금 많이 아쉽네요.

 

 

사람들은 경이로운 표정으로 그의 노래를 듣고 있었습니다.

 

저 여성분은 그의 노래에 맞추어 몸을 흔들며 몇곡을 듣더니만 바구니에 돈을 넣고는

그에게 비쥬[프랑스식 뺨 맞대는 인사]를 하고 사라졌습니다. 

 

좋은 글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나면 영혼이 맑아진것 같습니다.

그의 노래가 그랬습니다.

조금 오버하자면 이렇게 멋진 노래를 들려준 그에게 대접받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재능에 감동받아, 주머니를 뒤적여 동전을 꺼내 바구니에 넣고는 하나같이

그를 향해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웁니다.

그는 노래를 부르면서도 고개를 까닥하며 답 인사를 합니다. 

 

그의 하얀 운동화에는 티끌 하나 묻어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바구니는 동전뿐만 아니라 지폐로도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가는 소리를 내는 차분한 음정으로 가슴 깊은곳에서 우려나오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지하철 악사로 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재능이었습니다.

 

엠프에 그의 연락처가 붙어져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로랑 운사비, 아프리카 출신인듯 합니다.

그리고 가수의 꿈을 키우고 있나 봅니다. 

 

지금쯤 어쩌면 음반 제작자를 만나 작업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날 그의 노래를 듣고 나니 정신이 개운해지는듯했습니다.

지하철에 여러 악사들이 있지만 이런 실력과 재능을 갖춘 이는 처음 보았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이 마치 공연장에 온듯했답니다.

 

센강변에 애매하게 놓인 한국 지도를 보고, 우연히 파리 시청 직원들의 풍선 시위를 만났으며,

지하철에서 뛰어난 실력의 악사를 본 평범한 어느날의 평범하지 않은 모습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악사의 여운을 간직하고 돌아오는 기차안에서 그날 아침 아이까지 나와

노래 부르던 악사 가족을 본것 또한 떠오르더군요.

 

처음에는 제 삶의 한 모습이었다고 했지만 다시 바꾸렵니다.

그게 파리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것으로요~

평범속에서 비범을 이끌어 내게 하는것,

그게 파리의 매력이기도 하겠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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