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아기 위하느라 산모는 찬밥신세가 되는 프랑스 산부인과

파리아줌마 2011. 6. 9. 08:16

산모 위주의 한국 산부인과, 아기 위주의 프랑스 산부인과

 

어제, 한달전에 아빠가 된 유학생을 만났습니다.

아빠라고 하기에는 너무 앳때보였던 그는 아내가 출산시

이곳 산부인과에서 겪은 이야기했습니다.

 

그사람이나 저나 한국인의 눈으로 본 프랑스 생활이다 보니

자연스레 한국의 산부인과 분위기와 비교가 되더군요.

 

저에겐 워낙 오래된 일이라 까마득한데 한달전에 이곳 산부인과에서

아들이 태어난 그는 산모 위주의 한국 산부인과와 아이 위주의

프랑스 산부인과나누어서 이야기하더군요.

 

어제 함께한 여러 한국인들중에 자녀를 가진이는 그와 저 둘뿐이었던지라,

그의 이야기에 공감이 되어 마구 맞장구를 치다보니 오래전 아이 출산때가 떠올랐습니다.

 

프랑스 산부인과는 아기들을 한방에 모아놓지 않고, 태어나자 마자 엄마와 함께 있게 합니다.

 

간혹 한국 드라마를 보면, 아기들이 모여있는 방에 산모가 유리창 너머로 아이를 찾는 모습을 보곤했습니다.

지금도 그러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한국은 출산으로 지친 산모를 편히 쉬게 해주려는데 비해 프랑스는 아이가 태어난 첫날부터 함께 지내니 산모가 편히 쉴수가 없습니다.

 

16년전 큰아이가 태어났던 종합병원에는 원하는 산모들에 한해서, 이른바 <자는 방>에 아기를 데려다 놓기도 하는데, 둘째 아이가 태어난 클리닉에는 그런 방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첫날부터 아이가 울어대는 바람에 거의 밤을 새다시피 했지요.

 

그리고 그다음날 바로 산모에게 아기 목욕시키게 합니다. 필요하면 도와주기는 하지만 그냥 평범한 엄마대하듯합니다.

 

모유 수유를 적극 권장하고, 도와주는 프랑스 산부인과

 

모유 수유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산부인과는 산모들에게 모유 수유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병원에는 의사나 간호사보다는 산파와 육아 보조사들이 많아 이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큰아이가 태어났을때 산파는 산모들 방을 돌아다니며 모유수유의 어려움이 없는지 살피고, 필요하면 육아 보조사와 산파 여럿이 달려들어 산모의 젖을 짜는 광경을 쉽게 목격할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정도 젖이 나올때까지 우유주지 않고 아기를 굶깁니다. 자꾸 물려야만 모유가 나온다며 좀 힘들더라도 우유로 대체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겠다는 일념으로 적극적으로 도와줍니다. 수유를 위해서라도 산모와 아기가 함께 있어야합니다.

 

큰아이는 프랑스에서 출산률이 오르기 시작했을때인 1995년에 태어났습니다. 함께 입원해있던 대부분의 산모들이 모유 수유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산모가 우유를 먹인다고 하니 산파가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기색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아기가 태어나기전과 출산후 세상에 나왔을때 산모를 대하는 태도가 바뀝니다.

큰 아이때 조산의 위험이 있어 18일을 입원해있었습니다. 침대에 꼼짝없이 있게하고는 세숫물, 식사, 심지어 양칫물까지 가져다주는 여왕대접을 받았는데, 아이 태어나니 복도에 식사 있으니 가져다 먹으라고 하더라고요. 많이 움직여야 몸이 회복된다면서요, 쬐끔 서운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전 완전히 찬밥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내 아이를 프랑스인들이 그렇게 위해주니 한편으로는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프랑스가 그냥 저출산이 극복된게 아니었습니다.   

 

체력이 다른 프랑스와 한국 여성?

 

한국이 산모 위주일수밖에 없고, 프랑스가 아기 위주일수밖에 없는 원인은 산모들의 체력이 달라서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글을 풀어가다보니 생각이 조금 바뀝니다. 

 

프랑스 여성들은 대체로 키가 크지 않습니다. 그런데 팔다리가 가늘고 길어 커보일뿐입니다. 그리고 몸집 자체가 작습니다. 그런데 체력적으로 강해서인지, 아이 낳고 바로 샤워하고 병원 복도를 뛰어다닙니다. 그리고 복숭아를 와그작~ 소리내며 깨물어먹기도 합니다. 그렇게 병원에서 보통 5일정도 있다가 퇴원을 합니다.

 

의학적으로 맞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아이가 태어날때 여성의 온몸의 뼈가 벌어졌다가 제자리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그러니 산후조리를 아주 잘해야된다고 들었습니다. 산후조리 잘못해서 고생하는 어머니, 할머니들이 많지요. 워낙 살기 바쁠때라 아이 출산하고 쉬지도 못했을때였을겁니다. 개인적인 생각에 그런 인식이 있어서 한국은 더욱 산모 위하는 쪽으로 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한국여성이 체력이나 체질이 약한면도 있을겁니다. 그리고 작게 태어나는 프랑스 아기들과는 다르게 한국아기들은 크게 태어나니 산모가 지칠수도 있겠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산모 위주로 치우치지 않나싶은 생각이듭니다. 저 같은 경우 프랑스 산부인과에서 며칠동안 육아의 혹독한[?] 시기를 보내기도 했는데 아직은 산후풍으로 고생하지는 않습니다. 이는 또한 프랑스 여성이냐, 한국 여성이냐를 떠나 사람마다 다를수 있을겁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갓 태어난 아기가 우선이 되어야겠지요.

 

프랑스에는 한국의 산후조리원 같은곳이 없습니다. 산파와 육아사가 산부인과에 있어서 도와주고 있고, 퇴원하고 나서도 필요하다면 산파가 가정을 방문해서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또한 각동네마다 아동모성보호기관[PMI]이 있어, 태어났을때부터 6살까지 모든 예방접종과 치료를 무료로 해주고 있습니다. 이 기관에서는 산후우울증을 앓거나, 문제가 있는 산모들을 치료해 줍니다. 또한 의료보험사에서는 무상으로 산후 몸관리를 위한 요가를 받도록 해주는등, 제도적으로 잘되어있습니다. 어쨌든 문제가 없는한 산부인과에서 육아는 산모에게 맡기더라고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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